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부탁하러 와서 뻣뻣하기는

터사랑1 2012. 5. 20. 08:04

조선소들의 어려움

전국 중소조선소의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2007년 이후로 수요보다 공급(조선소를 세계적으로 많이 지었다는 것입니다.)이 많은 상황이었고, 2008년 금융위기는 산업의 위기로 다시 해상유통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발주를 했던 배를 취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통영에는 이미 삼호조선소와 21세기조선소가 파산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통영시 도남동에 있는 신아sb의 경우에도 2008년 이후 신규수주가 없습니다. 한때 비정규직을 포함해서 4천여명이 일을 했던 신아sb는 현재 1,7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어 있습니다.

 

함께 살기위한 노력

신아sb조선을 비롯한 통영지역 조선소의 어려운 상황은 다시 통영지역 경제로 이어집니다. 도남동과 미수동 등은 삼호조선과 21세기조선의 파산, 그리고 신아sb의 어려움으로 인해 주변 상가에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협력업체를 상대로 외상거래를 해 왔던 가게들의 경우에는 외상값을 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통영지역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에서 신아sb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를 구성해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대책위는 시장과 시의회, 그리고 경상남도와 도의회, 해당 지역 이군현국회의원과의 간담회등을 진행하며, 신아sb의 문제가 비단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님을 알려내고 있습니다.

 

채택된 대정부 건의안, 결과는 모른다?

통영시의회는 4월 26일 시의회에서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채택된 건의안이 어느 부서로 갔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확인하기도 할 겸, 시의원들에게 향후 시민대책위의 행보에 함께 할 것도 권할 겸 5월 11일(금) 시의원들과의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애초 간담회는 오후3시 30분에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의회의 앞 일정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4시 10분경에야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시민대책위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시의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는 취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 채택된 건의안의 진행상황에 대한 질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시의회에서 돌아온 답변은 "우리는 건의안을 채택해서 해당 부처에 전달했다. 그것이 따로 진행상황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결과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시의회에서 채택하는 대정부 건의 결의문은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하는 것이겠지요.

 

내용도 모르고 대정부 건의안 냈을까?

그 사이 한 시의원이 일어나서 "의회가 나서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어떤 것을 요구하는가? 기업주 입장에서 정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시의회가 설득한다고 채권단이 말을 듣냐? 실질적인 요구가 뭐냐?"고 했습니다. 이에 시민대책위에서 "시의원들도 결국 통영시민이고 민의의 대변자라고 하는데, 대책위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이후 일정에 '동행'을 하자."는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그러자 이 시의원은 "소통을 하자. 신아sb의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자료도 없이 입만 갖고 와서..."라고 말을 이어갔고, 시민대책원회 관계자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4월 26일 시의회에서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했는데, 내용도 모르고 했다는 것인지.

그래서 시민대책위에서 "그동안 소통이 잘 안된것 같다. 방법을 찾자."고 하니까, 이번에는 시의회 의장이 "뭔 소통이 안된다는 것이냐?"며 버럭 화를 냅니다. 의장 입장에서는 '대정부 건의안'까지 결의했는데 소통이 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그날 시의회 간담회를 마치고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통영시민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통영시와 의회가 가장 소극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부탁하러 와서 뻣뻣하기는

시민대책위 내부평가를 마치고 통영시청을 빠져 나가면서 더 충격적인 얘길 들었습니다. 큰 소리를 치던 시의원이 시청을 빠져나가면서 "부탁하러 온 사람들이 뻣뻣하기는"이라는 말을 하면서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시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기초단체 의원이 통영 경제의 먹구름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도 부족해서, 시의원이라는 자리를 들 위에 군림하는 권력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겠지요.

 

<5월 17일 오전10시부터 통영 이군현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신아sb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이군현국회의원과 간담회를 갖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부르지는 않았지만 몇 시의원이 함께 했습니다.>

 

시민보다 국회의원 눈치나 보는

더욱 황당한 것은 며칠 뒤 통영지역 이군현 국회의원을 만나는 자리에 그 시의원이 함께 했고, 마치 신아sb 상황에 대해 자신이 가장 많이 아는것 처럼 설쳐댔다는 것입니다. 통영시민보다 해당지역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려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잘못된 기초단체 의원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참 씁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