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대림·효성

니들이 이 맛을 알어?

터사랑1 2009. 10. 10. 23:41

 

 지난 9일(금) 오전 9시 30분 경. 창원시 내동 소재 효성 창원공장 앞에 650여명의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그들은 짝을 지은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바로 라면을 끓이는 중이었다.

이들은 한 달여 동안 회사의 직장폐쇄로 투쟁을 하고 있는 금속노조 효성창원지회(지회장 박태진) 조합원들이었다. 회사의 직장폐쇄로 공장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매일 아침 폴리텍7대학 앞 공원에 모여 집회를 하고 다른 일정을 이어왔다. 어떤날은 노동부까지 걸어가서 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행정지도를 촉구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마산, 창원, 진해시민들에게 효성자본의 악날함을 알리는 선전전을 하기도 했다. 이날의 일정은 항의도 하고, 맛있는 라면도 먹는 ‘회사 정문 앞 라면 끓이기’였다.

 

효성은 노동조합의 임단협 요구에 대해 6년 동안 5번이나 직장폐쇄를 했다. 직장폐쇄에 맞선 투쟁중에 ‘라면끓이기’는 단골 손님처럼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준비도 많이 해 왔고 라면도 각기 다양하게 끓이고 있었다.

 

 

 

 

 

컵라면을 준비한 조도 있었고, 슬쩍 소주를 끼워서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침을 먹고 왔음에도 40을 넘긴 중년 노동자들은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맛있게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날은 효성그룹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라는 새우가 고래를 잡는 격의 뉴스를 지나, 아들이자 효성의 사장인 조현준씨가 미국에서 호화주택을 불법으로 구입했다는 것이 대부분의 언론을 통해 장식되던 날이었다.

수천억의 흑자를 내면서도 임금 동결을 주장해왔던 회사가, 자기보다 큰 기업을 인수한다고 하지 않나, 사장이란 사람은 수십억이 넘는다는 미국의 집을 불법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이지 않나...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이 날 만큼은 즐겁게 투쟁을 이어왔다.

“니들이 이 맛을 알어?”를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