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박근혜 당선자에게 - 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터사랑1 2012. 12. 22. 08:47

한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대책위에서 공개한 영정사진을 흑백으로 전환시킨 사진입니다. 이 젊은 노동자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것일까요?>

 

어제 아침 9시 41분에 부산 영도에 있는 한진중공업에서 만35세의 젊은 노동자가 스스로 자결을 했습니다. 이 노동자는 2011년 2월 14일 정리해고 되었다가 2012년 11월 9일 복직되 한 후 다시 기약없는 무기한 휴업을 당한 최강서라는 노동자입니다.

이 노동자는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대기업 정규직'노동자입니다.

그가 왜 스스로 자결을 해야 했을까요?

 

한진중공업은 2011년 정리해고로 사회적 문제가 된 사업장입니다. 85크레인에 김진숙 동지가 올라 309일간의 고공농성을 진행했고 결국은 국회차원에서 청문회를 개최하여 조남호 회장이 국회권고안을 받아 정리해고자를 1년 후 재고용하는 조건으로 노, 사합의를 했던 곳입니다. 1년 후 92명의 정리해고자들이 현장으로 복귀는 했으나, 복귀하자마자 강제휴업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일감부족으로 600여명의 노동자들이 장기휴업을 하고 있고, 158억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상태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을 촉구하며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은 정문앞에 천막을 치고 198일째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노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소비조합 영업을 강제로 폐쇄시키고, 지회사무실을 12월 26일까지 공장 밖으로 이전할 것을 두차례나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을 무력화 하겠다는 의도였으며, 기업별노조를 만들어 노,노간 갈등을 조장시키는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었습니다.

최강서 동지는 정리해고 대상자였으며, 복귀하자마자 강제휴직을 당한 동지입니다. 누구보다 인간적이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동지였습니다.

유가족은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와 논의 결과 모든 대책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에 위임하기로 했습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민주노총 부산본부, 한진중공업 지회는 오후 2시경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민주노조사수, 손배 158억 철회 사회적 타살, 강제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최강서 열사는 구민장례식장(부산 영도구 대교동)에 모셔져 있습니다.

- 이상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투쟁대책위원회 자료

 

배달호 열사를 아십니까?

 

<2011년 1월 6일 두산중공업 정문앞에서 열린 배달호열사 추모제 사진 ; 오마이뉴스 윤성효>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의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자신의 삶을 통째로 앗아가는 손배가압류에 맞선 항거였고, 배달호열사 이후 그해 한진중공업의 노동조합 대표였던 김주익열사마저 손배가압류 등 한진중공업의 노동조합 탄압에 죽음으로 항거를 했습니다. 이러한 죽음으로의 항거 이후 손배가압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었고, 2004년 이후 주춤거렸습니다.

하지만 2008년 mb정부가 들어선 이후 다시 손배가압류를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mb정부와 그 궤를 같이하는 박근혜후보의 당선에 '대기업 정규직' 최강서 노동자는 손배가압류는 사라지지 않고 벽을 바라보는 심정이었을지 모릅니다.

 

박근혜 당선자님

당선자님은 50년 이어온 지역, 이념, 세대간 갈등의 고리를 끊고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상생과 공생의 정신이 선조가 우리에게 물려준 훌륭한 자산입니다. 이제 상생과 공생의 정신이 정치, 경제, 사회 곳곳에 스며들도록 제가 앞장서겠습니다."라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함께 살자'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메아리로만 돌아오고,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만 느껴지고 있습니다.

1970년 스스로 몸을 불살라야 했던 전태일열사의 요구와 2003년 배달호, 김주익열사의 요구가 그리고 바로 어제 목숨을 끊은 젊은 노동자 최강서의 유서가 비슷합니다. 40년을 넘어 이땅에 살아가는, 일부 언론으로부터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조롱섞인 야유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노동자가 손배가압류에 막혀, '무기한 휴업'에 의한 생활고에 막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이 기막힌 사회는 어떻게 통합이 될까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이럴진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떻겠습니까?

박근혜후보의 당선소식을 기다린 것인지 생필품 가격은 오르고 있고,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현대자동차는 백주대낮에 2,000명의 용역을 투입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폭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살기위해서 철탑위로, 굴다리위로 오를 수 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은 다시 내려올 길은 있을지 기약없는 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강서열사의 스마트폰 메모에 남겨진 유언. 제공; 열사대책위>

 

<열사의 유품에서 경찰이 찾아낸 유서라고 합니다. 손배가압류 금액 158억이 적혀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박근혜 당선자에 대한 자본의 기대(?)와 노동자들의 실망의 한 단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와 실망에 대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진정 '대통합으로 가는 당선자의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