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모습/가족과 함께

신종플루가 준 선물

터사랑1 2009. 12. 14. 18:43

신종플루(공식 명칭은 신종인플루엔자라고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신종플루가 더 일반적인 용어로 알려져 있는 것 같네요)가 조금 잠잠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2명의 딸과 두 돌이 되어가는 아들내미를 가진 아빠입니다. 처음 신종플루가 알려지면서 두렵기도 하고, 혹시나 걸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도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많이 알려져 있는대로 아이들에게 기회가 있을때마다 손 씻기를 권하기도 했습니다.

 

11월 23일 월요일 아침,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나버렸네요) 초등학교 2학년인 작은 딸이 열이 난다는 것입니다. 혹시나 해서 병원엘 갔는데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확진까지는 기간이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고 하구요. 그래서 병원에 대해 “확진 판정을 받으면 차이가 뭐지요?”하니까 “별 차이는 없습니다. 양성반응만 받아도 타민플루 처방을 받습니다.”라는 것입니다. 확진 판정을 받는데 며칠이 걸리고, 가족이 다 받는게 좋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비용이 1인당 12만원정도 든다는 것입니다. (5인 가족이니까 60만원이더군요.) 그래서 결국 돈이 부담스러워서 확진판정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학교에 ‘양성’반응이 나오고, 타민플루 처방을 받았다고 하니까 한 주일은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사무실에서도 며칠간 쉬면서 애를 챙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작은애가 타민플루 처방을 받으니까, 초등학교 4학년인 멀쩡한 큰 애까지 학교엘 가지 못하더군요. 막내도 마찬가지고.

둘째는 심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어쨌든 처방을 받은 상태라, 멀쩡한 애 까지 셋이나 집에 두고 있자니 정신이 없더군요. 그래서 고민을 했습니다.

어떡하지?

결론은 힘이 들더라도 둘째는 집에서 요양을 하기로 하고, 큰 애를 데리고 저와 단 둘이서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막내는 엄마 손이 필요한 상황이라서 집에 함께 남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큰 애를 데리고 순천만으로, 그리고 송광사와 선운사를 거치는 1박 2일짜리 부녀간 여행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족여행도 많이 가지는 못했지만 부녀간의 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무슨 말을 붙여야 하는지도 몰랐고 침묵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생활도 물어보고, 친구들 이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돌아오면 자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얼굴도 제대로 못 본 적도 많은데, 부녀지간을 좁혀주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사춘기에 접어드는 것인지 엄마에게 조금은 까칠하게 대하던 것도 많이 부드러워 지기도 하구요.

 

신종플루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어떤 분들은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선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렵게 얻은 선물을 잘 지켜야겠지요?

 

 

<섬진강 휴게소의 탑입니다. 호남-남해고속도로 준공을 기념해서 만든 탑이랍니다.>

 

 

 

<순천만 안내도와 순천만 일몰사진입니다. 어디가서 일출 사진이라 해도 되겠더군요>

 

<송광사의 누각입니다.>

 

<선암사 승선교 사진입니다.>

 

 

< 두 절에 하마비가 있더군요. 이곳에서부터는 예전부터 말에서 내렸겠지요? 위-선암사, 아래-송광사>

 

 

<두 절의 대웅전입니다. 위의 송광사는 대웅보전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고, 밑의 선암사는 대웅전이라 되어 있더군요.

아래 사진의 걸개는 법회등을 할 때 탱화 등을 거는 것이라 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사진이 있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