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귀족 노동자가 사는 법

터사랑1 2012. 2. 14. 16:45

 

<고 신승훈 동지의 부활도 - 금속노조>

현장탄압에 맞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노동자

2월 7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故 신승훈 동지에 대한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故 신승훈 동지는 1월 8일 울산공장 엔진5부 작업현장에서 12시 10분경 불길에 휩싸인 채 점심을 먹고 현장에 돌아오던 조합원들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곧바로 화상전문병원인 부산 하나병원으로 구급차를 통해 급히 옮겨졌으나, 일주일여만인 1월 15일 새벽 3시경 운명했습니다.

동지가 포함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소속 조합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엔진5부의 현장탄압이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지는 엔진5부 공장의 엔진 불량과 품질문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난 1월 4일 부사장에게 직접 메일을 통해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에 따른 부서장의 ‘감사실 투고에 따른 보복’이라는 내용이 동지의 노트북에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사건 전날 오전에는 동지가 담당조장과 함께 작업장 옆 간이휴게실에서 업무관련 대화를 하는 것을 당시 부서장이 “작업장을 이탈하지 말라”고 하였고, 이에 대해 동지는 “이곳도 작업장 범위에 들어간다”고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당일 오후에 반장이 “작업공정을 이탈하면 무단이탈 처리하겠다.”는 말을 했고, 이에 동지를 비롯한 몇몇 조합원이 항의의 표시로 오후5시 정시퇴근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장통제수단 해체!

이후 현대자동차지부는 ‘명확한 진실규명을 통한 관련자의 분명한 책임과 현장탄압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확약 △현장통제수단인 공장혁신팀 해체’를 회사에 요구했고,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크레인 위로

현대차 신승훈동지의 장례절차가 논의되고 있던 2월 6일(월) 새벽 3시경에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에서는 노동자협의회 이용근 위원장이 35m 높이 고공크레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PS라고 불리는 이익배분금에 대해 협의를 하는 과정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금액을 결정하고, 집행을 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그룹에서 결정한 금액을 지급했으며, 협의대상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합니다.

 

<이용근 위원장의 농성에 대한 삼성노동자협의회 선전물 - 오마이뉴스 윤성효>

삼성의 문제

삼성그룹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노동조합’이 별로(?) 없습니다. 별로 없다는 것은 삼성증권 등 금융권은 노동조합이 있으며, 최근에 에버랜드등을 중심으로 삼성일반노동조합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은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속에서 마치 조선왕조의 봉건시대처럼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고, 주면 주는대로 받아라’는 논리가 통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금 이용근 위원장의 농성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이나 그룹 관계자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줬는데도 올라가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삼성중공업이 보이는 모습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조선소 중 하나에서 노사간에 ‘대화조차 안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을 뿐입니다.

(삼성중공업에서 기록적인 수주를 했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수주한 배는 바로 노동자들이 만듭니다.)

 

봉건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현장에 가해지는 탄압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불을 사르고, 대화가 되지 않아서 크레인에 올라야 하는 노동자들! 이들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아니라, 한국 최고기업이라는, 귀족노동자로 불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죽음으로, 고공농성으로 몰고 있는 것은 국내 최고기업의 경영방식때문입니다.

시대는 최첨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경영은 여전히 봉건적인 방식(상명하복식 등)으로 이어진다면, 또다른 죽음과 농성은 이어질 것입니다.

 

이제 이런 행진을 멈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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