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청와대 주변에선 유세도 못해?

터사랑1 2012. 12. 16. 23:07

경찰에게 폭행당한 대통령후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어제(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유세를 하던 대통령후보 기호5번 김소연후보가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 얘기입니다. 기사에 난 내용을 종합하면 광화문에서 유세를 하고, 인근 청운동과 효자동 쪽으로 유세를 하기 위해 이동하다가 경복궁 역 앞에서 경찰에 막혔고, 이 과정에 경찰에게 대통령 후보가 폭행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경찰은 '폭행을 한 것이 아니라, 누가 모자를 낚아채려 해서 팔을 휘둘렀고 본의 아니게 김후보가 맞은 것'이라 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한겨레 기사 재인용)

<12월 15일 경복궁 역 주변에서 경찰에 폭행당한 김소연후보 - 김소연후보 공식 트윗 사진을 재인용>

 

유세가 아니고 집회라고?

그러면 경찰은 대통령후보가 유세하는 것을 왜 막았을까요?

위 인용된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유세를 빙자한 집회를 차단했다'고 했다고 합니다.

유세인지, 집회인지를 누가 판단할까요?

기사등을 종합해보면 당시 김소연후보의 유세를 들으면서 같이 움직인 사람들은 100여명 전후라고 합니다. 이들이 광화문에서 경복궁역으로, 청운동으로 효자동으로 이동해 간다고 그것이 유세가 아니고 집회였다고 한다네요. 만약 경찰의 표현대로 유세가 아니고 집회라면 유력후보라고 얘기하는 두 후보들은 거의 매일 유세가 아니고 집회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서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천명이 함께 움직이니까요.

왜 그들은 막지를 않을까요?

설령 김소연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나 지지자들이 집회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미신고 집회 역시도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사회질서에 대한 명백한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만 해산을 명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경찰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잣대로 집회등에 대한 방해를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와대는 유세금지지역?

오히려 경찰이 김소연후보를 막은 것은 그곳이 청와대 인근이었기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유세가 아니고 집회'라는 자의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청와대 인근 국민들에게 자신의 공약과 소신을 밝히겠다는 대통령후보를 막은 것입니다. 선거법에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건물시설(다만, 공원문화원시장운동장주민회관체육관도로변광장 또는 학교 기타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는 가능), 선박정기여객자동차열차전동차항공기의 안과 그 터미널 구내 및 지하철역 구내, 병원진료소도서관연구소 또는 시험소 기타 의료연구시설'에서는 연설 또는 대담을 금지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법 어디에도 '청와대 부근에선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문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방해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까요?

 

자본 앞에서도 유세는 안돼?

김소연 후보가 폭행당한 것은 경복궁 역앞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14일 오전에는 '진짜 사장인 정몽구 회장이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함께 하고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들어가려 했지만, 용역경비들의 폭력에 의해 안경이 부러지는 전치2주의 상처를 입어야만 했습니다.

12월 초에도 강남의 삼성본관 주변에서 경찰에 막혀 유세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자본과 권력은 아주 작은 여성대통령 후보의 유세와 선거운동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왜일까요? 

 

<진보신당 연대회의 허윤형 경남도당위원장이 김소연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사진 ; 양솔규>

 

자본과 권력 앞에서 당당한 후보가 필요

대통령 선거가 한창 진행중이지만 낮은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싸울 수 밖에 없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강정의 주민들, 핵을 반대하는 밀양과 영덕의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싸우겠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표'가 아니라 '자본과 권력앞에서 당당한 후보'가 필요했습니다.

이런 후보들을 우리는 많은 선거과정에서  '민중후보' '노동자후보' '진보진영 후보'등으로 불렀지만,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없지는 않았지요.

이번 선거에서는 '진보'를 표방한 한 후보는 예비후보를 끝으로 사퇴를 했고, 또 한명의 후보도 사퇴를 했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것은 '권력교체'였습니다. '권력교체'가 중요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애초에 '단일화'를 염두에 둔 후보전술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그 후보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과정'에 대한 관심보다는 '언제 사퇴하느냐?'가 더 큰 관심으로 왔던 것 같습니다. 

 

<김소연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창원 노동자들.  사진 ; 양솔규>

 

 

그래서 더욱 김소연 후보가 새로워 보입니다.

김소연후보는 지난 12월 11일 창원지역 블로거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통합진보당 이정희후보의 공약이나 토론과정의 내용을 보면, '상상하라! 코리아연방!'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보이지 않을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진보를 말하는 분들이 '단일화' 중도사퇴'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출마를 했다면 출마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어쩌면 2개의 거대정당속에 진보진영의 몸부림이 작아 보일수도 있지만,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많은 노동자와 민중들과 함께 싸울 수 있는 후보도 분명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