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기업열전

KBR 노동자들은 정상적인 회사운영을 바라고 있습니다.

터사랑1 2014. 7. 28. 17:02

 

KBR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지 83일이 지나갑니다. 뭘 특별히 요구한 것도 없고, 다른 사업장에서 받는 정도로 임금을 요구하고 있을 뿐인데 회사는 계속해서 '하도급을 주거나, 기계를 반출하자'고 합니다. 안전은 온데간데 없고, 이유만을 찾겠다는 기업입니다. .

문제를 푸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서울에 있는 셰플러코리아 본사앞에서 상경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셰플러코리아에 보낸 조합원들의 편지글입니다.

 

 

뒤늦은 장마와 무더위 속에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여름속에 KBR 노동자들은 83일째 파업투쟁을 이어오고 있고, 지난 23일부터는 귀 셰플러코리아 본사가 있는 교보생명 광화문빌딩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KBR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는, 정상적인 회사운영을 위해서입니다.

 

KBR은 귀 사를 비롯한 베어링제조업체에 강구 및 테이퍼롤러를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베어링은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가전제품, 산업용기계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제품의 품질과 수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 KBR노동자들은 각종 제품의 품질과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조합원은 48명에 불과하지만, 적게는 13년 많게는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KBR에서 일을 해 왔고, 한국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강구와 테이퍼롤러를 만든다는 자신감을 갖고 살아 왔습니다. 각종 자동차회사에서도 우리 조합원들이 만드는 제품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 제품에 대한 작업자까지 파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경영진이 바뀌면서 이러한 노동자들의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2006년 이후 이종철회장과 두명의 자식, 그리고 손자로 보이는 이들로 주주가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종철회장이 모든 권한을 행사해 왔습니다.

 

이종철회장은 2006년 이후 지금까지 경영을 해 오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두 번에 걸쳐 임금을 동결시켰고, 작지만 가지고 있던 복리후생마저 후퇴시켰습니다. 임금을 동결시키고, 복리후생을 후퇴시켜왔던 경영진들은 회장, 사장, 상무라며 한해 5~6억원을 임금으로 가지고 갔고, 그마저도 부족한 것인지 201216, 20134억 등 20여억원을 배당금이라는 명목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임금과 배당금만 가지고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의 생명은 품질인데, 더 많은 이윤을 뽑겠다며 밀양에 삼경오토텍이라는 새로운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두명의 아들이 대주주로 되어 있는 삼경오토텍에 대해 이종철회장은 처음에는 모르는 회사라고 했다가, ‘강력한 경쟁기업이라고 했다가, ‘삼경오토텍으로부터 기술이전료를 받는다라는 등 계속 말을 바꿔 왔습니다. KBR의 재산으로 되어 있는 각종 기계가 삼경오토텍에 설치되어 있기도 합니다.

 

삼경오토텍에서 제작된 강구 및 테이퍼롤러는 KBR에서 제작된 것처럼 귀 사를 비롯한 베어링제조업체와 자동차 부품공장에 납품되어 왔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에서 미승인 볼을 납품하지 말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지만, 회사는 미승인 볼을 제작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2013년 한 자동차 부품사업장에 미승인 볼이 납품된 것이 확인되었고, 전량 회수되기도 했습니다.

회사는 이제는 미승인 볼을 납품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미승인볼은 제작되고 있으며, 귀 사등에 납품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납품된 미승인 볼은 결국 각종 제품의 품질과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월호가 이윤만을 내세운 바다의 안전문제라면, KBR의 미승인볼은 육지의 안전문제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 KBR뿐 아니라 귀 사의 타격또한 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미승인볼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품질의 제품으로 이윤을 남기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요구와는 달리 KBR 경영을 하고 있는 이종철회장은 제품의 품질안전보다는 이윤자식들에게 노동조합이 없거나, 힘을 빼서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는 노동조합의 투쟁에 의해서 임금등 요구조건을 들어주면 버릇이 들기 때문에 들어줄 수 없다는 이종철회장의 태도에서 확인되고 있고, 파업이 석달이나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은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삼경오토텍에서 제작한 볼에 KBR의 상표를 붙이는 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하도급’ ‘기계반출등의 시도가 중단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조건이지만 KBR 노동자들은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싸워 갈 것입니다. 그것이 KBR 노동자들뿐 아니라, KBR의 제품을 믿고 구입하는 귀 사를 비롯한 고객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납품된 미승인 볼에 대한 확인과 그에 따른 책임자 문책, 그리고 다시는 미승인 볼을 사용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귀사에도 요청을 드리는 바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KBR 전체 노동자들은 다시 모든 힘을 모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강구와 테이퍼롤러를 생산해 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4728KBR 노동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