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대림·효성

창원에는 두 곳, 아니 세 곳의 천막농성장이 있습니다.

터사랑1 2009. 5. 6. 17:22

지금 창원에는 두 곳, 아니 정확히 세 곳의 천막농성장이 있습니다.

 

두 명 중 한 명을 자르겠다는 자본에 맞서

하나는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안에 있습니다. 이 천막은 4월 8일 쳤습니다. 이제 한달이 다 됐네요.

다 알고 계시듯이 쌍용자동차는 4월 8일 2,646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646명이 어느정도 규모인지 감이 잘 안잡히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이 5,200여명입니다. 결국 두 명 중 한명이 해고된다는 것입니다.

4년전 중국 상하이자본으로 매각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노동조합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기술만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였고, 4년만에 그것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판단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노동자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라면서 길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두 명 중 한 명을 해고하겠다는 자본과 정부에 항의하며, 쌍용자동차 창원(엔진)공장 노동자들이 정문안쪽에 천막을 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창원지회 집행간부들이 돌아가면서 그 천막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총고용보장을 위해 투쟁한다.

쌍용차의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은 오늘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는 1조3천276억원으로 청산할 때 얻을 수 있는 9천386억원보다 3천890억원 더 많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회사가 내놓은 2천646명 구조조정안이 실현되고 산업은행 등이 2천500억원 규모의 신차 개발비를 추가 대출해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회사는 8일 경인지방노동청 평택지청에 구조조정 계획안을 신고한다고 합니다.

쌍용자동차지부는 구조조정 계획안 신고에 항의, 7일 부분파업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6일 법원이 공개한 쌍용차 기업가치 평가결과에 대해 "흑자도산한 쌍용차의 기업존속가치가 있다는 조사결과는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구조조정안을 전제로 한 조사결과는 노조 입장에서 보면 독이 든 사과"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5월 6일, 연합뉴스 재인용)

총고용보장을 위해 둘 중 한 명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동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창원지회(지회장 김남수) 조합원들도 이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평택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창원 입구에도 천막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천막은 창원시 양곡동 대림비앤코(구 대림요업, 이하 회사) 정문 앞에 있습니다. 위생도기와 타일등을 생산해왔던 대림비앤코는 4월 21일(화) 정리해고라는 명목으로 10명을 해고했습니다. 그 중 8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가 아니라 표적해고라며 4월 27일(월)부터 천막을 치고 있습니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가 져라?

회사는 4월 7일 타일공장의 적자가 누적되어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노동조합의 생각은 다릅니다. 회사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흑자를 기록했고, 2007년 당시 이익잉여금이 390억이나 되는 기업입니다. 2007년 회사는 최대주주인 대림통상의 자회사인 김포타일 생산설비를 창원으로 이전했습니다. 이전비용만 300억원을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포타일의 노후화된 기계와 잘못된 시스템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다고 노동조합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회사의 경영잘못으로 적자가 누적됐는데, 그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표적해고에 맞서 투쟁한다.

회사는 100여명의 현장노동자들과 사무직 26명을 해고한다는 방침으로 지금까지 사무직 26명과 현장직 10명을 해고 했습니다. 그 중 2명은 해고를 받아들였고, 8명은 인정할 수 없다며 천막을 치고 있습니다.

회사는 숫자를 채우기 위한 2차 해고를 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리해고라고 하면서 노동조합과 제대로 협의도 하지 않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과 당사자들은 제대로 된 해고회피 노력도 하지 않고, 산재경력자등을 지목하는 등 합리적 선정기준도 없이 일방적으로 표적 해고를 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에 편승한 구조조정, 인정할 수 없다.

또 하나의 천막은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림비앤코 공장안에 있습니다. 경영잘못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경제위기를 빌미로 구조조정을 자행하겠다는 대림자본 (대림그룹 이준용회장의 이복동생인 이부용이 대림비앤코의 회장이다.)에 맞서 대림비앤코노동조합(위원장 이정식)이 천막을 치고 있습니다. 2월 19일부터 쳤으니까 벌써 두 달을 훌쩍 넘었네요.

노동조합은 전 조합원과 함께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서울 상경투쟁도 하고, 중식집회도 하고, 출퇴근 투쟁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멀쩡한 자기집을 놔두고 천막농성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환절기에 몸도 엉망이 되어 갑니다. 하지만 함께 살겠다는,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에서 이제 천막농성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다가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화물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오며가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대림비앤코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신다면 힘내라는 클락션(짜증의 클락션이 아닌)이라도, 손이라도 한 번 흔들어 준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