노동조합/발레오

수박 한 통 천만원?!

터사랑1 2010. 8. 8. 09:22

 

찌는듯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말복이기도 합니다.

이런 날은 시원한 수박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수박 한 통 천만원짜리를 선물로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한번 들어보실래요?

 

한통의 전화

벌써 10여일이 지났나봅니다. 지난 달 27일 오후에 경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발레오 경주공장에서 전체 직원들이 한 통에 천만원짜리 수박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이렇게 해서 경주 발레오공장 노동자들이 천만원짜리 수박을 선물(?)로 받은 사유를 듣게 되었습니다.

 

단협설명을 사장이 한다고?

7월 27일 오전과 오후에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대표이사 강기봉, 이하 발레오전장)에서는 발레오전장노동조합(위원장 정홍섭, 발레오만도지회와 기업별노조설립이 불법이라는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이하 기업노조)과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보통은 노사간에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노동조합 대표자가 조합원들에게 합의사항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질의응답시간을 갖고, 그에 대한 찬반투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발레오전장은 다른 방식으로 단체협약을 설명했습니다.

대표이사가 파워포인트까지 이용해서 단체협약 설명을 했습니다. 정작 조합원들에게 설명을 해야 할 위원장은 대표이사 옆에 앉아서 어색한 표정으로 침묵만 지키고 있었습니다.

 

억! 최소한 천만원은 깍였겠다!

그렇게 설명하는 내용은 정말 ‘억’소리나는 내용이었습니다. 자동차 경기가 호황이고, 완성차를 비롯해서 많은 곳에서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아우성인데, 발레오전장에서는 임금이나 각종 복지가 오른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삭감된 것입니다.

내용으로 보자면 ▶기본급 3.6% 삭감 ▶호봉승급분 일부반납 ▶상여금, 하계휴가비, 김장보너스 삭감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축소 ▶전임자임금 폐지 ▶장기근속 포상 축소 ▶정년 단축(60세→58세) 및 임금피크제 적용 ▶각종 수당 삭감 ▶·야간근로수당·유급휴일·복리후생비·학자금·작업복 지급·장기근속자 유류 지원 축소 ▶통근버스 폐지 등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개인으로 보자면 보통이 1천만원, 오랫동안 일해왔던 고참 노동자들은 임금 및 각종 복지제도가 많게는 2천만원 가까이 삭감되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노동조합이야?

그런데 이렇게 임금과 각종 복지제도가 삭감됐는데, 정작 이에 대한 찬반투표는 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조’의 가장 첫 번째가 절차적 투명성입니다. 그것의 최소한의 형태로서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투표행위(임원 및 대의원 선출, 임단협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등)를 거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노동조합이 ‘회사와 짜고치는 어용노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칭 발레오전장노동조합이라는 곳은 이러한 최소한의 절차조차 생략한 것입니다.

그리고 27일 합의안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하지만, 26일 이미 노사간에 ‘2010년 단체협약’에 대한 조인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노사간에 조인식을 갖고, 조합원들에게 요식절차로 설명회를 한 것입니다. 회사가 빠진 상태로 노동조합 간부가 설명을 하면 조합원들의 분노가 터져나올 것이 분명하니까, 대표이사가 직접 설명회를 한 것입니다.

이게 무슨 노동조합입니까?

 

천만원짜리 수박, 선물로 드립니다?

조합원들을 더욱 기가 차게 한 것은 “오늘 퇴근할 때 여러분들이 반납한 돈으로 수박 1천만원짜리를 사 두었으니, 한 통씩 가져가서 가족들과 맛있게 먹기 바란다”는 대표이사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회사도 이 정도가 되면 임금 및 각종 복지 축소로 1인당 1천만원정도의 돈이 삭감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조합원들에게 비수를 꽂은 것입니다.

 

<7월 27일 발레오 경주공장에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가 만들어 졌습니다.

발대식을 하면서 회사안에 '받아라! 2천만원' 하면서 수박 두 덩이를 던졌다고 합니다. - 출처 ; http://cafe.daum.net/valeofamily >

 

 

‘고용노동부’ 덕분

발레오전장에서 이렇게 자칭 발레오전장노동조합이 설립될 수 있었던 것은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협조속에서 가능했습니다.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591 ,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592  참조)

고용노동부에서는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지회장 정연재)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아서, 임시총회를 통해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을 회사가 원하는대로 해 주는 노동조합이 돼 버렸습니다.

발레오전장이 이 상황까지 오는 과정에 일등공신을 뽑으라면 당연히 ‘고용노동부’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용노동부’라는 이름을 ‘자본지원부’로 바꾸던지, 아니면 부서를 없앨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