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선진화의 덫

터사랑1 2010. 3. 13. 10:09

삽질에는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새해가 되면 정부는 항상 경제성장 목표치와 몇 개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올해도 정부는 5%의 경제성장과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20만개의 일자리가 어디에서 생길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요즘 전국 곳곳에 이른바 4대강 사업이 요란하게 진행중입니다. 이런 토목현장에서 일자리가 늘어날까요?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요즘 토목이나 건축현장은 대부분 장비가 일을 합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고용없는 성장만

최근 언론에서는 제조업에서도 성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산업현장에서도 기계 자동화, 작업장 합리화등의 이름으로 고용이 줄어들고 있으며, 한술 더 떠서 자본은 정규직 채용이 아니라 외주화나 아웃소싱, 비정규직 채용을 확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결과 ‘88만원 세대’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대기업에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경제위기를 빌미로 선배들보다 2-30% 삭감된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9년 하반기 한시적 일자리 대책으로 인턴이나 희망근로등의 이름으로 공공부문에 3만 2천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자영업장 27만명과 25만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 들었다고 합니다.

 

 < 역무원이 있는 창구가 있는 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데

그렇다면 ‘양질의 일자리’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려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을 보면 양질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이용하는 지하철 역이 있습니다. 지금 지하철역에는 역무원이 근무하는 창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대신 자동화기계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자동화’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역무원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익요원들과 노인일자리 창출을 통해 일하러 오신 어르신들이 기계 주변에서 티켓 구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서울시에서는 이런 것이 한 명의 일자리가 줄어서 두 개의 일자리를 늘렸다고 통계를 내 놓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무원이라는 안정된 일자리가 없어지고 그 대신 공익요원과 노인 등 단기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을 뿐입니다.


이건 제대로 된 서비스도 아니다.

공공부문은 ‘얼마의 이익을 냈느냐’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국민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하고 있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지하철 이용방법은 ‘공공서비스’라는 부분에서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지하철이 버스등과 달리 거의 정확한 시간에 움직이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역에는 해당역 출발시간을 적어놓은 시간표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역무원이 표를 발매하는 창구가 사라진 덕분에 정기권이나 교통카드등이 없으면  자동판매기를 통해 1회용 티켓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그런대로 적응을 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드신 분들은 제대로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보다 표를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헤매야 하는 상황입니다.

출발역과 도착역을 스스로 자동판매기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자동화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환승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1회용 티켓으로는 환승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1회용 티켓을 발행받아야 하고, 교통비는 2배가 소요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면 다시 보증급 환급기에 가서 1회용 티켓에 들어있는 보증금 500원을 되돌려 받아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다보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보다 티켓을 구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상황입니다.

 

<역에는 이런 안내센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녁시간이 되면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방식은 ‘공공서비스’로서의 기능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지난 1월 4일과 5일 폭설이 내렸을 때 확인되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렸고, 그 중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동판매기에서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서도 길게 줄을 서는 이중고를 겪은 것입니다.

 

 

 


서비스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행하고 있는 ‘공공부문 선진화’가 과연 국민들을 편리하게 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