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발레오

제2의 도요타가 되고 싶은가?

터사랑1 2010. 2. 18. 23:58

지난 1월 25일 일본 도요타는 미국계 부품업체(CTS)가 공급하는 가속페달의 문제로 인해 전 세계 8개 차종 약 1000만대의 차량을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사건이 ‘품질제일’을 강조하던 도요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일본 2위의 자동차 메이커인 혼다도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운전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에어백 결함 때문이다. 문제가 된 에어백은 일본 부품업체 다카타가 납품한 것이다. 일본 자동차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는 불량부품을 사용한 도요타의 단순 실수에 불과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표면상의 원인은 부품의 품질에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부품 납품체계에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그동안 원가절감을 위해 부품단가를 강제로 낮추고 부품업체로 하여금 품질개선 보다 비용절감에 더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 이른바 단가인하의 ‘부메랑’은 불량부품 공급을 통해 고스란히 도요타 자동차의 품질결함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사건이 단지 해외 부품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른바 도요타 생산방식 자체의 문제인 것이다. 작년 도요타가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제시한 ‘원가절감 30%’라는 무모한 목표설정이 불러온 예견된 결과이자, 비용절감만을 위해 추진된 일본식 생산방식의 근본한계가 결국 드러난 것이다.

<금속노조 성명서 원본은 http://metalunion.kr/02/03.php?ptype=view&idx=87677 >

 

마른수건도 짠다는 도요타 방식의 한계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대표적인 태도는 ‘마른 수건도 짠다’는 도요타식 경영방식이 한계에 이르렀음이 드러난 것이다. 세상은 질적인 발전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도요타자본은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해외생산전략을 추구해왔고, 그 치명적 결함이 드러난 것이다. 도요타 방식의 생산체계는 최근 20여년간 많은 나라 - 특히, 한국 -에서 모방전략으로 채택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쥐어짜기식 방식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났고,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 있는 ‘도요타 사태’로 확인되고 있다.

 

반면교사를 하지 않는 국내 자동차자본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내 부품사들은 외주, 비정규직 확대, 인력감축, 해외공장 이전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부품사의 자체 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다. 경기의 인지컨트롤스, 충남의 발레오 공조, 경주의 발레오 만도, 광주 전망의 금호타이어 등의 사업장들이 급격한 구조조정을 넘어 다수 사업장이 직장폐쇄라는 극약처방을 회사는 선택하고 있다. 그 중 압권은 경주의 발레오 전장 시스템(대표이사 강기봉, 노동조합은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 지회장 정연재)일 것이다.

 

 

 

< 발레오전장 시스템의 공장입구(맨 위)와 발레오자본의 직장폐쇄에 항의하는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기자회견 모습(중간)및 정연재 지회장>

 

매각 11년만에 직장폐쇄 자행한 발레오 전장 시스템

발레오 전장 시스템은 86년 설립된 만도기업 소속 회사였으나 IMF를 거치면서 한라그룹에서 1999년 프랑스 자본인 발레오로 분리 매각됐다. 주력생산품은 스타트 모터와 ALT(일명 제네레타)이며, 생산품의 80% 가량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하고 있는 차종 80% 이상이 발레오 전장 시스템에서 생산하는 ALT(제네레타)를 장착하고 있으며, 아반떼, 아이300, YF소나타 차량 100%가 장착하고 있다. 공장안에 일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다.

이러한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기업에서 2009년 새로운 대표이사와 인사부분 장이 교체되고 10개월만인 지난 2월 16일(화) 새벽 06시 30분부로 직장폐쇄를 자행했다. 문제의 발단은 5명이 하고 있는 경비업무를 용역으로 전환하려 했고, 이를 노동조합이 수용하지 않음으로 발생했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용역전환에 맞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회사는 이러한 노동조합의 행동에 문자로 직장폐쇄를 통보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2월 17일까지 단체협약에 의한 휴가일이었다. 그러니까 설날 휴가를 즐기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직장폐쇄가 됐다는 문자통보를 한 것이다.

 

300여명의 용역, 그 돈이면 뭐든 못할까?

말도 안 되는 문자를 통보받고 조합원들이 회사에 달려갔을 때 회사 정문에는 300여명의 용역경비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노동조합의 확인에 따르면 직장폐쇄 신고도 업무시간이 아닌 새벽에 담당자에게 유선으로 구두상 통보했다고 한다.

최근 노사관계에서 불거진 문제는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조합원들을 일방적으로 생산라인으로 전화배치를 하려는 회사와 이를 막으려는 노동조합과의 충돌로 나타났다.

300여명의 용역을 동원하려면 최소 하루 15만원 (물론 이 돈이 용역으로 동원된 사람에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업은 용역을 동원하기 위해 최소 15만원 이상을 사용하게 된다.)을 동원하려면 4,500만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결국 1주일정도 동원된 용역직원의 인건비가 5명의 1년 치 임금을 넘어서게 된다. 회사가 말하는 합리적인 인력운용이라는 것의 허구성만 드러낼 뿐이다.

 

충성심이냐, 과잉 충성이냐?

발레오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업장이다. 2009년 초반 전세계 54,000여명의 직원 중 5,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2009년 충남 발레오공조코리아의 폐업에 이어 발레오전장시스템의 용역전화 시도와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투쟁에 대한 직장폐쇄로 이어지고 있다.

발레오 공조 시스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과연 다국적기업인 발레오자본에 대한 충성심에 따른 것인지, 그것조차 아닌 국내 경영진의 자체 판단에 의한 충성심으로 나타난 문제냐이다.

문제가 어떤 것이든 노동조합은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중이다.

 

제2의 도요타가 되고 싶은가?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그리고 르노 삼성자동차 중 많은 차종에서 스타트모터와 제네레다를 경주 발레오 전장 시스템에서 생산해 왔다. 현재는 생산을 담당해왔던 조합원들은 공장밖으로 내몰린 채 사무관리직을 동원해서 수량맞추기 중심의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이러한 생산방식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다. 원청 회사는 이를 부정하고 있지만, 현재 생산되고 있는 국내 완성차의 대부분의 차종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로부터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이 제 기능을 발휘할까?

도요타 자동차의 사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단가’ 중심의 대응이 아니라 ‘품질’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자동차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단가인하를 막고, 이를 위한 제대로 된 부품단가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가 특정한 자본을 넘어서서 부품사업장 전반으로 이어져야 하고, 이것이 부품사업장의 성장과 국내 완성차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제2의 도요타로 이어질 것이다.

 

제대로 해라!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자면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기업은 도요타 사태를 돌아다보면서 품질향상을 꾀하기보다는 ‘소나기 피하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의 ‘리콜’이 현대자동차의 ‘무상수리’로 이어지고, 이렇게 외국에서 잃어버린 손실을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영업’으로 국내에서 회복하려 한다면 더 이상 현재의 자리를 보장하지 못 할 것이다.

현재 도요타의 모습이 미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그리고 GM대우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의 미래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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