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각종 노동조합

이 문건은 누가 작성했을까?

터사랑1 2011. 11. 30. 08:33

28일(월) 저녁 6시경, 금속노조 경주지부(지부장 박장근, 이하 지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부 소속 지회 중 하나인 아진카인텍지회에 복수노조가 설립됐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부의 간부들이 가장 황당했던 것은 금속노조를 떠나 기업별 노조를 만들겠다고 설립신고를 한 사람이 바로 현직 지회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진카인텍은 경주시내에서 20-30여분 떨어진 경주시 서면 사라리라는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로, 처음에는 '명성'으로 시작을 해서, 유전개발 등으로 한 시절 명성을 날리던 전대월이라는 사람이 인수를 해서 KCO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있다가 최근에는 경상북도 경산시 진량에 있는 (주)아진산업이라는 곳에서 인수를 해서 아진카인텍(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60여명이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경상북도에서 신규인력을 많이 뽑았다고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지부는 곧장 지역의 간부들을 아진카인텍으로 모이라고 했습니다. 지회 사무실에 들어가니 지회장과 사무장 등 간부들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지역의 간부들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은 되지 않고, 조합원들을 모아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몇일전부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금속노조 탈퇴, 기업별 노조 결성'을 중심으로 하는 개별면담을 진행했고, 지역의 간부들이 지회 사무실에 있는 동안 조반장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에 대해서 '금속노조 탈퇴서'와 새로운 '기업별 노동조합의 가입원서'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항의를 회사측에 했으나, 회사는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만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지역의 간부들이 지회에 있으면서, 쓰레기통에서 찢어버린 한장의 문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의 간부들이 찢어진 종이를 이어서 확인한 내용은 너무나 잘 짜여진 '금속노조 탈퇴 계획'이었습니다. 그 문건의 내용에는 60여명 소속의 지회 간부들이 상상할 수 없는 치밀한 계획이 나와있었고, 전문적인 노무컨설팅 업체나 노동관련 기관이 작성했다는 의문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이 문건에 나와있는 방식대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60여명의 조합원 중 47명은 금속노조에 탈퇴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지회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기업별 노동조합의 발기인이면서, 탈퇴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문건에 따른 조직형태변경총회를 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금속노조는 집단적인 조직형태변경총회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법원도 이를 인용하고 있음에도 노동부나 노무컨설팅 업체들은 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문건을 보고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소하자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 지역의 노동부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충실하게 기업의 입장(?)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의 간부들은 쉽게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헌법에 분명히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기때문에,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서 스스로를 보호해 왔습니다.

요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점점 양극화가 심해지고, 노동자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속에 노동조합을 깨기 위한 자본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부역하는 이른바 노무컨설팅 업체와 노동관련 기관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이 문건은 그 중 누가 만들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