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삼성에게 부족한 것

터사랑1 2013. 10. 15. 10:29

중고를 새 부품인 척 사용?

13일(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하 2580)'에 매우 심각한 내용이 방송되었습니다.

 

<시사매거진 2580에서 R급부품을 A급부품이라고 하면서 교환한 제품번호입니다.>

 

삼성전자가 중고부품을 새 부품인 척 고객들을 기만하는 AS를 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삼성전자 담당자가 잘못을 인정한 내용입니다. 고객에게 A급 부품을 교체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R급(중고 부품 가운에 문제가 없는 부품만을 분리해 재조립하거라 수리한 것) 부품을 사용한 것입니다.

 

정말 몰랐을까?

 

삼성전자 담당자는  2580 취재진에게 A급 부품이 아닌 R급 부품이 사용되는 것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A급이 아닌 R급 부품이 사용된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서 삼성전자에 알렸다고 합니다. 제가 만나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도 이와 같은 문제제기를 줄곧 해 왔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2580이 상영되기 전까지는 몰랐다고 주장한 것이며, 블로그를 통한 공식사과에서는 사전에 알았는지에 대한 표현은 없이, R급 부품 사용에 대한 확인과 함께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전체 수리비용을 환불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돈보다 소중한 것을 잃은 삼성

이렇게 문제가 된 제품은 삼성전자나 2580등에서 추산하는 것에 따르자면 1만대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금액으로는 15억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고, 사실상 삼성전자가 덕을 본 것은 8억정도라는 것이지요.

15억과 8억은 일반인의 눈에서 보면 엄청나게 큰 돈이지만, 한해 순이익만 10조가 넘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큰 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돈보다 더 소중하고 큰 것을 잃었습니다. 바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입니다. 

방송에 나오기전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문제제기를 할 때 이를 인정하고 바로 시정을 했다면, 삼성전자는 신뢰를 잃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의 문제제기를 외면했고, 언론의 취재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A급 부품이 아닌 R급 부품을 사용한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준비했고, 결국 삼성전자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에 왔습니다.

 

다른 문제는 없는가?

우리가 또다시 갖는 의문은 과연 컴퓨터 메인보드만 문제일까입니다. 다른 부품은 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컴퓨터가 아닌 냉장고, TV, 에어컨 등 일반가전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등 다양한 의문을 낳게 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다른 전자제품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이제 삼성전자가 다시 답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삼성에게 부족한 것

삼성전자의 문제점을 다루는 언론기사를 접하기는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도 그럴것이 누구나 인정하는 국내 최대 광고주가 삼성전자인데, 이런 기업의 심기를 거스르는 기사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삼성전자와 관련한 기사는 알아서(?) 조절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갤럭시기어에 대한 뉴역타임스의 기사가 나온 뒤 뉴욕타임스에 실린 삼성전자 광고. 사진 ; 경향신문 인터넷판 재인용>

 

삼성이 갤럭시기어의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뉴욕타임즈의 기사가 나오자 뉴욕타임즈 10개면에 전면광고를 실었다는 기사는 광고주의 힘과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삼성의 힘(?)이 오히려 삼성에게 부족한 것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모릅니다.

모든 기업은 그리고 사람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완벽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겠지요.

완벽할 수 없기때문에 다른 기업이나 사람과 함께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삼성의 모습은 힘이 너무 세서, 스스로 완벽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완벽하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자신들의 주장외에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렇게 완벽하다고 생각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돈의 힘(?)으로 정리해 온 것이 습관이 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이에 대응하는 모습도 위의 삼성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약 40개에서 교섭을 하는데 경총의 특정인에게 교섭권을 위임하고, 다시 이를 자신이 속한 부서의 직원들에게 재위임하는 방식으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각 서비스센터의 사장이 '바지사장'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각 센터가 독립된 기업이고, 엄연한 사장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으면서 각각이 다르다고 하는 기업 40여개가 특정인에게 교섭권을 위임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삼성전자서비스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잘못을 혹시나 특정 센터의 사장이 조합원이나 노동조합과의 교섭과정에 실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요? 그래서 입단속을 해야겠고, 전국으로 교섭권을 위임하면 그마저도 정리가 안되니, 가장 자본에 충실한 경총 임원급에게 교섭권을 위임한 것은 아닐까요?

 

제 가설이 틀리기를 바랍니다.

제 가설이 맞다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서비스는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이 없거나. '진실을 감추기'위해 노력하는 집단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