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발레오

100% 찬성? 장하다 발레오!

터사랑1 2010. 5. 20. 09:28

학살의 날에 구조조정 서막을 보다!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대표이사 강기봉, 이하 발레오전장)이 ‘묻지마 직장폐쇄’를 92일차 이어오던 5월 18일은 2천여 민중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민중항쟁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멀쩡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발레오전장에서 회사의 사주를 받은 일명 ‘조조모(조합원들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 명의로 19일 아침 9시부터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하는 ‘조직형태 변경 총회’를 한다는 공고가 천막 농성장 주변에 붙었다. 새벽까지 잠을 청하지 못했던 조합원들도 모두가 잠든 틈에 도둑고양이처럼 ‘총회소집공고’를 붙였다. 구조조정을 위한 서막이 울린 것이다.

 

 

‘원인무효 총회’를 한다는 사람들

조조모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총회를 소집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소집권자로서의 최소한의 권한도 없다. 그들이 속한 금속노조의 규약/규정/규칙에 의하면, 그들은 먼저 지회장에게 총회소집 요청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회장이 이 총회를 소집하지 않으면, 위원장의 승인을 받아 지부장이 지명하는 자가 소집권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으면 노동부를 통해 ‘소집권자 지명’을 받아서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하지만 19일(목) 아침에 진행된 총회는 이러한 최소한의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고, 임의조직인 조조모의 대표들이 소집한 것이다. 권한도 없는 사람이 소집한 원인무효 총회인 것이다.

 

 

<5월 19일 발레오 정문 앞, 총회에 참석하려는 조합원을 조조모 운영위원 중 한 명이 막고 있다.> 

 

‘넌 안 돼?’

이런 말도 안되는 총회가 무효임을 알리는 선전전이 19일 출입문에서 있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이어졌다. 아직 복귀를 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공장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조조모의 운영위원이라는 사람들이 사람을 선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발레오만도지회(지회장 정연재, 이하 지회) 간부들과 경비/청소/식당 등에 일하는 조합원들은 공장안 출입을 거부당했다.

 

같은 조합원인데 이름표가 다르다?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모인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의 색깔별로 앉아야 했다. 90일이 넘는 직장폐쇄기간 먼저 복귀해서 수용소같은 합숙생활을 해 왔던 조합원들은 가슴에 하얀색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복귀한 조합원들은 푸른색 명찰을 달고 있었다. 아직 복귀를 하지 못하고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조합원들은 빨간색 명찰을 달아야 했다. 그리고 총회가 진행되는 장소 주변에는 물건을 적치하는 파레트로 둘러쌓여 있었고, 그 주위를 사무관리직이 둘러싸고 있었다.

평소에는 600여명의 조합원들이 투표할 경우 2-3개의 투표함에서 부서구분없이 투표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 날은 전부 8개의 투표함이 설치돼 있었다. 부서별로 투표를 하고, 부서별로 개표를 했다.

 

100% 찬성? 장하다 발레오!

부품생산부 찬성 100%, 승용 스타트부 100%, 승용 ALT부 100% 등 부서별 투표결과가 발표되는 데 조직형태 변경과 새로운 노조(?)의 규약제정등에 연속해서 100% 찬성이 이어졌다.

전 세계 노동조합의 역사에서 수백여명이 참가하는 투표에서 100% 찬성이 나온 경우가 있을까? 그 답은 나와 있었다. 전날 저녁에 부서별로 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공지하며 이후에 다양한 방식(?)으로 투표결과를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이미 조합원들에게 암묵적으로 알려져 왔다는 것이다. 이 속에서 그동안 합숙생활을 해 왔던 조합원들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겠는가? 결국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공장에 복귀한 조합원 중 일부만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장안에서 합숙을 해야하는 노동자들의 몸은 물론 마음까지 피폐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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