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대림·효성

참 장한 일 하십니다.

터사랑1 2009. 11. 29. 09:40

 장면 하나

창원시내의 모 아파트.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집을 지키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벨을 계속 누른다. 인터폰 모니터를 통해서 밖을 보니 남자 어른들 2-3명이 정문 앞에 있다.

“누구세요”

“아빠 다니는 회사에서 왔다. 뭐 가지고 왔는데”

“아빠 지금 집에 없어요. 다음에 오세요.”

하고 인터폰을 끊자 계속해서 벨을 누른다. 그래도 답을 하지 않자 누군지 모르는 그 어른들은 정문을 발로 차는 등 소란을 피운다. 혼자 집을 지키던 여학생은 놀라서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회사에서 왔다면서 정문을 발로 차고 무서워 죽겠어”라며 울며 전화를 한다.

회사에 있던 아버지는 집으로 달려가고, 정문 앞에는 ‘해고 통지서’가 붙어 있다.


장면 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애 둘이 집에서 놀고 있다. 초인종이 울려서

“누구세요?”

“아빠 다니는 회사에서 왔다.”한다.

문을 열어주자, 얼굴을 잘 모르는 어른이

“다른 어른은 안 계시냐?”하고 물었다.

“아빠는 회사에 있고, 엄마도 볼 일 보러 갔어요.”하자

그 어른은 기다렸다는 듯 ‘편지’를 주고 간다.

편지 내용이 궁금한 아이들은 편지를 뜯어본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겠다.

엄마가 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애들이 묻는다.

“엄마, 해고 통지서가 뭐야?”


장면 셋

창원시내 한 병원. 병실로 2-3의 남자들이 찾아와

“000씨 병상이 어딘가요?”하며 한 사람을 찾는다. 결국 000씨의 병상을 찾은 사람들은 편지 봉투를 하나 건넨다. 편지봉투 안에는 부인의 ‘해고 통지서’가 들어있었다.

000씨는 최근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을 해 왔다. 그의 부인은 대림자동차에 다니고 있었다.

대림자동차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여성조합원은 “내도 사장 집 찾아가서 ‘해고를 철회하라’고 가족들에게 따져야겠다. 해고는 살인이라 카더만은 대림은 살인 수준을 넘어서 가정파괴범이지 않느냐”며 화를 삭이지 못한다.


두 번의 해고 통지서

대림자동차는 27일 오전 ‘해고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60명에게 발송했으며, 한 명은 과장이었고, 한 명은 공상치료를 받고 있는 조합원이었다. 그리고 58명은 현재 ‘09투쟁 승리! 정리해고/공장이전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이었다. 쟁의기간임에도 지회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임원 전원을 해고하고, 전/현직 간부 대부분에 대해 해고통지서를 날렸다.

대림자동차는 등기발송 외에도 관리직 사원을 중심으로 직접 조합원의 집으로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위의 장면 셋은 대림자동차의 관리자들이 ‘해고 통지서’를 통보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재구성 한 것이다.

‘해고 통지서’를 우편과 사람을 통해 두 번 받은 것이다.

 

친절하게 해고방법 가르치는 노동부

노동조합은 “왜 두 번이나 해고통지서를 보내는 것이냐?”고 노무담당자에게 물었다. 그 담당자는 “우리도 우편으로만 보내려 했다. 그런데 노동부에 문의를 하니까 직접 전달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다시 보낸 것이다.”고 했다.

27일 오후 대림자동차 지회장은 민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함께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장을 면담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노동조합 간부들은 “고용유지 지원금을 통한 방법 한 번 쓰지 않고 해고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해고하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지역에서 노력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었다. 이 제안은 창원시와 경상남도에도 전달됐다.

노동조합은 노동부에 대해 ‘해고하지 않고 함께 살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데, 노동부는 회사에 대해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러니 노동부를 노동조합이 신뢰할 수 있을까?


참 장한 일 하십니다.

27일 밤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휴게실에 모였다. 같이 막걸리를 마시며 ‘해고 통지서’ 전달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한 조합원이 옆에 다가와 “우리 마누라한테서 ‘해고 통지서’가 왔다는 전화가 왔더라. 그래 머라했노? 카니까 “‘해고 통지서’를 받으니까 심장도 떨리고, 손도 떨리고 아무 생각이 없더라” 카면서 (해고 통지서) 갖고 온 관리자 한테 “참 장한 일 하십니다.” 캤다네. 그라니까 걸마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더란다.”면서 막걸리를 권한다.


‘해고 통지서’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도, 그걸 날라야 하는 노동자도 기분이 좋을리는 없다. 서로가 깊은 마음의 상처가 남을 것이다. 대림자본은 이렇게 노동자들의 가슴에 너무나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기고 있다.


대림자동차는 ‘더불어 기쁨을 나누고 삶의 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경영가치를 내 세운다. 과연 지금의 모습이 회사가 말하는 경영가치와 동일한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