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S&T

지역 대학생 뽑아 노조파괴에 사용?

터사랑1 2013. 9. 7. 08:46

'지역인재 우리가 먼저 뽑지요'

 

어제 경남도민일보 2면 첫 기사 제목입니다. 내용은 삼성중공업, 성동조선해양, s&t중공업 등 도내 우량 중견기업과 경상남도가 도내 대학생 취업 확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협약에 따라 기업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도내 대학생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경상남도는 맞춤형 인력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해당기업의 인,허가 및 민원처리 요청을 하면 원스톱 행정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기업은 기왕 뽑아야 할 인력을 지역 대학을 통해서 뽑고, 경상남도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한 지역대학생을 많이 뽑는 기업에 대해 일정한 행정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였습니다.

지금처럼 모든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쏠림현사이 강한 속에서 나름 의미있는 협약을 맺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대졸자만 뽑는가?

 

그런데 해당기업을 보면서는 조금 이해가 안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s&t 중공업(대표이사 박재석, 이하 s&t)이 해당기업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 사업장은 노동조합이 현장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신규인력 채용'을 요구할 때, '인원이 부족하며 아웃소싱을 한다'고 주장해 온 사업장입니다.

결국 생산현장의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정규직 채용을 거부한 회사입니다.

지역의 실업문제가 비단 대졸자만의 문제는 아닐진데, s&t는 생색내기 좋은 대졸자 채용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대졸자 뽑아서 어디에 쓸까?

<신규인력을 채용하라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회사는 아웃소싱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일방적인 아웃소싱에 반대하자 s&t중공업은 사무관리직을 동원해 기계반출등을 시도했습니다. 사진 ; s&t중공업지회>

 

s&t중공업은 협약식이 진행된 9월 5일(목) 오후에 공장안에서 조합원들과 회사와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s&t중공업의 대형조립반에서 라인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그동안 지급되어 왔던 유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여 대상 조합원들이 잠시 일손을 놓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회사는 사무관리직을 동원해 대체근로를 시도했습니다. 동원된 사무관리직이 너무 많아서인지 쌍용자동차에 납품하는 라인에서 멀쩡하게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밀어내고 대체근로를 시도 했다고 합니다.

쟁의행위를 하는 것도 아닌데 사무관리직을 동원해서 대체근로를 시도하자, 조합원 및 노동조합 간부들과의 마찰이 6일(금)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생산현장에 동원된 사무관리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생산현장의 조립라인에 가서 멀쩡하게 일하고 있는 생산직 노동자들을 밀어내고 일을 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9월 6일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사밖으로 나가는 노동조합 간부(사복입은 사람)를 막고 있는 s&t모티브 사무관리직 노동자들.

사진 :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이러한 현상은 s&t중공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6일(금) 오후3시에 s&t중공업과 s&t모티브, s&tc 등 금속노조 소속의 3개 지회가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갖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s&t모티브에서 사무관리직 70여명을 동원해서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회사 정문에 이르기까지 노동조합 간부들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아선 것입니다. 이렇게 노동조합 간부들을 막는데 동원된 사무관리직 노동자들도 대부분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입니다.

 

 

노조 파괴에 동원되려고 12년을 공부했나!!

노사간에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노동조합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에 따라 파업을 합니다. 그러면 s&t중공업의 사무관리직 노동자들은 현장직 조합원들이 빠진 자리에 대체인력으로 들어가 일을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다보니 불량을 내기도 합니다. 회사는 교섭을 통해 노동조합과 문제를 풀려고 하는 시도보다는 파업현장에 사무관리직을 대체투입 해 파업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데 주력합니다. 결국 노동조합의 힘을 빼고, 심지어는 파괴하는데 사무관리직 노동자들을 동원하는 것입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12년을 공부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전공에 따라 기업에 취업을 했는데, 하는 일의 상당수가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일'이라면 당사자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얼마나 클까요? 실업자가 넘쳐나는 상황속에 회사를 옮기기도 쉬운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현장의 조합원들과 몸싸움에 동원되고, 밤늦게까지 익숙하지 않은 생산현장의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맡겨진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s&t중공업은 진정으로 회사가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이처럼 12년을 공부한 사람들에게 노동조합 파괴하는 일을 맡겨선 안된다고 봅니다.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시한번 기업이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