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발레오

대한민국 공무원, 이정도는 돼야죠!

터사랑1 2010. 6. 4. 21:17

기본이 2주, 맞지요?

민원업무를 많이 해 보신 분들은 아는 것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에게 뭔가를 요구해서 답변을 받거나, 행동으로 옮기는데 보통 2주 정도는 소요됩니다. 그래서 보통 민원업무 처리하려면 ‘2주는 기본으로 깔고 시작한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공무원들에 대한 선입관을 한번에 날려버린 공무원들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아마 앞으로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표상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쿠테타, 하지만 답을 주지 않는 노동부

경주에 있는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대표이사 강기봉, 이하 경주 발레오)에서 5월 19일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대표 정홍섭, 서동철, 이하 조조모)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지회장 정연재, 이하 지회)‘를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 변경 한다면서, 총회를 열었습니다.

(조.중.동과 경제신문에서 격찬을 받은 이 총회에 대해서는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590 )

지회에서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설립신고를 반려할 것을 요구하자, 경주시청은 5월 19일 노동부 본청에 유권해석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이 내려오는데 보통 30일 정도가 걸린다고 했습니다.

 

총회를 하고, 또 총회를 한다고?

지회의 문제제기 탓인지, 조조모에서 5월 24일 노동부에 ‘소집권자 지명요청’을 했습니다. 그 내용은 5월 19일 자신들이 했다고 하는 총회를 다시 연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웃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한 것을 다시한다? 그럼 앞에 한 총회는 뭐라는 것인가 해서 말입니다.

조조모에서 오후2시경에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지청장 이삼영, 이하 지청)에 소집권자 지명요청을 했는데, 오후 4시경에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천막으로 ‘조직형태 변경 총회를 빨리 열어라’는 공문을 갖고 왔습니다. (포항에 있는 지청에서 농성장까지 오는데 짧아도 30분은 걸립니다. 그런데 접수한 지 2시간도 안돼, 지회에 독촉공문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이 정도면 전광석화라고 하겠지요?)

 

하루만에 지방노동위원회로

일반적으로 소집권자 지명요청이 오면, 같은 노동부 관할이긴 합니다만 지방노동위원회로 서류를 이관하는데, 보통 2주가량(15일) 소요가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25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위원장 전종승, 이하 지노위)로 ‘발레오만도지회 총회 소집권자 지명 요구’를 했습니다. 대단히 업무 능력이 좋지요?

그리고 26일, 27일 연속으로 심판회의를 빨리 잡아 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대단히 의욕에 넘치는 공무원들 아닙니까?

 

징계를 맞을 각오로 총회를 열자!

금속노조 경주지부(지부장 한효섭, 이하 지부)는 발레오만도지회와 관련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금속노조의 규약에 반하는 내용으로 징계를 피할 수 없겠지만, 조직 내부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6월 3일 오후3시 긴급하게 지부 운영위를 통해서, 6월 10일 오후3시에 보문단지에 있는 켄싱턴리조트에서 지부장이 소집하는 총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장소가 되는지를 확인 후 예약을 하고, 공고를 만들고 공문을 작성했습니다. 한 팀은 회사내에 공고를 붙이고, 회사와 실무협의를 하기로 하고, 한 팀은 지노위에 과정을 설명하고 공문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똥개 훈련시키기

그리고 지노위로 연락을 했습니다. 지노위에서는 노동부 지청에서 연락이 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동부 지청에서는 소집권자 지명을 요청한 사람에게 공문을 보내랍니다. 그래서 조조모 대표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조조모 대표들은 처음에는 전화를 받고 공문을 받겠다고 했으나, 그 다음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시간할애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자 했으나, 회사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결국은 오후 늦게 내용증명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헉, 이제 독심술까지!

이 과정에 지청 담당자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했습니다. ‘금속노조에서 그동안 총회를 그토록 반대하더니, 왜 이제야 총회를 하냐? 저의가 의심스럽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노동부 감독관들과 이런저런 조사과정에 ‘회사의 의도’ ‘회사의 저의’ 이런말을 하면, 감독관들은 보통 ‘우리는 증거로, 서류로 일을 하지, 심증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로 일축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총회를 열겠다는 지부에 대해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독심술까지 해야 하나요?

 

잘 짜여진 각본으로 보이는 심판회의

그렇게 6월 4일 심판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예상외의 문제가 몇가지 나왔습니다. 심판회의에 위원으로 참가하는 노동자위원조차 자료를 받지 못한 ‘사업장 내 노사협의회 관련 자료’를 위원장이 질문하고, 기다렸다는 듯 근로개선지도과장이 마지막 발언에서 ‘발레오 경주공장에서 근로조건 등을 결정한 바 있는 노사협의회 자료를 가져왔다’며 추가자료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지부의 총회소집과 관련해서는 ‘장소’와 '시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미 19일 총회 과정에 일부 조합원들의 참가를 막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회사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결국 모든 사람이 모일 수 있는 (회사에서 승용차로 10분 -15분 거리)실내공간을 잡았으나, 이에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지부는 장소와 시간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고 했고, 조조모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거짓말, 그정도야 뭐?

조조모에서는 거짓 진술을 이어왔습니다. 발레오전장 노동조합 사무국장이라는 류홍열이라는 사람은 ‘경주지부에서 총회를 하겠다고 하는 자리에 예약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된 것은 류홍열이 켄싱턴리조트에 전화를 걸어서 ‘오전 10시부터 2배값을 치러더라도 빌려달라’고 계속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지노위는 그 정도 거짓이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서동철의 경우도 이미 인터넷을 통해 확인되고 있고, 그 자리에 노동부 직원이 있었음에도 ‘19일 총회에서 참가자를 막은 적이 없다’는 그야 말로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표정하나 변화없이 해 왔습니다.

 

반나절만에 소집권자 지명까지?

그렇게 점심시간 가까이까지 심판회의를 했습니다. 이런 형태의 소집권자 지명과 관련한 심판회의 후 결과 통보는 보통 30일에서 60일정도가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나절만에 결과 통보가 왔습니다. 결국 노동부 포항지청의 의견대로 소집권자 지명을 했고, 금요일, 퇴근시간 이후에 팩스를 통해 ‘총회 소집권자 지명 사실 통보’를 했습니다.

정말 노동부 포항지청 공무원들의 업무능력에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정도 열성이면 우리나라에 ‘장기투쟁사업장’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보통 노동조합이 민원제기를 하면, 잘하면 2주, 보통이 한 달인데, 자본의 입장에서 움직이는 노동자들에게는 몇 시간만에 모든 것을 해결해 준 노동부 포항지청! 정말 장합니다.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면 노동부 포항지청은 이렇게 바뀝니다.>

 

 

사장의 격려를 받다!

조조모라고 하는 노동자들은 지노위에 30여명 이상이 왔습니다. 회사에서 버스를 빌려주고, 시간할애까지 해 줬다고 의기양양해서 왔습니다. 아침부터 지노위 정문에서 위력시위를 하고, 심판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지노위 주변에 있었답니다. 그리고 버스를 이용해서 노동부 포항지청까지 가서, 그곳에서 ‘소지권자 지명요청’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오후 늦게 강기봉 사장의 격려를 받으며 개선군처럼 회사로 들어갔습니다. 이게 발레오 경주공장 조조모의 모습입니다.

 

정말 훌륭한 공무원에, 호흡이 잘 맞는 노-사-정이지요?

그리고 이제 공무원들의 업무처리 시한도 변경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