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경찰노조가 필요하다!!

터사랑1 2010. 10. 31. 10:33

농성10일만의 분신사태

어제(30일) 저녁 10시경 금속노조 구미지부 김준일지부장이 경찰의 강제연행에 항거 분신을 했다. 김준일 지부장은 조합원 200여명과 함께 구미KEC 1공장을 점거해 왔다. 김지부장 본인이 KEC조합원이기도 하다. 김지부장은 경찰들이 가족들도 모르게 대구 푸른병원으로 이송한 것을, 가족과 대구 경북지역 조합원들의 강력한 항의속에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 치료중이다.

KEC는 지난 6월 30일 새벽 용역깡패 수백 명을 투입해 직장폐쇄를 했다. 이에 앞서 지회는 6월 17일부터 올 임단협 쟁취를 위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회사는 타임오프 매뉴얼을 벗어난 지회 요구를 들먹이며 교섭자체를 거부해 왔다. 대신 회사는 7월부터 9월까지 8명 해고, 80여명 권고사직 등의 중징계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노조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왔다. 이에 지회는 지난 10월 21일 2백명의 조합원이 1공장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점거농성 10일만에 지부장의 분신에 이르게 됐다.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김준일지부장, 사진 ; 금속노조>

 

자본과 경찰의 합작품?

분신에 이르게 된 경위가 많은 사람들의 의혹을 사게 합니다. 29일 회사 노무담당 실무자가 교섭을 타진해 왔고, 노조는 책임자가 교섭에 나설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30일 오후3시에 교섭을 하기로 했으나, 회사측에서 저녁7시로 교섭을 연기했다. 김지부장은 조합원 5명과 함께 1공장을 나와 면담에 나섰으며, 회사측에서도 이신희 교섭대표가 나왔다. 노사 양 교섭대표의 면담은 밤 9시 50분까지 이어졌지만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고, 수차례 정회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화장실에 간 지부장 일행을 잠복해있던 수십여명의 사복경찰이 덮쳤고, 조합원들이 몸싸움을 하며 연행되는 사이 여자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몸에 신나를 붓고, 분신을 시도했다.

KEC지회와 금속노조 구미지부등에서는 이번 교섭이 지부장을 연행하기 위한 합작품이라고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지부장에 대한 연행을 시도하려던 그 시각 공장내에는 여자경찰을 비롯한 수천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었으며, 지부장의 연행과 함께 1공장에 대한 진압을 하려 했다는 의혹을 산 것이다. 노동조합의 강력한 항의 때문인지 경찰은 31일 새벽 1시경 공장 외곽으로 물러났다고 한다.

 

민중의 지팡이인가? 사설경비원인가?

경찰과 관련한 문제는 여럿 발생했다. 농성에 참가했다 나오는 조합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회사에서나 제시할법한 ‘업무복귀의향서’를 작성하게 하고, 면회 온 친척을 옆에 앉히고서는 업무에 복귀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27일 오후에는 경찰헬기의 낮은 비행으로 공장 정문 앞 천막농성장이 무너지며 임산부 등 5명의 여성노동자가 다쳐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공장안에도 경찰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용역경비원들이 조합원들에게 소화기를 뿌리고, 폭력을 행사할 때도 방관만 하고 있었다.

과연 이들이 민중의 지팡이이지, 사설경비원인지!

 

KEC 투쟁은?

직장폐쇄 140여일이 다가오는 구미KEC의 투쟁은 대단히 정치적이다.

노조는 전임자의 문제가 핵심이 아니라고 수없이 밝혀왔지만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회사는 전임자 문제가 쟁점인것처럼 호도해 왔다. 엄연히 현행법을 어기고 있음에도 노동부는 회사만 두둔하고, 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법으로 호도해왔다. 경찰은 이에 조응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했다.

국정감사 기간에 대표이사의 증인채택은 한나라당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구미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KEC협력업체 관계자다.

그리고 G20을 핑계삼이 정치권에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다녔다.

노동자들은 살겠다고 투쟁을 하는데, 이 차에 노동조합을 없애겠다는 회사와 이를 비호하는 행정기관과 정치권의 비호가 이처럼 투쟁을 길게 끌어온 것이다.

 

경찰노조가 필요하다!

노동자와 맞서는 그 일선에 경찰이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KEC노동자들이 왜 싸우는지 모른다. 어떤 경우는 그날 자신이 구미로 가야된다는 것을 알고 짜증을 내며 오기도 할 것이다.

자본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이 싸질러 놓은 일을 경찰이 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노조가 필요하다. 경찰들 중 상당수는 이러한 치다꺼리를 하기위해 경찰에 입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나름대로 박봉을 받으면서도 일선에서 경찰을 하는 이유는 많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은 권력과 정치권의 치다꺼리만 하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에게도 경찰노조추진위가 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에게도 노동조합을 통해 치다꺼리를 하는 경찰이 아니라 민중의 지팡이가 될 기회를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