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면

터사랑1 2012. 11. 26. 14:32

언론의 사명은?

흔히 언론을 '사회의 소금'에 빗대기도 합니다.

또한 '사회정의 실현'을 언론의 역할로 규정하시는 분들도 있고,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또하나의 역할로 제시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언론 홍수 시절입니다. 수많은 곳에서 스스로 '언론'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홍수속에서 쏟아지는 정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도 대단히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언론 홍수속에서 이런저런 언론의 역할을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진실의 전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라도 알려내는 것이 현재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진실을 알려내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11월 22일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쓴 글입니다.

글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체 노동자들의 10%에 불과한 정규직 노동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에 대통령 후보들이 과도(?)하게 집착을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정규직 - 비정규직으로 나눠지는 사회를 기업과 함께 만든 당사자들이다. 그런 정규직 강성노조가 현재 고용유연화와 경제민주화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 중의 하나임으로 강성노조에 아부(?)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 기사에서 제가 밑줄친 부분 "현재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반석기업' '성광기업' 등이 쓰인 조끼를 입은 근로자들이 승용차를 조립한다. 파견 나온 사내하청 근로자들이다."라는 부분은 진실입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현행 법에서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는 제조업 생산현장에 불법으로 파견된' 노동자들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 진실과는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대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현대자동차의 생산공정에 일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실상 '현대자동차 직원'이라는 판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이행할 것을 고용노동부도, 정규직 노동자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이어지지만 위 글에서는 이런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지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성한 것이 기업과 정규직 노동조합의 담합(?)에 의한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손바닥을 가리고 하늘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현재 전국에는 5곳의 고공농성장이 있습니다. 이 중 4곳의 고공농성이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곳입니다. 평택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농성을 하고 있으며, 울산은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신문>

 

정규직 노동자가 양보하면 해결된다구요?

쌍용자동차는 2009년 2,646명의 노동자들에 대해 휴직, 희망퇴직, 정리해고의 이름으로 길거리로 내몰았습니다. 그 전에 수백여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 몰렸습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상여금과 임금, 각종 복지제도를 삭감 또는 유보하면서 3년 이상을 보내 왔습니다.

회사는 다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길거리로 내몰린 정규직 노동자들조차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철탑에 오르고 있습니다.

위 논설위원 표현대로라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은(?) 양보를 했으므로 고용도 유연화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런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진실을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철밥통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어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그러면 정규직 노동자가 얼마나 양보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될까요?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더많은 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자본의 탐욕이 현재 비정규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자고 하면, 혹자는 좌파적 발상이라거나 기업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위기에 놓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 언론이 매출액 기준 상위30개 기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조사한 결과, 추가 비용은 7,900억원이었다. 이는 해당기업이 지난해(2011년, 필자) 올린 당기순이익 49조7,000억원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업종, 기업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기업이 번 것의 1.5%만 투자하면 860만명의 비정규직과 그 가족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우리나라에 60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규직 노동자가 철밥통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경향신문에서는 '기업이 번 돈의 1.5%만 투자하면 860만명의 비정규직과 그 가족이 모두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것이 진실일까요?

 

 

진실을 외면하면?

동아일보는 법원의 판단도 이행하지 않는 기업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적조차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하면 비정규직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합니다.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지요.

언론이 이처럼 진실을 외면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언론이 아니지요.

 

자본을 대변하는 찌라시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