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갑갑한 도지사, 똑같은 행정관료

터사랑1 2011. 12. 29. 22:11

 

김문수 도지사 검색순위 상위에

28일 일부 언론사를 통해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남양주소방서에 전화를 걸었는데, 소방서 119 상황실 근무자들이 김문수 지사가 걸오온 전화를 장난전화로 알고 응대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리고 28일과 29일 인터넷은 온통 김문수 지사와 관련된 내용이 검색순위 상위에 올랐다.

 

 

<12월 29일 밤 9시경 트위터 검색어 1위에 '김문수'가 올라있다.>

 

“도지사 김문수입니다.”

많이 알려졌지만,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면 이런 과정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김 지사와 119 상황실 근무자 2명의 대화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김 지사는 지난 19일 119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며 상대방이 관등성명을 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실 근무 소방관은 이를 장난 전화로 오인, "무슨 일로 전화하셨느냐", "이 전화는 비상전화입니다. 일반 전화로 하셔야 합니다."라고만 여러 차례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에 김 지사는 다시 119 상황실로 전화를 걸었고, 이 전화를 받은 다른 상황실 근무자는 이름을 대라는 김 지사의 요구에 자신의 이름을 밝힌 뒤 "119로 하셨잖아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라고 물었으나, 이번에는 김 지사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김지사는 이 두 번의 통화에서 "내가 도지사 김문수라니까"라며 자신의 이름을 총 8차례나 강조했다.

 

 

상황실 근무자가 근무수칙을 어겨서 전보?

경기도 소방본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소방공무원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서 '119 전화신고 접수시 먼저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히고, 신고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당시 상황실 근무자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김 지사의 전화를 받았던 소방 공무원 2명을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전보시켰다고 한다. 또한 경기도 소방본부는 19일 경기도내 34개 소방서에서 ‘김문수 도지사의 목소리가 담긴 통화내용’을 들려주며 소방공무원 특별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도지사의 목소리를 외우라고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른 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 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82004 )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김 지사의 전화를 받았던 오모 소방관은 29일 경기도청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초등학교 수준도 되지 않는 도지사

<초등학생 교육용으로 사용된다는 처칠과 관련된 일화를 담은 내용>

 

하지만 언론 보도 이후 인터넷과 각종 SNS에서는 김문수지사에 대한 질책과 책임에 대한 것으로 들끓었다. 응급전화를 받아야 하는 119 상황실에 전화해 "내가 도지사"라며 마치 자신의 자리를 이용해서 뭔가를 해결해보려는 것과 불성실한 응대에 불쾌감만 표출한 김 지사가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형태로 패러디가 되기도 했고, 다른 나라 정치인과 비교‘초등학교 수준도 안된다’는 혹평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 기사는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82013 )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한 포스터 - 출처 ; 한겨레>

 

<김문수 도지사의 생각에 대한 알고리즘>

 

<서정주의 서시에 빗댄 '경기돼지사' - 네이버 블로그 '서거니', 한겨레 재인용>

 

수당이나 제대로 줘라!!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진보신당 논평을 통해서 "김 지사의 무개념 언행이 도를 넘어 이제는 긴급한 내용만 소화하기도 바쁜 소방공무원에게까지 그 피해를 입혔다"며 "119 장난전화에 대해 집중 계도기간을 갖고 단속을 진행하는 소방서도 있다. 가장 먼저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어린 초등학생이 아니라 김문수 지사"라고 꼬집었다. 또 "경기도의 경우 2006년부터 현재까지 미지급된 초과근무수당이 340억 원에 이른다"면서 "김 지사는 무개념 장난전화를 중단하고 당장 미지급 초과 근무수당부터 우선 지급하라"고 했다. 열악한 조건의 소방관들에게 그나마 법으로 정해진 수당마저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자기 할 일이나 제대로 하고 하지....

 

 

국가 행정체계를 자신의 민원처리 공간으로 이용?

온라인을 중심으로 파문이 커지자 김 지사는 결국 소방관들이 징계를 받은지 엿새, 사건이 알려진 지 만 하루 만에 상황실 근무자 2명의 인사 발령을 철회하고, 원대복귀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 지사는 29일 오후 경기도소방재난본부를 방문해 "경기도시공사 감사를 했던 분이 암에 걸려 남양주로 병문안을 갔는데 위험한 상황이라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중형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었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지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긴급 상황으로 119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경기 소방업무 책임자)을 이용해서, 편의를 제공받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공인이 국가행정체계를 사적인 민원처리 공간으로 이용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 행정관료

김지사와 함께 지적되어야 할 대상이 있다. 행정관료다. 그들은 공무원이, 특히 소방공무원이 해야 할 업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김지사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문제제기, 아니 조언이라도 제대라 한 행정관료가 있었을까?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행정관료가 있었다면, 문제가 여기까지 왔겠는가?

시장, 군수, 도지사, 광역시장, 국회의원을 바꾼들, 아무런 영혼도 의식도 없이 자기 자리만 보전하려는 관료들이 진을 치는 이상, 무엇이 바뀔 수 있을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이 사실 어렵다. 출발점이라면 각 분야의 공무원들에게도 노동3권을 부여하고, 각종 정치인들의 입김을 조직의 힘으로 막으면 가능해지지 않을까? 물론 (자신들만을 위해)권력화 되는 노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