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현대차는 그동안 유령과 교섭해 왔나?

터사랑1 2012. 7. 10. 13:12

우리와 상관없는 금속노조?

2012년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좀더 힘을 모으기 위한 노동조합의 노력도 진행중이구요. 언론에서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완성차 3개사의 파업에 대한 기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관심이 많은가봅니다. 그런데 어제 실린 기사는 여러가지를 불편하게 하더군요.

현대자동차 윤갑한 부사장이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내용을 기사화 한 것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이메일은 물론 조합원 각자 집에도 이메일의 내용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이에 대해서는 http://youkipark.blog.me/100161990205 를 참조하세요)

기사를 통해 알려진 현대차 윤갑한 부사장의 이메일 내용은 "우리와 상관없는 금속노조의 일정에 따른 파업을 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금속노조는?

금속노조의 전체 명칭은 '전국금속노동조합'입니다. 200여개 지회에 15만여명의 조합원이 포함되어 있고, 그 중 현대자동차 45,000여명의 조합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업단위를 바탕으로 한 노동조합이 아니라 산업별노동조합입니다. 산업별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정규직,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으로 익숙하지만, 공식명칭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입니다. 즉, 현대자동차에 다니고 있는 노동자들 중 조합원은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조합원인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지부와 기아자동차지부는 올해 투쟁일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교섭과 쟁의는?

금속노조는 전국에 조합원이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사업을 집행합니다. 노동조합의 사업을 구분짓는 회계기준은 매년 10월 1일부터 익년 9월 30일까지로 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다양하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마련합니다. 그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임금인상액 및 단체협약 갱신안을 해마다 2월말과 3월초에 결정합니다. 자기 사업장에 해당하는 추가 요구안도 마련합니다. 그리고 3월말 또는 4월초, 늦어도 4월말경에는 요구안을 회사에 제출합니다. 그러면 교섭이 진행됩니다. 

요구안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대략적인 쟁의일정도 결정을 합니다. 15만 조합원이고, 많은 사업장을 포괄하고 있기때문에 일치된 행동을 만들어내려면 일정을 맞추기위한 오랫동안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대자동차의 대언론 대응에 따른 현대자동차지부 쟁의대책위 선전물>

현대차도 금속노조와 교섭을 진행

어떻게보면 노동조합의 전략은 뻔한 것입니다. 이런저런 요구안을 갖고 교섭을 진행하며, 6~7월경에 쟁의를 하겠다고 미리 사용자들에게 알려주고 교섭을 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런 계획을 갖고 있으므로, 쟁의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회사에서도 다양한 전술(?)을 개발해서 교섭에 나오면 쟁의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금속노조와의 교섭은 소속 사업장 전체에 해당합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금속노조 위원장 명의의 요구안을 전달받아서, 금속노조 임원을 노동조합측 교섭대표로 해서 교섭을 합니다. 그리고 금속노조 위원장과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명의로 합의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계속해서 이렇게 교섭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금속노조가 남이라구요?

 

회사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의 올해 요구안은 현실을 반영하는 요구안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작년에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적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한 혐의로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개인당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고용노동부에게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대표이사가 검찰에 송치될 상황입니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자는 요구를 했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자동차를 조립하는 과정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해 왔다는 것이 법원과 노동위원회를 통해서 확인되었습니다. 불법파견을 받은 노동자는 원청에서 직접 고용을 해야하는 것이므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요구에 대해 회사는 제대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시간끌기만 급급했습니다. 그러다가 노동조합의 쟁의일정을 맞딱드리자 '모든게 우리와 상관없는 금속노조 탓이다'라고 징징거리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유령과 교섭해 왔나?

금속노조와 교섭을 해 왔으면서 금속노조는 남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가 남이라면 그동안 왜 금속노조의 요구안을 받고, 5년동안 합의서를 쓰고 해 왔을까요? 혹시 현대자동차는 금속노조를 유령으로 만들고 싶은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스스로 유령과 교섭해 왔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은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