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발레오

슬픈 어린이날

터사랑1 2010. 5. 5. 02:01

 

 

 <직장폐쇄 철회를 촉구하는 3월 12일 금속노조 집회 사진. 사진출처 ; 금속노조>

 

직장폐쇄 80일, 현장에서 3명 다쳐

5월 4일(화) 오후 5시경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대표이사 강기봉, 이하 발레오) 현장 곳곳에서는 각 팀장들이 이른바 ‘안전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최근들어 벌써 세 번째 산재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회사에서 그토록 믿었던 반장들을 중심으로 세 번의 사고가 났다.

오늘(5일)로써 2월 16일부터 발레오가 노동조합(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지회장 정연재, 이하 지회) 및 조합원을 대상으로 시작한 ‘묻지마 직장폐쇄’가 79일을 맞이하고 있다. 80여일이 된 것이다.

그동안 회사는 특별한 기준없이 선별적으로 조합원을 현장에 복귀시켰다. 물론 불법으로 일용직을 채용해 현장에서 일을 시키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레오 현장에서 잘 일어나지 않던 산재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발레오 현장에는 조립공정이 많아서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대부분 근골격계 환자였다.)

먼저 2월 말 경 처음으로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 중 이모 반장이 손가락 절단사고가 났다. 이미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에 산재신청을 해서, 승인이 났다. 그리고 두 달여 지난 지난 3월 26일 저녁에도 사고가 났다. 작업용 로봇에서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던 모반장이 작업 도중 로봇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곧 경주 동국대 병원 응급실로 옮기고, 응급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새벽무렵 병원에서 나왔다. 모반장이 병원에서 나오고 나서, ‘두개골 골절’로 전치 6주의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모반장은 더 이상 동국대병원에 나타나지 않았고,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물론 노동부나 근로복지공단에도 5월 4일(화) 18시 현재 산재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4일(화) 오후 3시경 또 다른 반장이 롤링작업을 하다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현장에서 전달되는 내용은 ‘병원으로 후송해서 수술을 하고 있다더라’ ‘누가 다쳤다고는 하는데, 언제 얼마나 다쳤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수용소의 한계

지회도 더 이상의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연락이 왔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 대부분이 사무관리직의 눈치를 보고 일을 하고 있으며,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다시 돌아오지 못 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깥에서, 특히 지회 간부가 전화를 하면 조심스럽게 받고, 구체적인 내용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 불과 두 달여 전, 한 식구처럼 지내던 조합원들이 수용소 같은 현장생활 속에서 위축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수용소가 아니라고?

발레오는 현재 경주공장이 ‘수용소가 아니다’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제3자의 눈에 보이는 발레오 경주공장은 영판 수용소다. 왜?

회사에서 전화를 해서 현장에 복귀하게 되면 회사는 ‘각서’ 비슷한 것(구체적인 이름이 잘 확인되지 않는다.)을 쓰라고 한다고 한다. 그 ‘각서’에는 ‘성실하게 일할 것’등의 일반적인 내용에서 ‘지금 현장에 들어와 있지만 고용보장은 할 수 없다’는 내용까지 들어가 있다고 한다.

일방적인 직장폐쇄 속에 밖에 있다가, 회사의 호출로 현장에 들어왔는데 ‘고용을 보장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고용을 보장 받으려면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한다. 엄청난 스트레스 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집에도 제대로 보내주지 않는다. 제법 오래(?) 전에 들어온 조합원들은 그나마 4박 5일, 조금 뒤에는 2주일, 최근에는 회사에서 전화를 해서 ‘최소 한 달 이상 회사에서 생활할 각오가 돼 있냐’를 묻는다고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대표이사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어떤 모습이든 약간의 액션을 취하게되면, 일부 충성파을 중심으로 그기에 더하기를 하게되고, 현재 발레오 경주공장의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회사는 친절하게 회사의 요청으로 복귀하는 조합원들에게 스티로폼 한 장을 지급한다고 한다. 이게 침대고, 이불이다. 이것을 자기 재주껏 자리 잡고, 자야한다는 것이다. 이걸 제대로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최소한의 안심이라도 하게 된다고 한다.

