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공무원 = 공권력’ 이건 아니지 않나요?

터사랑1 2009. 9. 7. 00:12

9월 4일 아침 도민일보를 보면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마산시지부는 3일 오후 3시 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일 가포대로 3-10호선 도로공사와 관련한 주민 현장설명회에서 시 관계공무원과 시의원 그리고 지역주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부 주민이 설명회를 무산시키고 공무원을 집단폭행한 사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분노한다"고 밝혔다. 마산시지부는 또 "이번 폭력사태는 마산발전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속에서 공직사회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뿐만 아니라 공권력 훼손은 물론 더 나아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고, 마산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1600여 명의 마산시 공무원의 사기 저하와 함께 허탈감마저 안겨주었다"고 강조했다. 마산시지부는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마산시의 안전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였습니다. 


그 기사를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공무원노조가 저처럼 강경한 성명서(성명서라는 것은 민주공무원노조 마산지부 홈피를 통해 확인했습니다.)를 발표했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과정에 대해 경남도민일보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의 대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과의 마찰이 있었고, 폭행(건화맨션 입주민들은 ‘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어서, 사실관계는 뒤에 확인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마산시 간부 공무원은 전치3주의 진단을 끊고, 입주민들을 고소했다고 합니다.) 사건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폭행’ 관련 논란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고, 만약에 폭행이 있었다면 그에 따른 처리가 따르겠지요.


그리고 저에게 들었든 생각은 “내가 만약 건화맨션 입주민이면 어떻게 했을까”였습니다. 그 답은 “아마 ‘시장 나와라’를 요구하며 시청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거나 심지어는 더한 행동도 했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담벼락에서 54cm 사이에 두고 도로가 건설된다면 저도 당연히 이를 막기 위한 싸움을 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싸움의 시작은 “책임자가 와서 설명을 하라”는 것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대한주택공사나 진해시청의 공무원을 통해서 확인한 것이 ‘보다 높은 직책자(가급적 책임자)를 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을 이미 수 차례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화맨션 입주민들이 ‘마산시 부시장’이 자리를 함께 하기로 하고,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거칠게 항의한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래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기사의 내용 중 ‘공권력 훼손은 물론 더 나아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 이라는 대목이었습니다. ‘폭행’관련 논란을 일으키는 과정까지 처음 문제를 발생시킨 쪽은 마산시(담벼락 54cm 옆으로 도로를 내겠다는 발상)에 있고, 이런 원인으로 인해 먹고 살아야 하는 생계 문제가 있음에도 입주민들이 시청 관계자들을 불렀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청에서는 ‘책임자’는 없이 ‘실무선’만 왔고, 이로 인해 입주민들이 흥분했고 몸싸움이 있었습니다.

원인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없이, 결과에 대해서만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잘못된 행정’에 대한 반성도 없이, ‘공무원의 활동은 공권력이고 이에 대해 항의하면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는 발상에 오싹함이 들 정도였습니다. 차라리 이것이 마산시의 공식 성명서였으면 어느정도 이해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성명서를 발표한 조직은 ‘공무원 노조’였습니다. 그것도 행정상의 뚜렷한 문제를 일으킨 마산시의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이런 지적이 나왔다면 어느 정도 이해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어디에도 없고 ‘폭력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수립할 것’과 ‘사법기관이 이번 사건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여 위법자는 엄벌에 처함으로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요구’ 했습니다. 이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공무원 노조를 왜 만들었나?

공무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에 공무원에 대한 느낌은 ‘박봉’‘철밥통’‘관료’‘권력의 하수인’‘민중에게 군림하는 사람’등 혼재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2002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 ‘합법화’를 둘러싼 이견 등으로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하 민공노)가 분리됐습니다. 최근에는 통합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두 조직은 동일하게 ‘권력과 자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받아왔다. 정권이 바뀌면 정권의 정통성 확보를 위한  희생양이었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 온 공직사회를 내부로부터 혁신함으로써 올바른 나라, 상식과 정의가 바로서는 나라를 만드는 주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강령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민주적이고, 깨끗한 공직사회 건설, 사회의 불평등 해소와 인간 존엄성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마산시 지부의 성명은 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노동조합마저 ‘원인’에 대한 고민 없이 현상만으로 접근한다면, 공무원에 대한 신뢰는 땅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왜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마산, 창원, 진해 등 인근 지역에서 이러한 민원이 마산에서 가장 많은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풀어가는 것인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요?


1989년 전교조가 처음 만들어질 때 많은 민중들에게 지지를 받았습니다. ‘촌지’로 상징되는 학교 내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전교조가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것처럼 공무원노조가 만들어질 때 많은 민중들은 ‘공직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 기대가 실망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보다 합리적인 사회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만드는 길에 공무원 노조가 함께 할 때 민중들의 신뢰가 이어질 것이고, 그 힘으로 ‘노동3권’이 확보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매우 거칠게 쓰여 졌습니다. 그리고 저도 노동조합의 간부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 글은 공무원 노동자 동지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한 금속노동자의 소망으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