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기업열전

손배가압류, 창원에도 발생하나

터사랑1 2012. 12. 30. 01:24

기계반출방해금지 가처분

12월 27일(목) 오전 11시부터 창원지방법원 317호 법정에서는 (주)KBR(대표이사 회장 이종철, 이하 회사)에서 KBR노동조합(위원장 박태인, 이하 노동조합) 위원장 등 8명을 상대로 낸 '기계반출방해금지 가처분' 재판이 열렸습니다.

회사는 밀양에 있는 삼경오토텍이란 회사에 87억원어치의 각종 장비 및 기계를 11월 30일까지 매각하기로 9월 12일 계약을 맺고 기계를 반출하려고 하는데 노동조합이 막고있어서 가처분을 신청했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기계 매각과 관련해서 노동조합과 제대로 협의조차 한 적이 없으며, 기계를 반출하게 되면 현재 조합원 48명의 고용조차 불안하게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교섭하자면서 가처분으로 뒤통수 

<삼경오토텍에서 제작한 제품에 대해 KBR 상표를 붙이지 말라는 노동조합의 플래카드>

 

KBR은 차량용을 비롯한 각종 베어링 용 볼(BALL)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규모는 적지만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세플러코리아, GMB, S&T중공업 등에 납품하고, 이는 다시 국내 현대, 한국지엠 등 완성차로 납품되고 있습니다. KBR 노사 양측은 퇴근 현안문제 등으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올해초부터 밀양에 있는 삼경오토텍이란 회사에서 제작한 볼을 KBR 포장을 씌워 세플러 등에 납품을 했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에서 '베어링 용 볼은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인데 완성차에서 요구하는 제품의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삼경오토텍의 짝퉁제품을 납품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KBR공장 내에서만 생산할 것'을 요구하며 교섭이 진행중이었습니다.1

회사는 기계를 매각했다는 것도 노동조합에 알리지 않았고, 교섭을 진행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에 대한 뒤통수로 일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26년전에 살때 1천2백만원, 팔때는 3천만원?

회사가 제출한 가처분에 대응하기 위해 자료를 살피던 노동조합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26년 전인 1987년에 1천2백만원에 구입했던 기계를 3천만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008년 4,150만원에 구입한 기계를 9천만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회사가 삼경오토텍이라는 회사에 대해 사기를 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2

삼경오토텍이란 회사에 대해 KBR 노동조합이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KBR 노사간에 현안이 발생하면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도 삼경오토텍을 찾아가 봤고, 최근에는 세플러코리아에서도 찾아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삼경오토텍은 현재 박모라는 대표이사가 51%의 지분을 KBR 대표이사의 두 아들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짧게는 5년에서 많게는 30여년 가까이 사용한 기계를 2~3배 가깝게 파는 것일까요?

 

손배가압류를 하겠다?

회사는 노동조합이 기계반출을 막을때마다 하루에 1천만원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집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수차례 밝히고 있습니다. 집행을 한다는 것을 결국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하겠다는 것이지요.

한진중공업의 최강서열사가 한진자본의 158억 손배가압류에 항의하며 자결한 지 9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항의투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손배가압류를 제한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배가압류는 여전히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조합을 가장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KBR 역시 이를 바탕으로 회유하고 협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2003년 두산중공업의 손배가압류에 따른 배달호열사의 분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10년.

또다시 한 사업장에서 손배가압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죽지 않고 싸워서 막아내야 할 것입니다. 

  1. 이러한 미승인 제품의 납품에 대해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자 대표이사는 'OEM 방식으로 삼경오토텍에서 납품받는 것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2. 다음 재판이 1월 14일에 열립니다. 이때 회사는 이유를 제시하겠지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