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발레오

나만 아니면 돼?

터사랑1 2010. 6. 16. 11:13

공장에서 밀려난 지 4개월

발레오전장시스테스코리아(대표이사 강기봉, 이하 발레오 경주)에서 자행한 ‘묻지마 직장폐쇄’가 4개월째를 맞고 있다. 물론 5월 25일, 직장폐쇄 99일이 되는 날 회사는 형식적으로 직장폐쇄를 풀었다. 하지만 58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는 자택대기 -> 징계를 위한 대기 -> 교육을 받으라고 하면서 현장으로 복귀를 시키지 않고 있다.

교육을 시키면서도 교육장 외에는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점심시간마저 현장의 노동자들과 다른 시간을 배치하고 있다. 출근과정에서도 각종 서약서 작성, 몸 수색, 교육현장 내 CCTV설치 등 반인권적인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593 참조) 

 

<법원에서 직장폐쇄의 효력이 다했다는 판정을 받고, 조합원들이 공장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이를 막은 것은 회사와 조조모였다.>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의 모임(일명 조조모)’

발레오 경주에는 이상한 모임이 하나 있다. 일명 ‘조조모’다. 4월 말에 만들어졌다고 하고, 6월 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심판회의에 참가한 자들의 말에 의하면, 35명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들은 조합원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지회장(집행부)의 사퇴’를 주장해 왔다. 그런데 사실 이 내용은 회사가 줄곧 주장해왔던 것이었다. 발레오만도지회(지회장 정연재, 이하 지회)와 지역의 많은 간부들이 ‘지회장(집행부)의 사퇴가 왜 조합원을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들은 ‘회사가 그것을 원한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지회장이 구속돼 있는 동안은 부지회장에게, 지회장이 출소한 다음에는 지회장에게 끊임없이 ‘사퇴’를 요구했다.

 

 <지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려고 하는 조조모 회원들>

 

 

지회와 조조모의 차이

발레오 경주의 직장폐쇄 출발은 경비업무를 보는 노동자들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생산현장에 배치하면서 발생했다. 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경비업무를 용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회는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용역경비들이 투입된 2월 4일 야간근무를 거부했고, 2월 5일 쟁의행위찬반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파업 찬성결의를 이끌어냈다. 그것이 지회가 한 쟁의행위의 전부였다.

설 연휴기간 회사는 ‘묻지마 직장폐쇄’를 했고, 이후 노동자들에 대한 선별 복귀와 수용소 생활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583  참조)

조조모는 회사가 주문하는 대로 ‘간접부서의 아웃소싱 등 외주화’를 동의한다고 했다. ‘그것이 조합원을 위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조합원은 무슨 내가 살자고 하는 것이지’라는 어이없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완장의 힘

회사의 묵인, 방조, 또는 전폭적인 협조 속에서 조조모는 움직였다. 조조모의 대표 중 한명은 얼마전까지 지회 대의원이었다. 그러나 회사에서 복귀하라고 하자 대의원직을 내 던지고 복귀했다. 해당 선거구 조합원들을 버린 것이다. 그리고 기업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위원장이라고 하고 다닌다. 노동조합의 책임자라면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알아서 나가라’고 하는 상황이다. 회사가 열고 있는 징계위에 들어와서 조합원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에게 잘못했다고 빌라고 한다. 완장의 힘은 무섭다.

 

나만 아니면 돼?

조합원을 위한다고 조조모를 결성했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길을 찾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결국 ‘내가 살기 위해 당신이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요즘 예능프로그램 중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는 ‘1박 2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잠자리와 먹는 것을 앞에 두고 진행되는 ‘복불복’, 강호동씨가 외치는 ‘나만 아니면 돼’가 현실속에서 그대로 투영되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한 단면일 수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등으로 확연히 갈라지는 현실속에서 바로 옆에 있는 동료를 살핀다는 것이 쉬운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어쩌면 ‘1박 2일’이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노동조합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하지만 노동조합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개별적으로, 나만을 위해서 돌아가더라도 그것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그 중 하나가 노동조합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힘이 약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자본에 맞서려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마저 그 기능을 거부하고,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