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경남도민일보, 자기 검열에 빠졌나?

터사랑1 2009. 10. 16. 13:22

직장폐쇄 한달.

효성자본의 직장폐쇄가 한 달을 맞이하고 있다. 회사는 언론등을 통해 직장폐쇄를 하더라도 노동조합과 교섭을 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한번도 교섭이 열리지 않았다. 적반하장 격으로 '노동조합이 파업을 풀면 교섭을 하겠다'는 말로 오히려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분노만 사고 있다.

 

 <효성창원지회 조합원들이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며 폴리텍 7대학앞에서 노동부 창원지청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진척이 없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풀어보기 위한 고민을 해 왔었다. 그 중 하나가 언론사 투고였다. 어디를 할 까 하다가 '경남도민일보'에 기고하기로 하고, 지난주 목요일(8일) 경 원고를 보냈다. 적어도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기고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주)효성의 사장이 미국에 호화판 주택을 구입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원고를 수정, 다시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기고'에 실리지 못했다.

 

결국 경남도민일보에 전화를 했다. 명확한 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또 다시 취재기자등을 통해 확인한 것은 '노사간 의견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에 신문에 싣기 어렵다'는 편집국의 의견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노사간 교섭을 해 오면서 파업과 직장폐쇄까지 이어질 정도면 그것은 당연히 의견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남도민일보' 지면을 빌어 글을 쓰지만 그 글에 대한 책임은 글을 쓴 사람이 지는 것이다. 글에 대한 최대한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효성창원지회의 검토까지 받아서 올린 글이 생각지도 못한 신문사 내부의 문제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의견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에 싣기가 어렵다'는 대답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최근들어 '오래동안 MC를 해 왔다'는 이유로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한 김제동씨나, '출연료가 비싸서' 교체한다는 '100분 토론' 진행자 손석희씨가 생각날 따름이다.

아니 그 방송국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다. 방송국이야  자신들의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를 교체하는 것이지만, 신문지면을 통해 의견을 내는 것을 막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쓴 글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노동조합에 치우쳐 있다면 당연히 효성자본이 항의등을 할 것이고, 그들의 의견을 실어주면 될 일이다. 자신들의 잣대로 독자의견을 실어주지 않는 '경남도민일보'. 이해할 수가 없다.

 

7-80년대 언론사에는 '보도통제'가 있었다고 들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보도통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인척에다 경제기구 수장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언론사 스스로 검열을 한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경남도민일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더욱 안타깝다.

'경남도민일보' 너 마저!!

 

 

 (아래 글은 경남도민일보 기고란에 보낸 내용이다.)

효성은 고래사냥 중단하고 교섭에나 나와라!!

문상환 (금속노조 경남지부 교육선전부장)

가을걷이

추석을 지나며 들녘에는 가을걷이를 하는 농부들의 손놀림이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바빠진 손놀림만큼 마음이 풍요롭지는 못한 것 같다. 쌀값이 예년에 비해 폭락했기 때문이다.

1년 농사 결과가 가을에 나온다면 노동자들은 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교섭을 봄에 시작하고, 늦어도 여름 전에는 마무리 지으려 한다. 우리 지역의 많은 사업장에서도 올해 임금인상이 많던 적던 마무리가 됐다.

6년 동안 5번의 상습적인 직장폐쇄

하지만 마무리는커녕 평행선을 달리는 사업장도 있다. 효성창원(옛 효성중공업)도 그런 경우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효성창원지회(이하 노동조합)는 3월 27일 1차를 시작으로 8월 14일 23차까지 임금인상을 위한 교섭을 회사와 가졌다. 그리고 두 차례의 실무교섭도 가졌다.

노동조합은 기본급 87,709원 인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회사는 ‘기본급 인상은 꺼내지도 마라’ ‘성과급과 일시금 외에는 교섭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 회사 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08년 영업이익이 4,104억, 순이익이 1,364억이다. 09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2,555억, 순이익이 983억이었다.

노동조합은 현재 상황과 대응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자 ‘교육’을 준비했고, 회사와 실무선에서 일정까지 확정했다. 하지만 회사는 약속을 뒤집고 ‘교육시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잇따라 9월 18일 오전7시부터 창원공장 5곳과 효성에바라에 대해 직장폐쇄를 했다. 효성은 04년부터 지금까지 07년을 제외하고 6년 동안 5번 직장폐쇄를 했다.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맞서 경영상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 방어적, 수동적인 차원에서 사용자가 노동자의 노동력 제공을 거부하는 것으로 새로 사람을 채용하거나 일용직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체하여 일을 시킬 수는 없다.

임금동결 요구하며 ‘고래사냥’에만 관심

직장폐쇄 이후 회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노조와 대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교섭조차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알려진 것은 재계순위 33위인 효성그룹이 18위인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는 소식이었다. 새우가 고래를 잡겠다고 ‘고래사냥’에 나선 격이다. 08년과 09년 상반기 순이익이 2,000억이 넘으면서도 ‘회사가 어렵다’며 임금동결을 요구한 회사가, 자신보다 규모도 크고 현금만 4조가 들어간다는 하이닉스 인수에 나선 것이다.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주변 반응은 싸늘하다. 4조나 되는 현금을 동원할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데다 반도체에 한정된 하이닉스는 주기적으로 불황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두 기업이 동반 부실화 할 위험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고, 이는 효성 주식이 하이닉스 인수 발표이후 40% 이상 하락한 것과 최대주주 중 하나인 미래에셋의 주식 대량매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효성그룹 조석래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다. 현직 대통령의 사돈이기도 하다. 하이닉스 인수가 권력의 힘에 의지한 무리한 M&A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현직 대통령은 신규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라고 경제인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돈기업은 신규투자가 아닌 M&A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M&A를 신규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술 더 떠서 회장의 아들이자 효성의 사장은 7년 전 미국에 호화주택을 불법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며 조합원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직장폐쇄로 떠난 자리에 하청업체 노동자이나 일용직을 동원 일을 시킨다고 알려지고 있다.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현행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납기를 넘겨 위약금을 물게 될 상황임에도 서울 본사의 영업직 사원 150여명을 현장에 투입, 영업에 차질을 가져오는 악순환만 되풀이 할 뿐 노조와 교섭을 진행할 생각은 없다.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분담이 아니라 노조의 힘을 빼기 위해 오기만 부리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직장폐쇄 한 달이 다가오고 있다. 조합원들은 매일 아침 폴리텍 7대학 앞 공원에 모여 간단한 집회를 하고, 정문 앞까지 행진 후 마무리 하거나 노동부까지 가서 제대로 된 행정지도를 촉구하는 일정을 이어오고 있다. 가끔씩은 회사 정문 앞에서 라면도 끓여먹기도 한다.

효성그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고래사냥’이 아니고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교섭이다.

그것이 진정 제대로 된 기업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