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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사업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

터사랑1 2015. 8. 3. 09:39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에서 발행하는 노보 '한라에서 백두까지' 56호에 실린 글입니다. 



<짝퉁볼이 들어간 차량에 대한 리콜을 요구하는 일인시위>


베어링용 강구를 생산하는 kbr

자동차의 수명을 좌우하는 부품이 몇 개 있을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베어링일 것입니다. 베어링에 들어가는 강구를 생산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 사업장은 특정 그룹의 계열사 의혹도 있었고, 그룹 계열사 소속으로 있기도 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한 사업장은 수십년을 거쳐서 한국에서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사업장에서 생산된 강구와 테이퍼롤러는 셰플러코리아, nsk등을 거쳐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에 납품되어 왔습니다.

 

 

일하는 데 근로조건은 나빠지고

2006년 경영진이 교체되었습니다. 새롭게 들어온 경영진은 일만 잘하면 집도 줄 수 있다면서 독려를 했습니다. 휴일까지 이어지는 맞교대를 하면서 장시간 노동이 이어졌고, 회사는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이 약속한 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근무조건은 나빠졌습니다. 인수 후 몇 년 동안 지역의 다른 사업장은 임금이 올랐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몇 차례 임금이 동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13~14년 근속의 노동자들이 법적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상황까지 왔습니다.


임금 올려달라고 하면 기계반출 또는 외주화 협박

근로조건이 나빠지는 상황속에서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경영진은 기계를 반출하겠다고 했고, 이를 막는 과정에 노동조합 집행부를 중심으로 해고가 되었다가 노동위원회의 판정으로 복직을 하기도 했습니다. 회사는 끊임없이 기계 반출또는 공정 외주화를 요구했습니다. 회사는 기계를 반출하는 것을 동의하거나, 이미 공정의 60%가 외주인 생산라인에 또다른 외주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201361일에는 용역경비들을 투입해서 강제로 기계를 반출하려다 지역의 노동조합 간부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금속노조 kbr지회로 금속노조에 가입했습니다.

 

 

짝퉁볼 생산, 납품하는 기업

경영진은 2011년 밀양에 똑같은 시설을 갖춘 삼경오토텍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kbr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하던 노동자들을 삼경오토텍으로 이동시키고, kbr 노동자들을 통해 기술을 가르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kbr 테이퍼롤러공장이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공장이름을 걸고, 현대자동차 담당자들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2012년 하반기부터는 삼경오토텍에서 생산된 강구와 테이퍼롤러에 ‘kbr 마크를 찍어 납품해 왔습니다. 자동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부품을 짝퉁으로 납품한 것입니다.


<밀양에 있는 삼경오토텍에 존재하지도 않는 kbr 테이퍼롤러공장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400일이 넘는 파업투쟁!!

노동조합은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다고 판단해서 201457일부터 파업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쟁의권을 확보한 지 1년 가까이 지나 파업에 돌입했는데, 경영진은 노동조합이 파업을 해서 의견을 들어주면 버릇이 나빠진다면서 교섭은 진척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파업을 진행한 지 400일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 과정에 조합원 가족 중 한명이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슬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법원에서 기계반출 가처분과 관련해서 회사측의 요구를 두 번이나 기각했습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법원의 판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는 지켜지지 않았고, 검찰에 배임/횡령등의 의혹에 대해 진정을 넣었지만 경제사범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노사관계를 다루는 공안부에서 조사를 하면서 아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우수한 소재산업, 이렇게 무너집니다!!

201556일 회사는 폐업을 하겠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kbr의 기계는 밀양의 삼경오토텍으로 가져가고, 창원공장은 강구공장을 하지 않을 기업에게 매각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 품질을 자랑하던 자동차 등 산업용 소재를 생산하는 회사를 매입해서, 더 나은 품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짝퉁볼을 만들고, 원 기업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회사측의 태도는 위장폐업이라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밀릴곳이 없다!!

400일이 넘는 투쟁기간 동안 48명의 작은 지회는 꿋꿋이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일 철야농성을 하고, 회사측의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로부터 시작된 위장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현대자동차지부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kbr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신들의 고용을 지키는 문제이기도 하면서, 좋은 부품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이윤을 만들어내기 위해 짝퉁볼을 납품하는 kbr과 같은 기업이 존재하는 한,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품질도 위협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kbr 노동자들의 투쟁에 더 많은 관심이 있어야 할 이유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