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로 살아가려면

터사랑1 2013. 11. 26. 16:22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린 지 130여일이 넘었습니다.

 

<천안센터에서 일했던 최종범 열사의 유서>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9월27일 칠곡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져 사망했고, 10월 31일에는 천안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가 삼성의 표적감사와 지역분할을 통한 노조탄압등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힘들게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쩌면 감정 노동자, 누구나 겪는 고통일지도 모르지요.

130일이 넘는 시간동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로 살아가려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먼저 기억력이 좋아야 합니다.

올해 10월을 전후로 삼성전자 각 서비스센터에서는 감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미 노동조합을 만들기 시작할 때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해마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각 센터에 대한 감사를 해 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달랐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감사를 하면, 그것은 도급업체라고 해 왔지만 사실상 고용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니까요.

 

 

 

우리의 예상대로(?)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감사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각 센터의 (바지)사장들이 감사자료를 들고 와서 감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있는 센터의 대부분은 분회장을 중심으로 조합 간부드리 중대한 과실이 있다며 감사대상으로 지적되었습니다. 그리고 감사지적의 대부분은 기억도 하지 못하는 2010년, 2011년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해마다 감사를 해 왔음에도 뜬금없이 3~4년전 자료를 들이대면서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니, 삼성전자서비스에 다니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하겠지요.

  

표정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고객 집에서 전자제품 수리를 하는 과정에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삼성에 다니니까 월급을 많이 받지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삼성전자 광고라도 보거나 하면 "우리아빠 다니는 회사다"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입사하는 날까지 본인이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으로 알고 있었던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삼성전자서비스 관리자들과 면접을 보고 입사를 했으니까요.

 

 

하지만 스스로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고객이 하는 얘기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내색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차마 더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타는 속을 혼자 삭히며 표정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존심? 그런것은 버려야 합니다.

천안의 故 최종범열사는 지난 여름 어느날 (바지)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어야 했습니다. 고객이 서비스 과정을 문제삼아 (바지)사장과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센터장에게까지 연락이 온 것을 문제삼아서 십원짜리 욕은 기본이고, 고객을 죽여버리지 그랬냐는투의 욕설을 들은 것입니다.

최종범열사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관리자로부터 욕설을 듣기도 하고, 심지어는 일과후에도 폭행을 당하는 사례까지도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일상과 관련한 기사>

 

서비스 노동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대우는 하지 않으면서 자존심은 집에 두고 출근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돈은 좀 많아야 합니다.

노동자가 고객 집에서 수리를 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고객들의 대부분은 고객센터 등에 전화를 해서 '책임자 나와라'고 합니다. 그러면 삼성전자서비스등에서는 (정규직)센터장이 마무리를 한답시고, 고객들에게 (비슷한 종류의 다른 제품을) 헐값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냉장고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크레임을 걸면, 새로운 냉장고로 교환해 준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고객 집에서 가져온 냉장고와 새로 교환해 준 냉장고 가격이 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정규직)센터장이 자기가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해 주라고 하고서는 그 차액을 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에서 빼 버립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고객 집에서 수리를 하다보면 '돈이 없으니 뒤에 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금액이 들어올 때까지 누가 책임을 질까요? 서비스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공제를 한다고 합니다.

혹시나 부품을 들고 다니는 동안에 약간의 흠집이 발생해도 그 책임을 서비스 노동자가 지고 공제를 한다고 합니다. 이러니 앞으로는 분명히 돈을 제법 받는 것 같은데, 정작 손에 쥐는 것은 없다고 하네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고, 세계에서도 일류에 들어간다고 하지요.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서비스의 지분 93% 가량을 갖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자회사라는 것이겠지요.

서비스 노동자들은 현재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일선에서 국민들에게 알려내는 당사자들입니다.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럼 당연히 직접 고용하고, 대우도 잘 받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네요.

 

 

'노동조합 > 사회를 보는 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불임금 지급요구에 대체인력 투입?  (0) 2014.01.21
한 사람이 아쉽습니다!!  (0) 2013.12.10
삼성에게 부족한 것  (0) 2013.10.15
추석 떡값도 없다면서   (0) 2013.10.02
삼성은 다르다?  (0) 201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