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중조소선 회생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정책적 접근 필요

터사랑1 2013. 3. 18. 08:49

어려운 상황

자동차 산업은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이라는 구분이 가능하지만 조선산업은 전세계가 거의 단일시장에 가깝습니다. 10억원어치 팔리면 12명이 새 일자리를 얻을 정도로 조선산업은 고용창출효과가 큰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박이 ‘물류’를 중심으로 하기에 실물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2008년 미국과 유럽발 경제위기로부터 시작된 조선산업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통영에 있는 신아sb는 올해말까지 워크아웃 기간이 연장되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수주받은 물량이 없고, 수주받은 선박은 건조가 마무리 된 상황이다. 신규수주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업의 존폐문제를 놓고 투쟁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신아sb가 자리잡고 있던 통영 미륵도의 경우 3개의 조선소에 많을 때 8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채 2천여명도 되지 않습니다.1

지역에서 자리잡고 있는 중소조선소의 어려움은 지역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집니다. 통영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지역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50여개 단체로 ‘신아sb 살리기 통영시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골목시장을 파고들어오는 대규모 조선소

조선산업의 어려움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소규모 화물선을 수주하기 위한 시장에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STX조선, 현대미포조선 등 대규모 조선소들이 경쟁기업으로 달려들고 있습니다. 골목상권을 치고 들어오는 SSM의 모습이 조선산업에도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특정한 기업의 어려움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해양플랜트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다.’라고 단정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2 그들은 대부분 중소조선소에 대한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시장에 맡겨둘 것을 주장합니다. 대안 중 하나로 해양플랜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삼성과 대우 등 대규모 조선소의 매출에서 선박건조보다는 해양플랜트가 우위를 점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가 효자노릇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해양플랜트의 주요부분 설계는 해외 엔지니어링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며, 선박건조의 경우 기자재 국산화율이 80%를 넘어서고 있지만, 해양플랜트의 경우 20%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작에 필요한 비용 또한 선박건조 수준을 넘어서는 상황이기에 중소조선소가 직접 해양플랜트 신규사업등에 뛰어들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유럽과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유럽은 전세계 조선강국이었지만, 1960년대 당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사업체를 줄이고 조선업종에 일하던 노동자들은 생계비를 포함한 전직지원금3등을 주면서 이동시켰습니다. 사업체를 줄이고, 숙련된 노동자들이 전직한 이후 조선산업이 회복되었을 때, 유럽조선의 영화는 일본으로 넘겨야 했습니다.

유럽으로부터 1위 자리를 넘겨받은 일본도 1980년대 조선산업 위기 과정에 시설과 인력을 줄이는 ‘산업합리화’라는 산업구조조정을 거쳤습니다. 일본 역시도 사양산업이라 생각했던 조선산업이 다시 회복되는 과정에 설비와 인력부족으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조선산업의 1위는 한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선산업에서 시장논리만을 적용한다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살아남는 중소조선소는 거의 없을 것4입니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둔 채 조선산업이 회복되었을 때, 그 과실은 온전히 중국으로 넘어 갈 것입니다. 결국 설비과잉을 해소할 필요는 있지만, 다양한 규모의 조선소와 숙련된 노동자들을 유지할 방안을 함께 만들어가며 현재의 위기를 넘겨야 하는 것입니다.

 

함께 살기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선산업은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한국경제의 3대 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조선산업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 조선소가 자리잡고 있는 지역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초부터 계속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한시적으로라도 (가칭)조선산업발전전략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선산업 발전전략과 고용유지, 창출방안을 만들어 갈 것을 제안5하고 있고, 구성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 (가칭)조선산업발전전략위원회는 조선산업의 정책방향, 노동력 관리 및 고용보장방안, 중소조선소의 선박수주 대책 마련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 해결 등의 의제를 논의하고, 결정해서 집행해 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조선산업은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숙련된 기술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위기라는 이유로 고숙련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 몬다면, 회생기의 대책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숙련된 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고, 숙련된 기술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자본중심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현재 조선산업을 살리는 길입니다.

  1. 2013년 1월 통영과 고성지역은 ‘고용안정촉진지구’로 지정되었다. 고용안정촉진지구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신규로 가입되는 기업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청노동자가 많은 조선산업의 겨우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많다. 이들에 대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본문으로]
  2.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일에 경남지사 보궐선거도 있었다. 새누리당 후보였던 홍준표는 ‘신아sb를 살리겠다.’ ‘중소조선소를 살리겠다’며 선거운동을 했지만, 당선된 이후 올해 2월 21일 통영시 및 관계자 등 300여명이 있는 자리에서 ‘중소조선소는 사양산업이다.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해 지역사람들로 하여금 분노를 갖게 만들고 있다. [본문으로]
  3. 우리나라도 노동자들의 전직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전직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소생계비라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본문으로]
  4. 2007년 경 강선을 만드는 중소조선소 숫자는 통계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40여개가 있었다. 현재는 5개 정도만이 생존해 있다. [본문으로]
  5. 노동조합의 이러한 요구에 대응을 하지 않던 조선협회는 2월 21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통해 ‘선박금융지원 확대, 중소조선소 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의 대정부 요구를 제안하고,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2월 27일 ‘선박금융지원확대’ 를 공식 요구하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