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어떤 폐업

터사랑1 2015. 5. 6. 15:55

자동차의 수명을 좌우하는 부품이 몇 개 있을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베어링일 것입니다. 베어링에 들어가는 강구를 생산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 사업장은 특정 그룹의 계열사 의혹도 있었고, 그룹 계열사 소속으로 있기도 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한 사업장은 수십년을 거쳐서 한국에서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06년 경영진이 교체되었습니다. 새롭게 들어온 경영진은 일만 잘하면 집도 줄 수 있다면서 독려를 했습니다. 휴일까지 이어지는 맞교대를 하면서 장시간 노동이 이어졌고, 회사는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이 약속한 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근무조건은 나빠졌습니다. 인수 후 몇 년 동안 지역의 다른 사업장은 임금이 올랐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몇차례 임금이 동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13~14년 근속의 노동자들이 법적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상황까지 왔습니다.

 

근로조건이 나빠지는 상황속에서 경영진은 일방적으로 기계를 반출하겠다고 했고, 이를 막는 과정에 노동조합 집행부를 중심으로 해고가 되었다가 노동위원회의 판정으로 복직을 하기도 했습니다. 회사는 끊임없이 기계 반출또는 공정 외주화를 요구했습니다. 경영진은 2011년 밀양에 똑같은 시설을 갖춘 회사를 설립하고, 그 공장으로 기계를 반출하는 것을 동의하거나, 이미 공정의 60%가 외주인 생산라인에 또다른 외주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201361일에는 용역경비들을 투입해서 강제로 기계를 반출하려다 지역의 노동조합 간부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은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다고 판단해서 201457일부터 파업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쟁의권은 2013년에 확보했으므로 쟁의권을 확보한 지 1년가까이 지나서 파업에 돌입한 것입니다. 경영진은 노동조합이 파업을 해서 의견을 들어주면 버릇이 나빠진다면서 교섭은 진척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파업을 진행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법원에서 기계반출 가처분과 관련해서 두 번이나 기각을 했습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법원의 판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는 지켜지지 않았고, 검찰에 배임/횡령등의 의혹에 대해 진정을 넣었지만 경제사범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노사관계를 다루는 공안부에서 조사를 하면서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의 경영진은 대표이사로 되어 있는 아버지와 두 명의 아들, 그리고 손자로 보이는 2명의 주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두 명의 아들이 대주주인데, 이들은 회사에서 보이지 않은 지 1년이 넘었습니다. 폐업 얘기가 오가면서 조합원들은 최대주주인 큰아들을 찾아가 만났습니다. 큰아들은 나는 회사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포기했다. 주주도 아니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교섭장에 나온 회사측 교섭위원(대표이사의 조카)아직 대주주 맞다고 합니다. 아직 주주인지 아닌지도 확인되지 않는 큰아들은 함안에 있는 또다른 회사로 출근합니다. 이 회사도 강구를 팔아서 만든 회사입니다. 둘째아들은 또다른 회사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무관리직 노동자들은 2011년 밀양에 새롭게 만들어진 회사 소속으로 소속이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경영진은 노동조합이 받을 수 없는 안을 내면서 이 안을 받지 않으면 폐업하겠다고 합니다. 국내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서 짧게는 14년에서 길게는 30년을 넘게 자신의 청춘을 받쳐 일해온 노동자들에게 내 말을 듣고 순순히 일을 하던지, 아니면 문을 닫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마치 노예나 하인 대하듯 하는 것입니다. 꼬여있는 실타래가 풀릴 기미가 없는 것이지요. 이것이 kbr 폐업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