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모습/가족과 함께

일년에 열 일곱 번! 나는 못해

터사랑1 2009. 4. 1. 00:25

 비상!

지난 토요일(28일)은 ‘하늘땅’이라는 모임을 우리집에서 하는 날이었습니다. 두 달에 한 번 모여서 그동안 살아온 얘기도 하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고. 하여튼 좋은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나는 우리집이 진해라서 진해 벚꽃장이 열리면 길을 막힐 것이라는 우려와(물론 이것은 기우로 끝났다.) 모임 하는 날 하필이면 두 집이나 제사가 걸린 것입니다.

우리집을 제외한 모든 성원은 대구에서 살고 있었고, 결국 우리집이 아닌 제3의 숙소를 구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급히 구한것이 경북 성주군 수륜면 수륜리 873번지 ‘사우당 종택(이하 종택)’ 이었습니다.  다른 곳과 경합을 겨뤘으나 결국 교통이 편리하다는 판단으로 종택을 숙소로 정했습니다.

 

 


와, 멋지다!

토요일 늦은 오후. 우리가 가장 먼저 종택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애들 입에서 나온 말 “와, 멋지다. 아빠 오늘 우리가 이 집에서 자는 것 맞어?” 라는 말이었습니다.

애들도 멋있어 했지만 우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가 숙소로 이용하려고 하는 곳은 450년 된 건물(물론 약간의 보수작업은 있었습니다.)이었습니다. 그리고 숙박객들을 위한 ‘예절교육’도 해 준다는 겁니다.

우리는 특히 ‘어른들은 좀 편하게 쉬고, 그동안 애들에게 예절교육을 시키겠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위 사진은 우리가 사용한 숙소입니다.

 

1년에 열 일곱 번? 나는 못해.

주인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유정숙. 63세. 안동 하회마을이 고향이고 40년전에 시집을 왔고, ‘성균관’등에서 교육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경북지역 유교계에서는 제법 알려진 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숙소를 지키는 21대 종부라고 합니다. “종부의 삶이 어렵지 않는냐?”라는 물음에 “일년에 제사를 열 일곱 번 지낸다. 10월에 제사가 5번인데, 4번은 연속으로 이어진다.”며, “어렵다면 어렵겠지만 받아들이면 아무것도 아니다.”여 웃음을 지으십니다.

이 말을 듣던 우리 일행들은 “일년에 열 일곱 번? 나는 안해, 아니 못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어 버립니다. 


450년 이어온 1천여평의 종택

종택은 1천여평이 됩니다. 그리고 종택의 삶을 알리기 위해 숙박도 하고, 각종 체험행사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성주지역에서 ‘성년식’등을 하고, 각종 ‘다도(茶道) 예절’을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집안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물건들이 보입니다.

 

 

별미! 연꽃차

아침은 애들과 함께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아주 어린 꼬맹이가  맛있는 수제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어떤 애들은 수제비 만드는 것을 구경만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모여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애들에게 예절교육을 가르치면서 어른들에게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으신지 ‘차 한 잔 하자’며 일행을 불렀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연꽃차’라는 것을 맛 봤습니다. 따뜻하고 은은한 ‘연꽃차’는 정말 별미였습니다.

연꽃차는 연잎이 펼쳐지지 않고 모여 있을 때 따서 냉동실에 보관해 놓고, 끓여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어른이나 애들이나 부담없이 마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물놀이도 하고 

 

 

 

 

 

연꽃차를 마시고, 숙소 뒤편의 ‘사우당’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와서 애들과 함께 사물놀이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널뛰기를 하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애들에게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좋은 체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 아쉽다면 종택이라서 그런지 예절교육이라는 것이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더라는 것입니다.


세월은 변하는 것

우리 모임의 사람들은 설거지를 남자가 합니다. 21대 종부께서는 이런 모습이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셨나 봅니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하는 것. 종부께서도 조금씩 이해를 하겠지요.


팁 하나, 종택에 가려면

우리가 종택에 갔을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취사’였습니다. 어떤 종택은 식사제공도 하지만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21대 종부가 제안하는 것은 ‘날 좋은 5월 전후에 가라’는 것입니다. 많은 종택에서 실내 취사는 어렵지만 간단한 삼겹살 파티정도는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고 합니다.

 

사우당 종택에 가시려면

혹시 우리가 간 사우당 종택에 가시려면 ‘한국관광공사(http://www.visitkorea.or.kr)에서 ’사우당 종택‘을 치면 연락처, 숙박비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창원에서 고령까지 국도를 이용해서 갔습니다. 2시간 이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국도 이용을 싫어하시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성주IC‘에서 내려서 수륜면으로 찾아오면 됩니다.


그리고 종택만으로 부족하다면 가야산을 오를 수 있습니다. 해인사가 있는 쪽이 아니라 성주군 쪽에서 올라가는 ‘백운지구’라는 곳이 있습니다. (숙소에서 차량으로 10분가량) 그곳에서 가야산을 오르거나, 아니면 성주군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http://www.gayasan.go.kr)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떠나보시지 않으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