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기업열전

당일 오후2시에 휴가가라는 회사

터사랑1 2016. 8. 2. 23:20

요즘 한창 휴가철입니다.

저도 8월 1일부터 휴가입니다.

그런데 휴가기간에 참으로 답답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출근한 직원들 모아놓고 오늘부터 휴가라고?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2년이 다되어 가는 회사의 지회장이 8월 1일 오전11시경에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은 '공장장이 갑자기 출근한 직원들을 모아놓고 오늘부터 휴가니까 빨리 집으로 가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에서 '우리는 이미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휴가라는 회사측의 공문을 받았다. 변경하려면 이유도 있어야 하고,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달라'고 했습니다.

공장장은 약간 얼버무리다가 '공문으로 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공문이 온 것은 8월 1일 오후2시였습니다.

길지도 않은 3일짜리 휴가를, 출발하는 당일 오후2시에 휴가라는 공문을 전달한 것입니다.

이게 정상일까요?


그동안 무슨일이?

문제가 발생한 회사는 창원시 성산구 성산동 소재 피엔에스알미늄(대표이사 남형석, 이하 회사)이라고 하는 회사입니다. '더존샤시'로 익숙하며, 탤런트 김태희씨가 광고를 찍은 샤시회사에 샤시용 알미늄을 납품합니다. (대표이사의 동생이 피엔에스 더존샤시 대표이사입니다.)


이 회사에는 2014년 9월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을 했고, 2015년 4월경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단체협약 상에는 '7월 말에서 8월 초(중)' 사이에 하계휴가를 준다고 되어 있고, 2015년 교섭과정에 '2016년에는 하기휴가를 3일보다 추가로 줄 수 있다'는 구두언질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구체적인 휴가일정을 결정해 줄 것을 요구했고, 또한 8월 1일에서 3일(구두상의 언질을 포함 5일까지) 휴가를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8월 10일(수)에서 12일(금)까지 휴가를 주장했고, 7월 28일에는 공문을 통해 휴가일정을 확정하기도 했습니다.



<휴가를 8월 10일에서 12일까지로 한다는 7월 28일자 공문입니다.>



7월 29일(금) 오후에 열린 '2016년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에서도 회사는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휴가'라고 제시했고, 노동조합은 이를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뒤에 발생했습니다.

갑자기 7월 29일(금) 밤10시경부터 공장장등이 sns등과 회사 게시판을 통해서 '하기휴가는 8월 1일에서 3일사이이며, 4일과 5일은 연차휴가를 적용한다'고 했다가, 다시 '하기휴가는 8월 1일부터 3일까지'라는 일방 통지를 하였습니다. 회사의 주장은 '그동안 노동조합의 주장을 대표이사에게 전달했는데, 답이 없다가 29일(금) 밤 늦게 그렇게 하라고 해서 바꼈다'라고 했습니다.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온 교섭대표가 한 말이 엉터리, 거짓말이 된 것입니다.



<8월 1일부터 3일까지 휴가라는 공문을 담은 메일입니다. 30일 오전에 도착했습니다.>


<노동조합에서는 교섭과정에 더이상 8월 1일부터의 휴가르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조합이 계속 주장을 했다면서 날짜 변경 관련 공문을 보냈습니다. 직인은 없습니다. >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회사가 10일부터 12일까지라고 해서, 주말까지를 포함해서 일정을 잡았는데 주말에 다시 일정을 바꾸면 어쩌라는 것이냐?"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힌 공문의 내용을 수정하려면, 적어도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힌 공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며 항의를 했고, 결국 8월 1일 출근을 했습니다.



<8월 1일부터 3일까지 휴가라는 회사측의 공문. 1일 오후2시경에 노동조합에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8월 1일부터 휴가'라는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힌 공문이 오후2시경 노동조합으로 왔습니다.

휴가는 창원지방고용노동지청까지 참여한 속에 우여곡절끝에 8월 3일(수)부터 5일(금)까지로 정해졌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받아서 교섭에 나왔지만, 그 교섭대표는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처음 노동조합이 생겼을때부터 발생한 문제입니다. 대표이사는 교섭에 나오지 않은 채, 다른 임원들을 교섭에 내 보냈지만, 정작 교섭과정에 임원이 사표를 내고 나가기도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이 '피엔에스알미늄의 관리직 직원들 평균근속이 6개월이 안된다'라는 표현을 할 정도였습니다.


이번 휴가 사태와 비슷한 일은 계속해서 일어났습니다.

안전교육 일정을 노사간에 합의하고도 정작 대표이사의 결재가 떨어지지 않아서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하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결정조차도 할 수 있는 임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이 결성된 이후 대표이사는 공장에 나타나지 않고, CCTV만 설치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상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제2, 제3의 여름휴가 사태가 재발되겠지요.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