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모습/가족과 함께

휴가 나온 자녀에게 '키'를 주지 마세요!!

터사랑1 2012. 3. 23. 08:52

주특기를 살리러 공군으로!

조카 중 한 녀석이 공군에 입대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잘 나간다고 하는 명문 S대 공대에 다니고 있었는데 자신의 눈으로 비행기 엔진을 직접 보고, 고쳐도 보면서 더 나은 엔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큰 뜻(?)을 품고 공군에 입대를 했습니다. 

주로 육군에서만 근무를 한 식구들이 많은 속에서 공군으로 간다는 것이 의외이기도 했고, 그래도 자기 주특기를 살리려는 조카 녀석이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오픈 하우스?

얼마전에 형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2011년 말에 입대를 한 조카가 신병교육과 주특기 교육까지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3월 17일(토) 오전에 신병 부모, 친척들을 모시고 부대개방행사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형이 연락을 한 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형이 그 부대개방행사에 참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소 형에게 빚진 것이 많은 처지라서, "걱정마세요. 제가 어머니와 애들 데리고 개방행사에 다녀올께요"했습니다. 형수님은 서울에서 내려오기로 했기 때문에, 우린 부대앞에서 만나서 함께 조카를 만나러 갔습니다.

 

비행기 보여주지 말고, 태워주면 안되나?

군부대를 개방하는 행사라서 그런지 출입절차가 다소 까다로왔습니다. 일정한 절차를 밟고 버스에 나눠타고는 부대안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저는 기계화보병사단(보병이긴 하지만 주로 장갑차 등을 이용하는 부대)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래도 부대내의 이동은 걸어서 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공군은 일단 걸어서 이동하기가 만만치 않더만요. 활주로를 따라서 각종 건물이 있고, 부대 내를 이동하는 버스 승강장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동해서 국내 최첨단 비행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에 대한 설명을 하고, 다시 이동을 하는데 6살 먹은 아들녀석이 "비행기 보여주지 말고, 태워주면 안되나?"하고 천연덕스럽게 말을 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한바탕 웃을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키 주지 마세요.

비행기를 보고, 부대의 역사를 담은 영상을 봤습니다. 그리고 부대 주임원사가 몇가지 당부의 말을 하더군요. 군대에서 이등병의 상황과 고참이 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적응이 된다는 얘기와 휴가 방식까지. 공군은 6주에 한번씩 2박3일의 휴가를 주더군요.

주임원사의 마지막 당부의 말은 의외로 "휴가 나온 자녀에게 자동차 키를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주임원사는 최근 휴가나갔던 병장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서 인사사고를 낸 경우가 있다면서, 꼭 차키를 주지 말라고 하더군요. 군대내에서만 있다가 친구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고, 젊은 혈기에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덧붙여서 말입니다.

듣고보니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이더군요. '휴가나온 자녀에게 자동차 키를 주지 마세요!'

 

<개방행사에 함께 한 부모들이 병사들을 만나러 갑니다.>

 

 

<조카가 속한 부대의 동기들과, 그 부모들>

 

 

처음부터 같이 움직였으면

주임원사의 당부 인사를 끝으로 신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한 100여명 되려나? 똑같은 옷을 입은 신병들이 줄을 서 있어서 처음에는 조카를 찾기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가족들은 공군 사병들이 사용하는 내무반등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조카가 있는 내무반은 우리가 만난 곳에서 걸어 갈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국 최고의 시설이라는 해당 주임원사의 설명을 믿고,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고 조카와 함께 창원으로 내려왔습니다.

 

공군이라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대가 많이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녀를 보러 온 부모들은 아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다른 말들이 귀에 잘 들어올까 하는 생각에서, 처음부터 아들과 함께 이동을 하고, 아들이 부족하나마 자신들의 부대를 설명하는 방식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