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모습/가족과 함께

초보 요리사의 부대찌개 만들기

터사랑1 2012. 3. 13. 20:09

객지생활 2년

창원에서 혼자서 서울에 올라가서 생활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별로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습니다.

숙소에 함께 생활하시는 분들이 워낙 음식솜씨가 뛰어나서, 제가 음식을 할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주말이 되어서 내려오면 일주일동안 세 명의 악동속에서 헤매던 안해는 저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게 됩니다.

저도 나름 뭔가를 해 보려고 하는데,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세탁기 돌리기, 청소기 돌리기, 설거지 하기 정도에 요리라고 한다는 것이 김치찌개나 라면 또는 짜장라면, 그리고 계란후라이가 전부였습니다.  

 

'부대찌개가 먹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는 자위속에서 살고 있었는데, 중학교에 진학한 큰딸이 이런저런 얘기끝에 '부대찌개가 먹고 싶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 하면서 고민을 하다가 큰 맘 먹고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부대찌개 조리법'에 대한 확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평소 먹고 싶었던 재료를 넣어서 자기 취향 껏 양념을 만들어서 만든 찌개'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주5일제 수업을 맞이 하는 첫 토요일에 딸들이 각자 일정에 맞춰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서 여섯살 막내를 데리고 인근 마트에 가서 장을 봤습니다. 여섯살 짜리 막내야 아빠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랐고, 햄, 오뎅(어묵)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를 사니까 덩달아 좋아했습니다.

(물론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것도 대단히 좋아합니다. 장난감 사 달라고 떼 쓰는 것만 없으면 정말 좋겠구만)

 

 

 

요리를 해 봅시다!!

장을 봐 온 재료와 함께 요리를 시작합니다. 먼저 음식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해 멸치와 다시마를 이용해서 육수를 냈습니다.

 

 

 

육수를 내는 사이에 부대찌개에 넣을 재료를 준비해 봤습니다. (사진에 나온 것이 재료의 부는 아니고 접시에 맞춰서 조절한 것입니다.)

 

 김치와 돼지고기가  참 먹음직스럽지요?

 

재료를 전부 넣으니 집에서 가장 큰 전골솥이 꽉 찹니다. 그러나 이후 닥칠 상황에 대해서 저는 잘 몰랐습니다.

 

고백해야 할 것이 있지요.

부대찌개를 하겠다고 했는데, 안해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해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마트에서 판매하는 부대찌개 소스를 구입했습니다. 구입을 하고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자기 나름대로 양념을 하면 되는 것인데 조금은 아쉬움이 남더군요.

 

부대찌개 소스를 다 부은 상태의 모습입니다.

 

제가 부대찌개를 하면서 가장 크게 실수한 것이 육수를 너무 많이 넣은 것이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진 육수를 다 넣었는데, 후과가 따르더군요.

 

 

부대찌개가 끓어면서 계속 국물이 넘쳐서 결국 안해에게 SOS를 쳤습니다. 안해는 상황을 바로 분석하더만요.

 

건더기가 많은 상태에서 육수를 가득 넣으니 넘칠 수 밖에요.

특히나 남들이 잘 넣지 않는 오뎅(어묵)을 여섯 살 아들이 잘 먹을거라는 저 나름의 생각으로 잔뜩 넣었으니.

 

결국 한 대접이나 되는 육수와 엄청난 양의 오뎅(어묵)을 빼 내고야 정상을 찾았습니다.

 

 

 

안해의 도움으로 부대찌개는 제 모습(?)을 찾았고, 마지막 맛을 내기위해 대파를 썰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부대찌개에 빠트릴 수 없는, 라면사리를 넣어서 맛있는 부대찌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애들이 부대찌개를 처음 먹어봐서 엄마, 아빠가 끓인 부대찌개가 전부인 줄 알거야'라는 자기 최면을 걸고 부대찌개를 만들었습니다.

근데, 부대찌개를 본 큰 딸의 첫 말은 "부대찌개에 왠 오뎅이야?"였습니다. ㅎㅎ

 

온갖 정성을 다해서 만든 부대찌개를 딸들이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안해와 저도 각자 좋아하는 술을 한 병씩 나눠마시며 초보가 만든 부대찌개 맛을 만끽했습니다.

 

재료비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제가 사용한 재료는

(의성마늘)햄, 부산오뎅(어묵), 콩나물, 돼지고기(찌개용), 홍고추와 풋고추, 양파, 대파와 두부가 들어갔습니다.

소스가 없이 한다면 고추가루, 다진 마늘, 고추장, 간장등이 추가될 수 있겠지요.

 

가족과 함께 맛있는 부대찌개 한 번 만들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