이게 수용소가 아니란 말인가?

 

<발레오 경주공장 출입구 모습>

 

죽음의 공장을 만들 것인가?

대표이사 나름대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집에 보내지 않고 ‘수용소’ 같은 분위기에서 아무리 회사가 ‘삼겹살 파티’를 하고, 일부 가족까지 불러서 ‘회식’등을 한다고 하지만, 조합원들의 마음이 안정될 수 있을까?

그리고 회사가 이렇게 연속해서 일을 시키면 그 임금은 어떻게 처리할까? 물론 회사는 나름대로 ‘개별 동의서’ ‘각서’등 다양한 보완장치를 한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표이사가 언제까지 있을 것이란 장담도 없고, 임금채권이 3년인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와 같은 ‘수용소 방식의 노동’에 대한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 곧, 4박 5일이라면 첫 날 8시간 근무 이외 시간에 대해서 회사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연봉 1억 노동자도 나오지 않을까? 혹 떼려다 혹을 제대로 붙이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조합원들의 ‘건강권’문제다. 회사에서 '수용소‘와 같은 생활을 하다보면, 다양한 고민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작업시간에도 이어질 것이고, 이미 세 건의 사고가 났지만 더 심각한 사고가 이어지면서 죽음의 공장으로 변할 수도 있다. 회사 나름대로는 해결책이라고 팀장들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했을 것이다. 하지마 이는 미봉책에 불과함을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발레오 자본과 현 대표이사가 바라는 사업장이 이런 모습일까?


노사관계를 노노관계로 떠밀지 마라!!

직장폐쇄 80여일이 다가오지만 회사는 제대로 교섭을 할 생각이 없다. 방송국에서 ‘생계문제’를 거론하니까, ‘무이자 200만원 대출’을 해 줄 것이니 회사로 신청하란다. 그런 돈과 정신이 있으면 노동조합과 교섭해서 직장폐쇄나 풀지.

그리고 직장폐쇄 한다고 온 공장을 컨테이너와 용역경비로 막아 놓고, 9일(일)은 ‘바자회’를 한다고 한다. 프랑스로 보내야 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용소처럼 각 문을 막아놓고 가족과 아이들까지 불러서 바자회를 하겠다고? 가족까지 스트레스를 주겠다는 것인가?

80여일간의 직장폐쇄를 풀 생각은 하지 않고 대표이사는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시간 날때마다 “아직 정신을 못차린 직원들이 천막을 치고 있다.”고 한다. 그기에 덧붙여 621명의 조합원 중 100여명에서 150여명이 남아 돈다면서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를 각 팀별로 토론을 하라고 한다. 도대체 누가 무슨 경영을 하겠다는 것인지. 조합원 중 일부는 ‘산 자’가 되기위해 스스로도 인정하기 힘든 일을 한다. 회사와 대표이사는 노사관계의 당사자이면서, 마치 자신들은 모르는 일인것처럼 뒷짐만 지고 있다. 그동안 발레오 조합원들과 가족, 그리고 주변 경제은 황색경보를 넘어 적색경보로 이어지고 있다.

노사관계로 시작했으면, 노사관계로 풀어야지 너무 비겁하지 않는가?


슬픈 어린이날

이제 어린이날이다. 해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아까운 날이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을 뒤로 하고,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누군 공장안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누군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며 천막 틈사이로 들어오는 먼지바람을 맞으며 잠을 청한다.

2010년,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고도 10년이 흐른 경주의 모습이다. 정말 ‘슬픈 어린이날’이다.

얼마나 멋진 경영을 계획하기에 이렇게 많은 가정에게 ‘슬픈 어린이날’을 안기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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