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정규직 대비 70% 요구가 과한 요구인가?

터사랑1 2014. 2. 18. 10:13

1년차 연봉 5천만원 요구라!

오늘 포털을 검색하다가 '중소기업 1년차에 연봉5,114만원 요구한 금속노조'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경제지 더구만요.

 

기사를 읽으면서 기자가 마치 특종을 잡은 듯이 흥분해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 들었던 생각은 '이 기자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을까?' 와 '노동조합이 뭔지는 알고 있을까?'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에 침묵했던 언론

2013년 11월 초 충남 천안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한 센터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표적감사등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 내용은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761 )

천안에서는 이후 매일 저녁 촛불집회가 열렸고, 12월에 들어서서는 삼성전자 본관앞에서 농성이 이어졌고, 제법 규모가 큰 집회도 수차례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최종범 열사의 죽음으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알려졌고, 이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에서 3월 1일부터 노동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기로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원인에 대해서는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생뚱맞아보이기도 할 만큼 단신으로 처리를 했습니다. 

 

 

 

정규직 70% 수준의 요구가 과도한 요구인가?

이 신문은 금속노조에서 요구한 내용이 너무 과도하다고 제목에 달았습니다.

기자가 조금만 관심이 있었으면 이 요구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봤을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요구는 삼성전자서비스 각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거의 한달가까이 매일 저녁에 모여서 주변의 상황등을 확인해서 제출한 것입니다.

금속노조 담당자들이 '요구안의 기준이 뭐냐?'라고 했을 때, 조합원들은 '정규직의 70%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불법파견의 의혹이 있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70% 수준의 근로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인가요?

 

 

모든 센터가 경총에 교섭권을 위임한 것은 이해가 되는가?

오히려 노동조합에서 교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도 기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많은 삼성전자서비스 각 센터에서 7월말에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교섭이 이루어진 것은 9월 중순에 들어서야 가능했습니다. 각 센터에서 교섭과 관련한 법을 지키지 않아서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명령을 받고서야 교섭에 나왔기때문입니다.

그러고도 교섭에 나온 각 센터의 사장들은 짜고 친듯이 경총의 노사대책본부장 한 명에게 교섭권을 위임했고, 이 본부장은 다시 노사대책팀장 또는 책임전문위원에게 교섭권을 재위임하는 기형적인 교섭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렇게 나온 교섭대표들도 교섭을 2~3주마다 한번씩 하자고 하면서, 교섭을 요구한 지 7개월이 다가오는 지금도 노동조합이 요구한 단체협약에 대한 제대로 된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추석에 직원들에게 1만원짜리 선물하나도 살 돈이 없다고 하던 각 센터에서 어떻게 짜고 치듯이 경총에게 교섭권을 위임할 돈이 만들어졌을까요? 이게 기사거리 아닌가요?

(이와 관련해서는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759 )

 

 

노동조합에 대한 이해는 있는가?

기자는 기업별 교섭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상 금속노조가 주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표현은 노동조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각 센터의 노동자들은 센터별로 별도의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이 아니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라고 하는 산별노조에 가입을 한 것입니다. 금속노조의 지역별 담당자들은 금속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교섭권을 위임 받아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센터별로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가 별로 없으므로 중앙교섭을 통해서 문제를 풀자고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평소 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주장하는 교섭비용을 줄이는 최상의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경총은 이러한 중앙교섭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은 전 센터에서 교섭을 진행하고 그 자리에 금속노조 담당자들과 경총 담당자들이 앉아서 교섭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문제를 삼는 것은 각 센터의 (형식상이든, 실질적이든)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교섭에 나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교섭에 나오지 않습니다. 교섭권을 위임받았다는 경총의 직원들과 팀장들만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을 더 꼬이게 하는 한 원인이기도 하지요.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7월 14일 출범했습니다. 그 바로 다음주에 통영의 성동조선해양이라는 사업장에서 900여명의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해서, 교섭을 진행, 현재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상황입니다.

기자의 논리대로라면 성동조선해양이 더욱 교섭이 늦어야 되는데, 왜 삼성전자서비스가 늦은지 봐야하지 않을까요?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