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노조때문에 폐업한다구요?

터사랑1 2014. 3. 3. 11:15

'노조 파업에 협력사 첫 폐업?'

2월 28일 중앙 일간지 중 몇 신문에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기사들의 내용을 종합하면 광명해운대서비스라는 한 센터가 '삼성전자협력업체에 생긴 노동조합이 너무 과한 요구를 하고, 또한 파업을 이어오면서 경영이 악화되어 폐업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노조의 파업으로 경영이 악화되어 문을 닫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만을 보면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와 파업이 폐업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경제지는 다른 업체도 줄 이을것 같다고 기사를 썼고, 신문이 발행된 날 이천과 아산센터가 폐업을 하겠다고 공개했습니다.

과연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와 파업때문에 폐업을 할까요?

 

참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갖네요.

해운대센터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2월 27일 정오 쯤 센터폐업을 통보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1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집회를 해도 보도를 않던 mbc, kbs를 비롯한 많은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50여명이 일하는 센터가 폐업을 하는 것은 분명 적은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언론의 관심은 '잘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지금 관심을 갖는 언론이 진작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의 폐업사태도 오지 않았을 수 있겠죠?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지역을 떼간 삼성전자서비스

 

<해운대센터에서 관할하던 지역 중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떼 간 지역을 표시한 지도  출처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처음으로 폐업을 선언한 해운대센터는 부산 기장군과 해운대구를 관할하며 48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고, 대부분 금속노조 조합원들입니다. 남부지역을 담당하는 부지회장이 소속된 센터이기도 합니다. 언론에서는 노동조합의 파업때문에 경영이 악화되었다고 하지만, 노동조합이 생각하는 것은 정반대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폐업으로 내 몰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서비스지역을 떼 가면서 노동자들의 임금도 줄어들었고, 업체의 이익구조도 악화된 것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해운대센터 조합원들의 임금명세서입니다. 무엇이 그리 비밀이 많은지 대외비라고 하네요. 20년이 넘은 부장이나 1년차 노동자의 임금이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출처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을 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삼성전자서비스는 해운대센터에서 관할하고 있던 지역 중 일부를 자신들의 관할구역으로 변경해 버렸습니다. 전체 129,373세대 중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서 이관해 간 세대는 52,945세대 대상세대의 41% 정도 되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특성상 세대수가 일거리로 연결되는 구조에서 41%가 넘는 세대를 분할해 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영악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경영악화는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렇게 관할구역을 삼성전자서비스가 이관해가면서 업체의 경영도 악화되었고, 조합원들의 실질임금도 삭감되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배경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경우가 없더군요. 삼성으로부터 오는 막대한 광고가 눈앞에 보이기 때문이겠죠?

 

노조의 과다한 요구와 파업?

언론에서는 또한 노동조합의 요구가 과다하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앞에 말했듯이 7월에 노조가 생겼고, 11월 1일 전 센터에 대해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전달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사와 회사의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총에서는 노동조합의 요구안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고 있지 않습니다.

'1년차 요구안이 5,000만원'이라면서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언론에서 보도했지만, 이는 요구이며 이렇게 주겠다고 삼성전자서비스나 협력업체, 그리고 경총에서도 밝힌적이 없습니다. 차라리 그렇게 주면서 얘길하든지.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높든 낮든 중요한게 아니라,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해 빨리 답을 내는 것이 정답이겠지요?

 

파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에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고, 회사와 경총에 대해 노동조합 요구안에 대해 빨리 답변을 달라고 했지만 회사측에서 답변이 없어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를 비롯한 회사측은 '대체인력 투입'으로 대응 했습니다. 현행 법으로는 파업기간에 원래 함께 일하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새로 채용하거나,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 불법입니다. 하지만 다른 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 노동자들, 심지어는 동네 전파상은 물론 이전에 삼성전자서비스의 감사에서 부정부실로 회사를 떠났던 사람까지 정말로 다양(?)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했고, 조합원들의 분노가 더 올라가면서 파업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제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왜 하는지 정도는 관심을 가져주면 고맙겠습니다.

 

 

강제폐업? 위장폐업?

이번 폐업과정이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해운대센터 사장은 폐업 발표 하루전인 26일 조합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역분할로 경영이 악화되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27일 발표한 내용에는 이런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이천센터의 경우에는 폐업을 발표하면서 비조합원들에게 '2~3개월 기다리면 다시 센터를 열어서 부를테니, 그동안 퇴직금으로 버티고 있어라'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게 폐업하는 사람의 태도인가요?

 

 

관례가 있었다.

삼성전자서비스 각 센터의 사장들이 계속 동일한 사람으로 유지되어 온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조합원들은이런저런 이유로 센터 사장들이 그만두거나 혹은 잘리거나(?) 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합니다. 그럴때 어떻게 되었냐고 하니까, "사장들만 바뀌고 우린 그대로 일을 했다."고 합니다.

28일 폐업을 선언한 경기 이천과 충남 아산센터 사장들이 '건강상의 이유와 경영악화'라고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내용으로 폐업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 센터의 사장들이 그 자리를 떠나더라도 (주로 삼성전자서비스 출신의) 새로운 사장들이 왔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하는 지 볼 것입니다.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결국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한 부당노동행위 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