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언론의 받아쓰기, 약자에겐 심각한 칼날이 될 수 있습니다.

터사랑1 2012. 6. 29. 19:09

예상된, 그러나 참 힘든 기사

6월 27일 지역의 한 석간 일간지에 센트랄에 관련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런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마음은 무척 착잡했습니다. 센트랄은 이미 알려져 있듯이 회사 최고 경영진 중의 한명이 민주노총을 탈퇴하면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하면서, 복수노조가 발생하고, 해당 임원은 부당노동행위로 벌금형을 받기도 한 사업장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현재 3개가 있습니다.

 

<지난 6월 27일자 경남신문 기사, 정말 잘 포장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로 보입니다.>

 

잘 포장된 보도자료, 하지만 그 뒤에는

기사의 전체 내용은 잘 포장된 회사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그 뒤에 숨은 진실은 빠진 내용입니다. 먼저 회사의 보도자료에는 이른바 '노사상생, 협력선언'을 하고, 문화공연을 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문화공연)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공연시간(오후 7시 20분)에 임박해서 해당 노조위원장들이 들어왔다고 하고 있습니다. 즉, 문화공연 전이 아니라 공연이 끝나고, 밤9시 20분 이후 양 노조(한국노총 소속 노조 및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 임원 및 간부들이 1층에서 뒤풀이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공연은 오후7시 20분부터 예정되어 있었고, 센트랄지회 조합원 및 지역 간부들이 공연장 주변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취재를 한 기자가 있었다면 당연히 이 장면을 봤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있었을까? 전화라도 한 번 해 봤을까?

회사 보도자료의 내용이 맞다면 그 시간에 공연장 앞에서는 금속노조 센트랄지회 조합원 및 지역 간부들이 '센트랄은 지방노동위원회의 판결에 따라 해고자를 복직시킬 것'을 주문하는 항의 선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현장에 없었고, 회사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입니다.

 

<지역 간부들이 센트랄자본의 지방노동위원회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것을 항의하는 선전전을 갖고 있다.>

 

보도자료를 보고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정도는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매일 아침 센트랄 앞에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이행할 것'을 주문하는 출근선전을 하고 있고, 일주일에 한두번은 지역의 노동자들 수십명이 그 선전전에 결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노사간 파행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데, 최소한 이들에게 확인전화 한번 정도는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얘기중에 '사람들이 연못을 향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를 비롯한 생물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 세심하게 주위를 살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언론이 사회의 공기가 되려면 조금은 깊고, 세심하게 봐야하지 않을까요?

 

<이날 공연은 국악공연이었습니다. 공연 연습을 하던 출연자 중 일부가 선전전을 하는 조합원들을 보고, 이런 상황인 줄 알았으면 공연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미안해 했다는 것을 기자는 알고 있을까요?>

 

 

부정선거 규탄을 상징하는 공간이 어찌하다

그리고 공간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3.15아트센타는 3.15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입니다. 3.15정신은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사회 정의를 세우는 정신'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그런데 이곳에서 정상적인 관계도 아니고, 정부기관에서 내린 판정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이 언론플레이를 위한 행사장으로 이용되는 것이 맞을까요? 사회적 약자들은 어떤 공간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이것이 언론의 기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너무 과민한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