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제이티정밀

종합선물세트

터사랑1 2010. 2. 13. 09:17

 

설 앞두고 받은 ‘종합선물세트’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제이티정밀지회(지회장 이선이, 이하 지회)는 2월 1일 주식회사 제이티정밀(대표이사 조준행, 이하 회사)로부터 공문 하나를 받았다. 그 공문에는 회사가 어려우므로 ①임금을 삭감하고 ②휴일을 축소하고 ③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통해 인원을 30% 가량 줄이고 ④일부 공정을 외주화 또는 사내 소사장제로 전환하고 ⑤공장 분할매각으로 자금을 만들어서 공장을 이전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2월 5일까지 달라는 것과 함께 친절(?)하게 고용을 어떻게, 얼마나 줄일지까지 덧붙여 놨다.

지회와 조합원들은 이를 설을 앞두고 받은 선물이라고 했다. 담당을 하고 있는 경남지부의 진창근 부지부장은 "이정도면 그냥 선물은 아니고 종합선물세트"라 했다.


계속 문 닫겠다는 이상한 회사

공문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회사는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09년 임단협이 시작되자마자 회사는 ‘교섭을 앞 당기기 위해서’라며 ‘단협해지 통보’를 했다. 하지만 교섭이 당겨지기는 커녕 아직도 09년 임담협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 당시에도 회사는 “6억원 상당의 고통분담 (1인당 임금총액의 20 - 25%)을 하지 않으면 3개월 안에 폐업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폐업하지 않았고, 통근버스가 없어지고, 멀쩡하게 살아있던 월차휴가가 없어지는 등 단체협약에서 보장하고 있던 각종 복지사항이 없어졌다.


약 오르지?

단체협약이 없어졌다고 회사가 취한 치사한 행동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여년 노사관계를 이어오면서 명절이 되면 ‘귀향비’등으로 25만원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단체협약이 해지됐다는 이유로. 돈이 없어서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월 20일경에 지급되어야 할 상여금을 먼저 지급을 했으니까. 그냥 주지 않는 것이다. 조합원들 약 오르라고.


왜 회사를 샀을까?

제이티정밀은 1988년부터 현 위치(성산패총 옆)에서 ‘씨티즌정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돼왔다. 시계를 생산해 왔으며 ‘Made In Japan'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나가는 자본금 44억의 외자기업이었다. 하지만 2008년 4월 노동조합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고려티티알‘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자본금 2억짜리 회사가 인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회사이름이 ’제이티정밀‘로 바뀐 것을 법원을 통해 확인해야 했다.

인수업체였던 고려티티알은 지회에서 ‘매각계약서’와 ‘매각 관련 일체의 서류’제출을 요구하자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많은 사람들 앞에 약속하고는 2년여동안 지키지 않고 있다.

지회는‘자본철수를 위한 위장매각’이라며 2008년 4월말부터 철야농성을 하며 투쟁했다. 일본의 씨티즌정밀이 단체협약에 명시돼있는 ‘인원정리 시 위로금(평균임금 36개월 이상)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바지 회사’를 앞세워 매각한 것이라 봤던 것이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을 중심으로 일본과 미국기업들이 1980년대 일방적인 자본철수를 하고, 이에 대한 원정투쟁- 수미다, 한국TC 등 - 이 이어졌었다. 이후 단체협약을 통해 자본철수를 할 경우 평균임금 3년치 이상의 위로금을 지급할 것을 명시하는 외자기업이 늘어났다.)

하지만 인수회사는 자신들이 제대로 경영을 하기 위해 인수를 했다고 주장했다. 2008년 추석을 앞두고 노사간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근속년수 승계에 대한 합의를 했다.

 

 

 


하지만 합의서 잉크도 제대로 마르기전에 회사는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2년도 되지 않아서 땅 팔고, 사람자르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 당시 지회와 조합원들의 우려대로 ‘경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위장 매각을 통해 땅 장사 하려고 들어온 것’은 아닐까?

 

후배 얼굴에 먹칠하는 선배

제이티정밀의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는 대표이사는 전직 창원지방노동사무소장(현재 노동부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장) 출신이다. 소장이었을 당시 동우기계공업에서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노동부에 신고했을 때 노동조합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확인을 요청했으나 ‘회사에서 신청하지 않았다’는 거짓 내용을 노동조합에 전달했던 당사자였다. 후임으로 왔던 소장은 선배 탓에 “잘못했다.”고 해고자들에게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동우기계 해고자들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을 때, 회사측 대리 노무사로 나오려다 여론에 밀려 나오지 못했었다.


노동부 소장 출신의 노무사가 노동조합에 대해 ‘법’을 들먹이며 일방적인 양보를 할 것을 요구하고,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노동자들이 임금과 복지를 계속해서 후퇴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하는데, 자신은 일자리를 줄여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것도 모자란 것인지 노동조합 간부들을 계속해서 고소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고소한 것을 바탕으로 간부들을 징계하겠다고 하고 있다.


노사관계를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이, 다른 지역도 아닌 창원지방노동사무소장 출신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이러니 우리 눈에 근로감독관 등이 제대로 보일 리가 있는가?


후배들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쉴 만도 하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