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26년, 내가 그리고 모두가 만든 영화

터사랑1 2012. 12. 9. 19:09

11대 대통령, 우린 그를 학살자로 불렀다.

"1980년 5월 대한민국 국군이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했다. 당시 군의 최고 권력자는 대한민국의 11대 대통령이 되었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영화에서는 1980년 5월 국군에 의한 민간인 사상자를 4,400명 수준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성인이 되었을무렵 알게된 '광주민중항쟁'과 관련한 책자 등에서는 최소한 8천명이상이라고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강풀 원작 '26년'의 한 장면, 한겨레 재인용>

 

11대 대통령 그리고 12대 대통령, 전두환. 어떤 사람들은 그를 '학살자'라고 부르고, 어떤 작자들은 그를 '각하'라고 부릅니다. 제가 20대인 시절에는 '학살자를 찢어죽이자'는 지금 생각하면 섬찟한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체포결사대'를 만들어 합천에 있는 그의 생가를 찾아가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어떻게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을까요?  

 

박정희의 제도를 그대로 이어받기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젊은 여성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총을 맡고 사라집니다. 박정희의 빈 자리를 '정치군인' 전두환, 노태우 일당이 12.12군사쿠테타를 통해 대체하게 됩니다.

그리고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8월 27일 박정희가 만든 제도인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서 대통령이 됩니다. 그가 1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한 날은 1980년 8월 27일이며, 장충체육관에서 2,525명이 모여서 투표를 했는데 1명이 무효표를 찍고 모두가 찬성표를 찍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포털 '다음'에서는 '100% 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981년 2월, 박정희, 최규하에 이어 잉여임기를 채운 후 다시 체육관에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이름만 바꾼 '대통령 선거인단'을 모아놓고 12대 대통령이 되었다고 선언합니다.

박정희의 유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입니다.

 

'26년'이 영화로 되기까지 (http://www.26years.co.kr )

'26년'은 강풀이라는 작가의 만화가 원작입니다.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에게 가족을 잃은 젊은이들이 시민을 학살한 최고 책임자인 전직 대통령을 습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만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1,000만 누리꾼의 감동과 격려로 이어지던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2006년 영화사 '청어람'은 강풀작가에게서 영화 판권을 넘겨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2008년 '29년'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제작하려고 했으나 투자를 약속했던 대기업이 갑자기 투자를 취소하면서 제작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어람'은 포기하지 않았고, 2012년 3월 10억원을 온라인으로 모은다는 목표로 '굿펀딩' '크라우딩 펀딩'을 시도하지만, 실패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655 참조)

하지만 가수 이승환 씨등 많은 시민들이 '26년'이 사라지지 않도로 하자는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고, 개인투자자 등을 통해 20억 출연을 약속받고, 2012년 7월부터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영화가 성공하면 일정 이윤을 돌려주는 방식이 아닌, 순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제작두레'라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십시일반, 어려울 때 나누는 우리민족의 '두레'를 이어받은 것입니다. 제작두레에 참가한 사람들은 직접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지만, 두레를 통해 모두가 함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대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화를 만들기위한 제작두레는 2012년 6월하순부터 시작되어 10월 21일 자정까지 21,701명이 741,000,000원의 제작비를 만들어 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영화로 이어진 것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제작두레에 함께 한 사람들의 이름이 나옵니다. 이 화면은 인터넷에서 스크랩한 것입니다.>

 

 

영화는?

김갑세(이경영)라는 시민군 출신의 대기업 회장이 자신의 잘못도 뉘우치고, '그사람'에게도 '반성과 사과'를 받기위해,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으면 죽일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시민군으로 싸웠던 또는 무고하게 희생되었던 민초들의 가족을 찾습니다. 함께 할 사람을 찾고, 전체 계획등을 세우는 김갑세회장의 양아들인 김주안(배수빈) 역시도 자신이 보는 앞에서 1980년 광주에서 죽임을 당한 사람입니다.

시민군으로 광주를 지키려했던 아버지의 주검을 어린나이에 목격하고, '그사람'만 보면 이성을 잃어버리는 엄마를 보면서 잡초처럼 살아온 곽진배(진구). 그는 광주를 말하는 행동대장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름을 미진이로 했으면 좋겠다'는 말만 남긴채 국군의 총에 죽어간 엄마를 둔 심미진(한혜진)은 국가대표 사격선수로 '그사람'을 죽이는 저격수의 역할을 합니다.

항쟁의 자리에 함께 있던 누나를 잃고, '어른이, 경찰이 돼서도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자책에 빠지는 권정혁의 역할은 2AM의 아이돌스타 임슬옹이 맡고 있습니다.

만인의 지탄의 대상인 '그사람'은 장광씨가 맡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배수빈, 한혜진, 진구, 임슬옹>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픽션(허구)입니다. '그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980년 5월에 일부 정치군인의 명령에 의해 국군이 민중들에게 사격을 가했고, 최소 4,400여명이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사람'는 내란 수괴, 내란 목적 살인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지만, 아직도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골프를 치러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추징금을 내라는 국가에 대해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며 버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다시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얼마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그사람'으로부터 당시 6억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요즘 물가수준으로 따지면 최대 300억원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사회에 환원'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역사를 제대로 봤다면 '사회에 환원'이 아니라 '국고에 환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에서 '새로운 시대' 국민 통합'을 말하면서 김영삼, 이회창 등의 지지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 중에는 박희도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는 12.12쿠테타의 한 주역입니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를 말하는 모습일까요?

 

저는 딸내미와 함께 이 영화를 봤습니다.

딸내미는 사실 영화 내내 운다고 제대로 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 해마다 5월이 오는데, 그리고 5월 18일이 국가기념일이기도 한데 그때 전국에 있는 학교에 저 영화를 틀면 안돼? " 합니다.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