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터사랑1 2013. 1. 13. 10:35

7억도 4천5백만원도 3년

검찰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에서 열린 미래저축은행장등으로부터 7억 5천여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있는 이상득 전 국회의원에 대한 재판에서 징역3년에 추징금 7억5천만원을 구형했습니다. 솔로몬저축은행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징역1년6월과 추징금 1억 4천만원을 구형했다고 합니다. 각종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선고재판은 1월 24일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음날 청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건축허가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4천5백만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모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A씨에게 징역3년 6개월, 추징금 4천5백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

이 두 재판을 보면서 제가 든 생각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구나'였습니다. 물론 제가 법을 전공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많은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위의 두 재판결과를 보고 '불평등한 재판'이라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저는 위에 언급된 공무원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뇌물수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적어도 공무원들의 뇌물수수등의 혐의에 대해 청주지방법원의 선고 수준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제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같은'공무원인데 왜 저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냐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검찰의 구형보다 법원의 선고양은 줄어드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징역 3년 이상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다 죽어가는 권력이지만 그래도 현직 대통령을 동생으로 두고 있는 권력자에겐 법도 관대해 지는구나'라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려면, 그리고 평소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을 강조해왔던 법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이상득의원에 대해서 검찰의 구형과 상관없이 여러가지 사안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징역 7년 이상이 선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이 평등일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우리는 배워 왔습니다. 

우리가 고속도로 등을 달리다보면 '과속'등으로 벌금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6만원이고, 벌점이 있기때문에 납부기간을 넘겨서 7만원의 과태료를 내기도 합니다. 이건 누구에게나 적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걸려도 마찬가지고, 삼성의 이건희회장(물론 본인이 차를 운전하는 경우는 없겠지만)이 걸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것을 평등이라고 배워왔습니다.

 

 

그럼 이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음주운전등의 위반으로 벌금을 받았는데,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형'을 받게 됩니다. 150만원의 벌금이 나왔다면, 하루 5만원씩 적용해서 30일의 노역형이 적용됩니다. 그럼 벌금에 대한 노역형의 하루 기준금액은 동일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09년 8월 14일 서울고법 형사4부는 삼성SDS 배임혐의와 조세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삼성 이건희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이 1,100억원의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100일간의 노역형에 처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우리처럼 일반 서민은 노역형에서 하루5만원을 적용받지만, 이건희회장의 경우 하루 11억을 적용받은 것입니다.

앞의 속도위반 사례와 모순으로 보이지는 않나요?

 

10여년 전 노키아 반요키부회장이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과속'으로 단속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이때 핀란드 당국은 그의 지난해 연간소득인 1천400만 유로(약 163억 원)의 14일치 수입에 해당하는 액수인 11만6천 유로(약 1억3천500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했다고 합니다.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 '벌금 6~10만원'은 별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적용되었다는 것이지요.    

 

나라마다 '법 앞에서의 평등'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사례가 아닐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게 싶을 만큼, 또는 정말 세상 더러워서 더 이상 살기 싫다는 감정이 생기는 '법 앞에서의 불평등'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상득 전의원의 검찰 구형이 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염두에 두고 빨리 진행된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더욱 씁쓸함을 지울 수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