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쌍용자동차

여기 사람이 살아있다!!

터사랑1 2009. 7. 29. 09:50

 

 

                   <쌍용차 조합원들이 '대화를 안할거 차라리 다 죽여라!'는 벽글씨를 쓰고 있다. - 출처 ; 미디어충청 >

 

 

하늘엔 헬기, 지상엔 경찰과 용역

‘해고는 살인’이라고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5월 22일부터 시작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옥쇄파업이 오늘로 69일째다. 5월 13일부터 시작한 굴뚝농성은 78일째다. 애초 3명으로 시작했던 굴뚝농성은 최근 1명이 건강악화로 내려오면서 2명이 이어가고 있다.

하늘에서는 발암물질 디클로로메탄이 섞인 최루액 비닐봉지를 헬기를 동원해서 떨어뜨리고 있고, 지상에선 용역깡패와 경찰이 도장공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경찰은 9천여명이 동원됐으며, 용역깡패도 무시 못 할 숫자다. 그들은 쇠파이프를 들고, 새총으로 볼트를 쏘고, 최근에는 테이저건(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회유와 협박’, 그리고 쌍용차 사태의 책임이 노동자들에게 있다는 내용의 회사측 선무방송이 들려온다. 조합원들은 그 방송을 ‘대북방송’이라 한다.

 

차라리 죽여라!!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중재단의 요청으로 25일 교섭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회사가 교섭에 나오지 않으면서 결렬됐다. 그리고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해 도장공장에 대한 진입훈련을 하고 있다. 용산참사 때 사용된 경찰특공대의 컨테이너도 동원돼 있다. 교섭이 아니라 힘으로 쌍용자동차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본과 정부의 의도가 확인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은 “대화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죽여라”며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

5월 4일 조합원 가족(아내)를 시작으로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유산되고, 평택, 정비, 비정규직, 그리고 창원공장 희망퇴직자에 이어, 또 다시 노조 간부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벌써 7명이 죽었다.

왜 이렇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을 이어오고 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외자유치 노력의 결과?

2004년 하반기 당시 우량기업이던 쌍용차를 중국 상하이자본에 매각하려 할 때 노동조합은 ‘기술유출을 노린 먹튀’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노조의 반대에도 2004년 10월 상하이 자동차에 인수자금 5,900억에 매각했다. 신차개발에 3천억 정도가 들며, 상하이는 신차 2대가량의 개발비로 쌍용차를 인수한 것이다. 그 비용중에도 상당액에 달하는 4,200억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지원을 받았으며, ‘자산이전 또는 매각 시 사전동의’등의 특별약정을 맺었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약정이 ‘먹튀’를 막아준다고 주장했다.

당시 산자부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외자유치 노력의 결과”라며 자랑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한 상하이자동차는 불과 4년만에 쌍용자동차를 껍데기로 만들었다. 2004년 이후 신차 개발은 없었고, 해마다 3천억원씩 1조 2천억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실행되지 않았다.

 

정부가 ‘먹튀’의 길을 열어주다.

상하이차는 2006년 7월 4,200억을 변제하면서 기술유출등을 막을 수 있는 특약에서도 벗어났다. 4,200억 중 2,700억은 산업은행의 지원이었다. 국책은행이 상하이차의 ‘먹튀’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상하이차는 투자는 하지 않은 채 사내전산망 통합, 연구소 통합 등을 통해 전 차종의 설계도면과 엔진, 하이브리드 기술 등을 빼 돌렸다. ‘먹튀’ 논란이 일고 비판여론이 높아가자 상하이차는 못이기는 듯 2008년 12월에 600억 정도를 기술이전비등의 명목으로 쌍용차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석 달 치 월급에 불과했다.

 

법정관리 신청, 그러난 주식은 포기하지 않아

쌍용차는 중국상하이차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1월 9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리고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지분의 51%(주식가치는 약 800억원)를 갖고 있다. 경영일선에선 물러나지만 상하이차는 주식소유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법원은 2월 6일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노동조합과 교섭도 진행됐다. 노동조합은 상하이차의 먹튀에 대한 책임과 다양한 방식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유지 방안을 제시했다.

 

무조건 2,646명을 잘라라?

하지만 4월 8일 회사가 2,646명의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파행이 시작됐다. 노동조합은 해고를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4월 15일 84%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5월 6일 법원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쌍용자동차 존속이 청산보다 가치가 높다는 내용을 전달받았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구조조정과 정상화 방안의 실현’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회사는 5월 8일 2,405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겠다며 노동부에 신고를 했다. 그 동안 사무관리직 241명이 공장을 떠났다. 합치면 2,646명이 되는 것이다. 회사는 2,646명이라는 숫자를 최근까지도 주장해왔다.

 

해고는 살인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해고는 살인’이라며 5월 22일부터 옥쇄파업을 시작했고,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 5월 31일자로 직장폐쇄, 6월 2일 1,112명의 정리해고자 명단을 개별통보 했다. 회사는 끊임없이 ‘희망퇴직’을 유도했으며, 6월 8일 최종적으로 976명을 정리해고 했다. (그동안 1,770명이 희망퇴직을 한 것이다.)

회사는 6월 8일 경찰병력 투입을 요청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달 26일에 비해고자와 용역깡패 등 3천여명을 동원 공장진입을 시도,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7월 들어 회사는 공장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경찰은 7월 11일부터 ‘법 집행’을 내세우며 공장진입을 시도하고 20일부터 충돌이 이어졌다. 16일부터 음식물 차단을 시작했고, 22일은 물과 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이제 소화전의 물마저 끊었다.

 

 

<27일 쌍용자동차 도장공장 옥상에서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출처 ; 미디어충청>

              

삽질을 멈추고 공적자금 투입하라!!

정부와 자본은 경찰과 용역깡패를 동원한 물리적인 압박만이 아니라, ‘파산’을 운운하며 현재 상황을 노동자의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 과연 그런가?

쌍용자동차지부는 27일 도장공장 옥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노·정, 노·사교섭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또한 살인진압 중단. 공권력 철수와 검찰은 불법기술유출 및 하이브리드카 수사결과를 즉각 발표하고, 산업은행은 상하이 특별약정해지 건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주된 요구는 ①부실경영 책임을 지고 상하이 차 지분 51%를 소각할 것 ②산업은행 대출의 출자전환을 통한 국유화, ③정리해고를 철회하고 긴급운영자금 지원과 생존보장을 위해 공적자금 1조를 투여하라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공장이 가동되면 또 다시 상하이차가 최대주주로 경영일선에 나설 여지를 막겠다는 것이다. 우량기업이었던 쌍용차를 정부의 정책 실수로 해외에 매각한 것인 만큼 그에 대항 응당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미 1,800여명의 노동자가 회사를 떠났고, 회사 계획대로 하더라도 2년뒤에는 800여명을 다시 고용해야 하는 만큼 해고가 아닌 다른 방식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신차개발과 운영자금, 그리고 생존보장등의 비용으로 공적자금 1조를 투여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함께 살자는 것이다.

멀쩡한 강바닥을 파서 운하를 만드는 데 22조를 퍼 붓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그 돈의 1/20이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협력업체, 그리고 가족 등 20만명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무엇이 해법인지 보이지 않는가?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중단하라! 삽질을 멈추고, 쌍용자동차에 공적자금 투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