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기업열전

로비는 누구에게 했을까?

터사랑1 2012. 12. 1. 22:34

"이건 노동조합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창원시 웅남동에 볼베어링을 제작하는 'k'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대표이사와 자식들, 그리고 손주에 이르기까지 3대가 주식 100%를 갖고 있는 가족회사입니다. 볼베어링을 만들어서 다국적기업의 한국공장에 납품을 하면, 이 다국적기업은 국내 자동차회사에 납품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 사업장의 노동조합은 조합원이 50명도 되지 않으며, 2003년 한국노총에 가입했다가 최근 탈퇴해서 상급단체가 없습니다.

최근 이 사업장에서는 노동조합 간부 4명이 해고되고, 2명이 출근정지되는 등 징계가 이어졌습니다. 노동조합 간부들은 회사측의 징계가 '노동조합을 죽이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조합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합간부들에 대한 징계가 벌어진 당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일인단 100만원 쟁의기금 결의'를 참가한 조합원 100%의 찬성으로 가결시켰습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서 '위원장 등 간부들을 전원 해고할테니 도와 달라. 그렇지 않으면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겠다' 고 했음에도 조합원들은 회사측의 회유와 협박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합의하고 뒤집기를 반복해왔다.

노동조합 간부들이나 조합원들이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요? 2009년 경제위기를 핑계로 15명 가량의 조합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현장을 중심으로 남아있던 직원들이 반발을 이어가자 회사는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합니다. 하지만 이후 회사는 밀양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다고 하면서 '기계를 반출한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이 반발하면 회사는 한발 물러나는 척 하면서 '임금동결'등 회사가 원하는 것을 챙깁니다. 합의하고 다시 뒤집기를 반복해와서, 조합원들이 회사의 어지간한 말에는 신뢰가 가지 않는 것입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는 노조에 임금협상을 위임받아서 '동결'하겠다고 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회사의 경영진은 종속회사를 포함해 41억원의 순이익중에 16억원을 주주배당금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러면서 또다시 밀양공장을 기계를 반출하겠다고 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이런 회사측의 태도에 항의했다고 해고와 출근정지 등 징계를 했습니다.

 

월급많이 받는 것은 로비와 비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다?

하는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인지 11월 중하순경에 고용노동부 창원고용노동지청장이 회사와 노조대표를 불러서 몇차례 간담회를 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대표이사는 '내가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은 이런저런 곳에 로비도 하고 비자금도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노조 간부의 귀를 의심할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펄쩍 뛰거나 불법이라고 난리(?)를 쳐야 할 것 같은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로비를 했을까? 했다면 어디에 했을까?

노동조합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 많았는데 대표이사 말대로 '로비때문인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분명히 '장기근속자 처우' 등 노동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요구를 갖고 있음에도 쟁의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국 노동조합은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다시 넣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창원고용노동지청에서는 "회사가 하는 행동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말을 하면서도, '노동조합이 고소장을 넣으면 조사하겠다'고 시간을 끄는 느낌을 줍니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만든 것은 대표이사이고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없음'도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계속 '공장장과 교섭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오늘(12월 1일)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답니다. 11월 30일에 노사양측 실무책임자들끼리 일부 양보하는 안을 만들어보자고 하고, 월요일(3일) 다시 의견을 좁혀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휴일을 이용해 회사는 기계반출을 시도했습니다. 회사는 기계반출을 시도하면서 예전과는 달리 정문을 자신들이 닫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업무방해로 고소'를 운운합니다. 휴일인 토요일에 회사가 기계반출을 시도했는데, 채 10분여만에 정보담당 경찰이 왔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관계자에게만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과연 이 회사 대표는 로비를 했을까요? 했으면 어디에 했을까요?

노동조합 간부들이 갖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를 빌어야겠지요. 하지만 시원하게 풀리지는 않습니다.

부장검사마저 검을 돈을 받았다는게 드러나는 상황이라서 더욱 의혹이 짙어집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의혹이 풀릴까요?

 

이 추운 겨울날에 'k'노동조합 간부들의 몸은 더 움츠려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