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제이티정밀

137일간의 투쟁, 그리고

터사랑1 2009. 3. 11. 13:20

 

 

 

 

 

 

2008년 9월 12일. 137일간의 철야농성이 이어지던 씨티즌정밀지회 투쟁이 마무리 됐다. 일본 씨티즌홀딩스의 손 회사인 한국씨티즌정밀은 자본금 44억짜리 회사였다. 회사는 4월 28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고려티티알이라는 회사에 매각됐다고 노동조합에 통보했다. 노동조합에서 확인한 고려티티알은 자본금 2억짜리 작은 회사였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것이다.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이러한 회사 매각이 일본 자본이 철수를 하기 위해 핫바지 회사를 하나 끼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4월 29일부터 전 조합원이 철야농성에 들어갔고, 3차례에 걸친 장기간 일본원정 투쟁이 이어졌다. 137일간 이어졌던 철야농성 투쟁은 ①간부 9명 및 조합원 5명 등 회사에서 해고를 했던 조합원 전원 해고 취소, 지회장에 대한 정직, ②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근속년수에 대한 승계 ③고소, 고발 및 손배가압류를 3일안에 철회, 향후 어떠한 추가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고 ④2008년 임단협은 현행을 유지 ⑤투쟁과정의 일체의 경비등을 회사가 부담하기로 하고, 조합원 및 전체 직원은 일정한 위로금을 받는 것으로 합의됐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회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회사이름이 한국씨티즌정밀에서 제이티정밀로 바뀌었다. 투쟁과정에 뒤에 숨어(?)있던 노무사가 전무가 되어 실질적인 책임자로 왔다. 고려티티알에서 2명이 넘어왔고, 새로운 신입사원도 뽑았다. 그리고 단체협약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관례화 되어 있던 노사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추석을 지나고 9월 18일부터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들은 10월 20일부터 부분 휴업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떤 경우는 최대 85%의 조합원이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씨티즌정밀에서 만들던 시계의 70% 정도를 미국에 수출해 왔다고 한다. 한해 6-70만개 생산하던 것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위기 여파로 2-30만개로 줄어들었다.


회사는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사무관리직들에 대해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경영진들은 구체적으로 7명이 남는다고 하면서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사무관리직 사원들은 ‘상여금 200% 반납, 호봉동결, 연월차 현행법대로’등의 자구책을 제시했다.

경영진은 7명을 자신들이 선정해서 일부는 사외 도급업체를 만들어서 나가게도 하고, 일부는 사직을 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3월 31일자로 회사를 퇴직하게 된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사무관리직 7명을 내보내기로 결정한 경영진은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고통분담’을 운운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미 휴업등으로 인해 임금이 삭감되었고,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런것이 경영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해 지금까지 20여년간 노력으로 만든 단체협약과 복지에 대한 삭감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위기라고 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자본의 무한경쟁속에서 상품은 남아돌지만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과 민중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자본은 손쉽게 사람을 자르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를 축소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과연 지금의 경제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