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노동자에게 4차 산업혁명이란?

터사랑1 2017. 5. 29. 09:59


5월 25일 창원대학교에서 '경남고용포럼'이 주최하는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토론회 토론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

59일 조기대선이 있었습니다. 그 조기대선 과정에 많이 회자된 단어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일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인 Klaus Schwab'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주 발제자인 이효수선생님은 창조경제는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의하면서, ‘범용기술의 창조적 변화가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생산방식 및 생산력의 혁명적 변화와 산업구조 및 소비패턴의 혁명적 변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출현시키고, 기존 패러다임의 붕괴 및 새로운(?) 경제발전 단계의 이행을 가져온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효수선생님은 1차 산업혁명을 농업혁명, 2차 산업혁명을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대량생산체제, 3차 산업혁명을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혁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Klaus Schwab의 구분에 따르면 3차산업혁명은 동일한 시점을 가르키고 있고, 1차 산업혁명을 1760년대 증기기관의 발명과 기계발명으로, 2차 산업혁명을 전기의 발명과 대량생산체계의 도입이 진행되는 1900년대 초반 이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시기를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있고, 4차 산업혁명을 표현하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하게 지적되는 문제는 일자리 붕괴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은 20161'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던지면서 이로 인한 일자리 영향을 분석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21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5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합니다.

 

그와 별개로 3차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자동화와 컴퓨터 및 인터넷의 발전과 지금현재, 그리고 이후 진행될 상황으로 볼 때,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지칭할 정도로 혁명으로 명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3차 산업혁명의 자동화디지털화의 연장선 속에 있는 것이 아닌지? 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2. 산업의 변화, 그리고 노동자

1) 자동화의 확대

자동차 공장을 중심으로 주간연속2교대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인한 산업안전의 문제를 포함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실노동시간을 줄이고, 생활임금 보장등을 요구하며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되었습니다.

회사는 생산량의 일부 증가를 요구했고, 이것이 관철되었습니다. 이를 위한 시설투자도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설투자에 따른 신규 인력 채용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아니,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에 따른 신규인력 채용은 없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신규인력채용 없이도 주간연속2교대제가 가능했던 것은 노동강도 강화(작업속도 올리기)’자동화(로봇)’의 도입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전세계 산업용 로봇 2016(IFR World Robotics 2016)’에 의하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노동자 1만명당 제조업 로봇대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자료에서는 또한 국내 산업용로봇판매대수가 38285대로 전년대비 55%나 성장했고,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산업용 로봇판매대수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2위라고 합니다.

 


<로봇신문에서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자동화는 자동차, 전자전기 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자동차의 경우 차체용접과 도장 등 자체 내 3D작업에서 수작업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자동화의 영향은 고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들의 고령화가 이어지고 있고, 정년퇴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신규인력채용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동화, 또는 컴퓨터의 대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집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김세움연구원은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와 대응(2015)’에서 한국의 컴퓨터 대체 가능성 직업이 55~57%이며,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동남권에서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19,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중 생산/제조업은 14,000, 사무/행정직은 4,600, 건설/광업은 1,600, 지역별로는 경남 10,000, 부산5,000, 울산 4,000개 정도로 예상을 했습니다.1

 

 

2) 외주화의 확대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을 하다 512일부터 복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노동자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일은 생산현장이 아니라 영업‘R&D’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생산공장은 가동하지 않고 영업과 R&D로만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것입니다. 회사측이 내세우는 이유는 비용절감입니다.

 

국내 제조업의 많은 회사들은 비용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내하도급 확대, 파견노동의 확대, 아웃소싱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신기술, 신공장등은 별도법인 또는 별도 공장(현대위아 서산공장 등)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모닝을 제작하는 동희오토, 자율주행 기능을 생산하는 만도헬라(생산직 전원 파견업체)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3) 해외생산 확대

삼성전자의 경우 2016년 기준 스마트폰 생산의 94%를 베트남, 중국 등 해외생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에도 2017년 전체 생산량의 63%를 해외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부품사업장도 해외공장 인근에 별도의 공장을 건설해서,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전자, 완성차 외에도 해외생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많은 곳에서 드러납니다.



3. 한국 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문제 (노동의 문제를 중심으로)

1) 정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혁신 3.0 스마트 팩토리 대표공장 지정등을 운용하다 2016년 미르재단 논란과 탄핵등의 문제로 잠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자동차(현대자동차), 기계(효성중공업, 두산중공업), 전자(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의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스마트 공장’ 3,000여개를 선정, 지원하고 10,000개까지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각 지역별 창조혁신센터 등)

정부에서 진행하는 스마트 공장과 관련해서 원하청 간의 생산 또는 납품등의 공정, 고용과 관련해서 해당 노동자들과는 최소한의 공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든, 디지털화의 확대이든 산업에서 하나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소외되고 있습니다.

 

 

2) 기업

한화테크윈 2사업장에서는 2015년부터 사내 운동장 일부를 밀어서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 공장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사내 구성원 대부분이 몰랐습니다. 단지 무인공장을 만든다는 소문만 무성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장은 예전 1명이 한 대의 기계를 만졌다면, 이제는 여러대(?)의 기계를 만드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각 공장에서는 자동화 라인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정규직 채용을 많이 한다는 사업장도 10명의 노동자가 정년퇴직을 하면, 5명의 노동자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S&T중공업 등 일부 사업장은 20여년간 생산현장 신규인력 채용이 없습니다.

이미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출입카드에 자신들의 동선이 기록되는 장치가 삽입되어 있는 등 사업장 내에서 ‘4차 산업혁명또는 디지털화의 확대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자들과 공유하지 않습니다.

 

 

3) 그 외의 문제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생산하는 자동차의 25~30%를 전기차로 생산하겠다고 하면서 그에 따른 대응을 노동조합과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의 생산계획은 다른 자동차 산업의 생산계획으로 이어질 것이고, 전기차 생산이 일반화된다면, 내연기관(엔진, 미션 등) 생산공정의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와 관련해서 진지하게 노조와 논의하는 사업장은 없습니다. (대량실업의 우려)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사업장내에 있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업무지시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업무공간과 비업무공간, 업무시간과 비업무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계속 일하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불노동의 확대, 끝없는 노동의 증가)

 

일상 생활속에서도 식당에서 컴퓨터로 스스로 메뉴를 선택하고, 버스(기차) 승차권을 컴퓨터에 서서 발권하는 등 그림자노동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림자 노동의 확대)

 

 

 

4. 마치며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 또는 디지털화 확대에 따른 현장의 모습을 짧게나마 봤습니다. 문제는 국가(지방정부 포함)이든 기업이든 노동자나 노동조합을 협상의 대상’ ‘함께 가야 할 동반자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제기된 폭스바겐의 경우 사업장에서 10년의 전망을 놓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과정이 예전 기업이 어려웠을 때 28시간 노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로 나타날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변화되는 세상에 맞춰 스스로의 삶을 정부/사업주와 함께 고민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노사관계가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속에 노동자들은 실노동시간 단축’ ‘평생교육 및 훈련’ ‘기본소득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워크인혁신연구소 이문호소장님 자료를 재인용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