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대림·효성

컨테이너로 농성장을 설치해야 하는 세상

터사랑1 2009. 10. 8. 23:26

 

 

한가위가 지났건만

추석이 지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많은 곳에서 아직 명절기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을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 지낸 사람들이 있다. 대림자동차 조합원들과 간부들이다.


웬 컨테이너 농성장?

대림자동차는 창원시 성산동 58번지에 소재하고 있는 2륜 오토바이 생산 및 자동차 부품 생산을 하는 기업으로 1986년부터 현 위치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 정문앞에는 어제(8일) 오전 11시부터 컨테이너로 된 농성장이 설치됐다. 회사는 오토바이 판매가 부진하다며 13일(화)까지 추석휴무와 함께 휴업을 하고 14일(수)부터 정상근무를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간부들은 8일 천막도 아닌 컨테이너로 농성장을 설치했다. 왜 그럴까?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림자동차지회(지회장 이경수)는 4월 15일부터 지금까지 48차례의 09년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을 해 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회사는 8월 이전에는 ‘휴가이후에 일괄 안을 제시하겠다.’고 주장하다, 휴가 후에는 ‘조만간 안을 내겠다.’며 쟁의행위를 유도해 왔다. 임단협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는 조, 반장을 동원 ‘지회 활동에 참여하면 정리해고 일순위다. 불참해라.’며 회유, 협박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이어 왔다.

 또한 회사는 7월 20일 생산축소 및 아웃소싱 협의를 요청해 왔으며 회사는 4차 교섭에서 생산축소 50%(1일 10시간 기준 1일 10만대 생산체계에서 5만대 체계)와 조립 18공정, 부품센타 일부, 용접 등의 아웃소싱을 요구해 왔다. 7차까지 진행된 교섭에서 회사는 아무런 대책없이 ‘구조조정’만 들먹이고 있으며 당초 추석전에 구조조정 대상등에 대한 발표를 한다고 했다가 지역여론등에 대한 우려속에서 뒤로 미뤄 조합원들이 출근하는 14일을 전후로 구조조정 대상등에 대한 발표를 하겠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이에 대한 반발로 농성장을 설치한 것이다. 보통은 천막농성장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림자동차가 위치하는 도로가 심야시간 대형차량(트레일러 등) 통행이 많아 일반 천막으로는 위험하기에 컨테이너를 농성장으로 설치하게 된 것이다.


경영진의 무능을 구조조정으로 돌파하려는 대림자본

노동조합도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회사에 대해 이륜차 사업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사업의 다각화와 새로운 영역에 대한 꾸준한 제안을 해 왔다. 하지만 회사의 경영진은 투자와 연구를 통한 경영상태를 개선해 가는 것이 아니라 땅을 팔거나 일부 사업부의 외주화, 그리고 노동자를 줄이는 형태의 구조조정을 통해 그해그해 흑자를 유지하는 방식의 경영을 10여년 이상 해 왔고, 지금에 까지 이르렀다. 경영진들은 대림자동차의 토대를 튼튼히 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유지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보다 스스로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에 급급, 연구 투자보다는 해년마다의 ‘흑자기업’에만 목을 매달아 왔던 것이다. 


노동조합의 말이 옳더라도 내 자리가 중요하다?

노동조합은 일시적인 구조조정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모두가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주장해 왔다. 경영진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들 역시 그룹으로부터 해년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월급 임원들이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대림그룹이나 대림자동차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의 일자리를 내년에도 지킬 수 있는냐’ 였다. 그런 경영진들이 당장에 돈이 투여되어야 하고, 결과가 몇 년 뒤에 나타날 지 모르는 R&D에 대한 투자를 할 엄두를 낼 수 있겠는가?

이런 과정이 10여년 이상 이어지다보니 옛날에는 비교대상도 되지 않았다는 지역의 경쟁업체에도 밀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경영진은 여전히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한다.

기업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보다 자신들의 자리에 연연하다보니 노동조합이 어려운 결정임에도 해고를 하지 않고 모두가 살 수 있는 방안부터 협상 할 것을 요구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시간 줄이기, 노동부 지원의 활용, 근무형태 변경 등의 대안으로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다보니 노동조합이 노동부 창원지청, 창원시청 관계자와의 면담등을 추진하며 ‘함께 살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노력해 왔지만 회사는 팔장만 끼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이어졌다.

심지어는 전체 직원의 4-50%를 잘라야 한다고 하거나, 땅 값이 비싼 창원의 공장을 매각하고 호남이나 경북지방등으로 이전하겠다는 무책임한 발표만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경영 방식의 문제로 ‘재벌’에 대한 문제제기를 많이 한다. ‘재벌’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현재 대림그룹에서 드러나는 것 처럼 ‘이윤발생’ 만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경영철학이 한국경제의 주름살을 더욱 짙어지게 하고 있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개발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보다 그해그해 이윤달성에만 매달리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생명과도 같은 고용을 파리목숨처럼 이용하려 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 정상적인 사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