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각종 노동조합

'해고'를 추석 선물로 주겠다는 기업

터사랑1 2012. 9. 21. 11:16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

9월 20일 오전 8시부터 김해시 진영읍 본산준공업단지에 있는 K중공업 식당에 전체 직원이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P사장과 J부사장 등 경영진은 '최근 금속노조에 가입을 했는데,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노조를 포기하고, 상여금 및 임금삭감을 해서라도 같이 가겠다는 사람을 제외하고 (조합원)전원 월요일(24일)에 해고예고 통보를 하겠다.'는 내용으로 전체 직원들에게 요구를 했습니다.

 

<김해 본산공단, 봉하마을을 가려면 만나는 공단이 본산공단입니다. k중공업은 본산공단에서 가장 큰 기업에 속합니다.>

 

 

전체 직원들은 회사측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한 경영진이 져야 할 책임은 없느냐?'는 강한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회사에 온 지 3개월 가량이 지난 J부사장은 "나는 아무 권한이 없다. 등기이사도 아니고, 오너도 아니다. 이런저런 제안을 하는 것이고 판단은 오너가 한다."며 아무 책임도 질 수 없다고 발뺌을 합니다. P사장은 '내가 회사의 주인이다. 회사가 싫으면 당신들이 나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추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포기하지 않으면 해고예고를 추석선물로 주겠다'는 것입니다.

 

 

K중공업은?

K중공업은 부산에서 1987년 창업해서, 김해 안동공단을 거쳐 지금의 본산공단에 있는 절단, 절곡 전문업체입니다. 본산공단을 중심으로 인근에 5개의 공장을 갖고 있으며, 인원은 많을 때는 90여명이었고, 지금은 60여명입니다. K중공업은 규모에 비해 4년에서 20년 등 장기근속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K중공업의 창업주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전체 직원의 자녀들에게 대학교 학자금을 일부 지원해 왔습니다. 출퇴근을 위한 기름값도 보장을 해 줬다고 합니다. 철야작업을 하고 있을때면 새벽에 찾아와서, "이 시간까지 계속 일을 하면 내일은 어떻게 일을 하냐? 빨리 마무리 하고 자라."고 하면서 제법 거리가 있는 김해 시내까지 가서 야식거리를 사주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습니다.

 

<k중공업 소속 노동자들이 19일 저녁 봉하마을 세미나실에서 전체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

 

 

해마다 바뀌는 경영진과 기준

2009년 창업주가 간암으로 갑자기 사망을 했습니다. 현재의 사장이 공장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긴 했지만, 경영에는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부사장 또는 전무라는 직함을 단 전문경영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새롭게 온 전문경영인(?)들은 K중공업에서 지금까지 해 왔던 작업이나 관리방식을 자신들의 기준으로 바꾸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문경영인(?)들은 채 1년을 넘기지 못했고, 지금의 부사장이 세번째로 왔습니다.

세번째 부사장은 부임한 지 얼마안돼 오랬동안 K중공업에 몸담아왔던 임원 일부를 석연찮은 이유로 해고습니다.경영진의 잦은 교체에다 새롭게 온 경영진의 해고등에 대한 불안감이 노동자들을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리게 했습니다.

 

 

영업을 모른다면서 노조땜에 영업이 안돼?

8월말에 금속노조 경남지부에서는 K중공업 경영진과 간담회, 9월 5일에는 금속노조 가입 보고대회를 가졌습니다. 간담회 자리에서 성동조선 출신이라는 부사장은 '자신은 영업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는데, 이후 지속적으로 사무관리직등과의 만남과정에서, 그리고 20일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회 자리에서도 '노조땜에 영업이 안된다'라는 말은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K중공업은 최근 상상도 못할 공문에 대한 결재를 마쳤다고 합니다. 노조때문에 영업이 안된다는 회사에서 발주처에 대해 '우리회사에 노조가 생겨서 납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어서, 입찰에 불응한다'는 내용으로 공문 결재를 마친 상태라고 합니다.

지금 모습은 '노조때문에 영업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인인 사업장에서 감히 노조를 만들어? 절대 인정못해'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인지, 회사에 일하는 노동자들을 자신들의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봉건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