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두산

우린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터사랑1 2011. 11. 7. 21:39

사람이 미래다!?

연말을 맞이해서 다양한 부문의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 광고부문 각종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요즘 인기있는 광고 중 하나가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이미지 광고가 아닌가 합니다. 두산그룹은 ‘사람이 미래다. - 젊은 청년에게 두산이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고, 상당부분 두산그룹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광고는 기차/야구연습장/팀/서점(도서관)/사진/우산/거울 등 7개의 주제를 갖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일상을 담고 있고, 이런 이미지 광고가 많은 언론사의 광고대상으로 수상까지 하고 있습니다.

 

 

친일의 기억을 덮고 싶은 두산

두산그룹은 광고에 나오는 것 처럼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한국 최고의 기업일지는 모르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민족사에서는 결코 자랑스러운 기업이 아니다.

두산그룹의 모태는 1898년경에 설립된 ‘박승직상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승직은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중 경제분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자본과 결탁하여 자국민의 이익을 억압하는 매판상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출발 당시의 모습이 두산그룹은 ‘탐욕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기업’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두산그룹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두산의 모태였던 ‘박승직상점’ 출발당시의 친일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려 노력했고, 그 노력의 하나가 현재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 이미지 광고일 것이다.

<2009년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들과 당시 동명모트롤지회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탄압에 항의하는 집회는 두산그룹 발상지 앞에서 하고 있다.>

 

그들에게 노동자란?

하지만 ‘사람이 미래다’라고 그룹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는 두산그룹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대접이 사뭇 다르다. 두산그룹에는 다양한 노동조합이 있었다. 그 중 사무직으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 인프라코어 사무직지회’라는 노동조합도 있었다. 조합원 다수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잘나간다는 대학교의 공대 출신이었다. ‘대우종합기계’에서 ‘두산인프라코어’로 넘어가는 과정에 사무직 노동자들은 고용에 대한 불안을 느꼈고, 노동조합으로 대응했다.

대우그룹은 사무직 노동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두산그룹은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들은 사무직 노동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주기 보다는 ‘연봉제’를 내세워 사무직 노동자들을 개인화시켰고,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단체협약 일방해지’와 노동조합 활동에 열성적인 조합원에 대한 징계와 불이익 처분(연봉제라는 것을 핑계삼아 조합원들에겐 최하위 등급을 적용해서 임금인상을 시키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노동조합 죽이기 정책으로 일관했다.

창원의 두산모트롤(옛 동명중공업)도 마찬가지다. 2008년 3월 두산그룹은 굴삭기와 전차 등에 들어가는 각종 유압부품을 생산하던 창원의 중소기업 ‘동명중공업’에 대한 인수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사명을 ‘동명모트롤’로 변경하고(그리고 곧 두산모트롤로 사명을 변경), 기업을 인수한 지 100여일만에 2008년 10월에‘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을 지키면 경영상에 심각한 영향이 끼친다’면서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했다. 그리고 만 3년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회사는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것을 빌미로 새로운 노동조합을 준비했고, 말도많고 탈도많은 노조법 내의 복수노조 조항에 따라서도 새로운 노동조합이 교섭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권을 확인해야 한다’며, 금속노조와의 교섭을 해태했다. 결국 대표이사로 있는 외국인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고 나서야 회사는 교섭에 나왔지만, 실질적인 교섭은 진척이 없다.

 

금속노조 탈퇴에 3,000만원?

단체협약 일방 해지에도 두산모트롤의 조합원들은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회사는 정말 치졸한 방법을 동원했다. 2008년부터의 임금 및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금속노조를 탈퇴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임금인상액과 성과급을 적용, 2,5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에 이르는 돈을 지급했다.

이러한 노동조합 죽이기 정책에 맞서 두산모트롤지회는 간부들을 중심으로 2008년 이후 임금인상액 및 성과급에 대한 청구소송을 2010년 제기했고, 2011년 1월 창원지법에서 승소를 했다. 하지만, 회사는 항소를 진행했을 뿐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회사측의 태도에 대해 조합원들은 분노했고, 2011년 2월 조합원 전체가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첫 재판이 9월 29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렸고,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임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가 정한 절차에 따라 ‘조퇴증’을 제출하고, 법원의 재판을 방청했다.

 

 

<법원 재판 방청을 이유로 징계를 하겠다는 회사측에 맞서 조합원들이 아침 출근선전전을 하고 있다.>

 

우린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이러한 노동자들의 꿈트림에 대해 회사는 탄압으로 일관했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임금청구소송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58명의 조합원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감봉과 경고 등 징계를 자행했다. 그 과정에 노동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비단 두산모트롤 노동자들만의 얘기다 아니다. 앞에 얘기했던 두산인프라코어 사무직 노동자들, 두산인크라코어 현장 노동자들, 2003년 배달호열사의 죽음을 불러왔던 두산중공업 노동자들, 그들 모두가 두산그룹은 ‘사람이 미래다’며 이미지 광고를 내고 있지만, 정작 그 속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도 지켜지지 않는, 미래는 커녕 현재에 대한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쯤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