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창원시장에게 따지러 가야겠네"

터사랑1 2009. 8. 5. 11:52

대호엠엠아이에서 철야농성을 함께 하고 왔습니다. 아지매들이 ‘휴가도 안 가고 왜 오냐’면서도 반가운 눈치입니다. 사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6월 24일부터 시작한 철야농성은 벌써 40일을 넘겼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법 없이도 살아왔을 40대 중후반의 아지매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이란 것을 만들고, 그리고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회사는 일을 아무리 많이 해도 ‘어렵다’ ‘적자다’ 소리만 반복해 왔고, 그 말을 믿으며 최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정리해고 통보 이후 대표이사와 부사장등 형제들은 최근 몇 년 동안 3-40억원의 배당을 받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지급해 왔던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경남 메세나협회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남 메세나 협회는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구축하는데 이바지하는 활동’을 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호엠엠아이의 대표이사가 얼마나 지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성을 현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쏟았다면 지금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아지매들이 “쌍용차는 어떻게 됐냐?”고 물었습니다. “쌍용차지부가 금속노조 자유게시판을 통해 경찰특공대와 용역깡패의 도장공장 진입을 막아냈다고 밝혔다.”고 하자 마치 자신들의 일인 양 잘됐다며 박수를 칩니다. 아마 동병상련이라는 것이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요.

“오다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창원시장이 기업인들하고 골프치다가 걸렸답니다.”라고 또 하나의 뉴스를 전달했습니다. 아지매들의 반응은 “우리는 만나자고 해도 바빠서 시간이 없다고 하더니만 사장들은 만날 시간이 넘치나 보네”라고 반응을 보입니다. “휴가 철 끝나면 창원시장에게 따지러 가야겠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대호엠엠아이 조합원들은 철야농성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이 사용할 플래카드를 직접 썼습니다.

 

<7월 1일 창원대로에 붙은 플래카드- 출처 ; 오마이뉴스>

 

100여개의 플래카드를 7월 1일 새벽에 창원대로에 걸었는데 창원시청에서 걷어가 버렸습니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아지매들이 창원시청을 찾았고, 시장실 앞까지 가서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창원시청 관계자들은 “시장이 워낙 바빠서 잠시 면담할 시간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시장이 언론보도에 따르면 8월 2일 오전 7시 30분경부터 오후 5시경까지 거의 하루 종일 창원경영자협의회(회장 이택우 삼원테크 대표이사), 창원 공장장 협의회(회장 임상갑 두산중공업 전무) 회원들과 골프를 치고, 점심에 술자리까지 이어 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요일에 움직인 것이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을 받아왔던 140여명의 노동자가 40여일넘게 공장을 점거하고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는 단 한 번의 관심도 주지 않고, 기업인들만 열심히, 그것도 하루 종일 만났다고 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창원시의 정책이 ‘친기업’ 일변도로 가는 것이 이러한 로비를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을까요? 그들만 창원시민이고, 노동자들은 시민이 아닌가요?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평택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이 도장2공장에 고립돼 있다고. 쌍용차와 대호엠엠아이 조합원만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들이 생존의 위협으로 내 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이번 창원시장과 기업인들의 골프회동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