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드리는 감사의 글

터사랑1 2014. 2. 14. 18:13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지 7개월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노동조합을 만든 통영의 성동조선해양이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회사측에서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하지 않으면서 교섭이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그런 속에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경남 대표자들이 어제(13일) 날짜  부산일보 1면에 광고를 실었습니다. 이 광고를 보고 적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글입니다. 

제가 쓴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글이기에 옮겨 봅니다.

 

 

 

삼성전자 AS기사들이 부산·경남 시·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감사의 편지


사랑하는 부산시민 여러분, 경남도민 여러분!
저희는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들입니다.
여러분이 사용하는 삼성 제품 고장나면 직접 달려가서 고치고, 설명해드리는 AS기사들입니다.

시민 여러분.
요즘 삼성전자 AS기사들의 파업으로 시끌벅적해진 것 느끼셨을 겁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장이라도 저희가 가장 사랑하는 일, 고객님들 만나 친절히 제품 고치는 일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궁금했습니다. 알고 싶었습니다.
왜 그렇게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월급 통장에는 백만원 남짓의 돈이 찍히는지.
주면 주는대로, 시키면 시키는대로 마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줄 알았습니다.
우리 급여가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 물어도 벤츠타고 아우디타시는 사장님은 다 녹아있다고만 말하며 ‘기다리라’고만 했습니다.

여름 한철 자정까지 일하고 어지럼증에 출근하기 힘들어도 사장님이 까라면 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인민재판식 평가를 받고, 정당하게 일한 급여를 깎여도 우리가 할 말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저희는 몰랐습니다.
하루 15시간씩 일했던 우리가 근로기준법에도 못 미치는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우리가 노동자인지도, 근로기준법이 어떤건지도 몰랐습니다.
삼성왕국에서 협력사 노동자는 노예 중의 노예로 살아야한다고 생각했고,
개만도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알았습니다.
우리도 사람이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감히 “사람답게 살고싶다”는 꿈을 꾸었고,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삼성은 여지껏 ‘삼성’ 마크 달린 작업복 입고 삼성제품 고쳐온 저희에게 “너희는 우리 직원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이미 감사가 끝난 4년 전 업무까지 표적감사를 했고,
노동조합만 탈퇴하면 챙겨주겠다고 잘해주겠다고 회유했습니다.
삼성 자본에 의한 전방위적 노동조합 탄압이 이루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31일 천안에서는 돌이 된 딸 ‘별이’를 둔 서른세살의 젊은 엔지니어가 노동 탄압에 항거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는 삼성 자본의 노동조합 탄압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었습니다.

 

부산·경남지역 협력사 대표자들은 저희가 요구하는 임금 요구안이 무리하다고 말합니다.
앞뒤 맥락 다 빼고 진실을 호도하는 그들의 말에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는 ‘임금’에 대한 ‘안’을 달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근로기준법도 무시하고 최저임금도 안되는 임금 지급했으니,
제대로 된 임금안을 내라고 지난 수개월 내내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협력사 사장들과 경총 교섭단은 임금에 대해 아무런 안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섭에 나온 날짜보다 나오지 않은 날짜가 훨씬 많았습니다.

이렇게 대화의 기본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는 시민들께 더 많이 알리고, 호소하는 것 밖에 방법을 모릅니다.
소비자와 AS기사들 모두 삼성과 협력사 대표들로부터 이중 갈취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삼성 이건희-이재용 부자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몇 년간 우리 서민들의 삶은 추락했지만
이건희-이재용 일가는 몇배의 재산을 불려 14조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8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었다지만 우리 삶과는 무관한 상황입니다.
대학도 줄세우더니, 이제는 영화 상영에 대한 외압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삼성에게 좋은 것이 한국에도 좋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던 것입니다.

 

시·도민 여러분!
저희는 삼성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키는 첫 걸음이라 생각합니다.
부자들에게만 풍족한 나라가 아닌 서민들 모두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나가는 중요한 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간 저희 AS기사들, 시민 여러분이 주시는 응원의 말씀, 힘내고 함께 하겠다는 한마디 한마디, 건네주신 커피 한 캔에 많은 힘을 냈고,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삼성 자본과 협력사 사장들의 해고 협박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고객님들께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비싼 AS가격은 낮추고, 최저임금도 안되는 AS기사들 생활임금은 보장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걸고 싸워나가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주시는 응원의 말씀, 힘내고 함께 하겠다는 한마디 한마디,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서민의 마음은 서민이 압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거듭 죄송합니다.
항상 함께 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