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사회를 보는 눈

말뫼의 눈물에서 무엇을 배워야할까?

터사랑1 2016. 5. 10. 11:01

조선산업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말뫼의 눈물이 울산(거제)의 눈물이 될 수 있다는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저는 조선산업의 전문가가 아니어서 말뫼의 눈물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 언론이 현상만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속은 어땠을까요?


 


말뫼의 눈물

현대중공업은 2002년 스웨덴의 남서부 말뫼시 코쿰스조선소에 있던 작업 능력이 1600t에 달하는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구입을 합니다. 현대중공업이 사실상 무상으로 인수한 것이지만 법률상 효력을 위해 1달러에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이 크레인은 해체 후 울산으로 옮겨와서 2003년부터 사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크레인은 높이 128, 165, 자체 중량 7560t으로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유럽 조선업체의 번영을 상징하던 시설이었다고 합니다. 이 크레인을 옮길 때 말뫼시에는 이를 지켜보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국영방송은 장송곡과 함께 '말뫼가 울었다'는 제목의 보도로 인해 '말뫼의 눈물'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탈 산업화와 정치 - 서유럽 조선산업의 모순

궁금했습니다. 스웨덴은 조선산업이 어떻게 변해왔을까?

그래서 조금 오래되기는 했지만 20026월 영남노동운동연구소에서 발간한 탈산업화와 정치 - 서유럽 조선산업의 모순이라는 책자를 찾아봤습니다. 이 책자는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의 보 스트라쓰 교수의 글을 옮겨 20026월 발간한 것입니다.

이 책자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네들란드, 덴마크 등 서유럽 조선산업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 과정에 산별노조로 조직되어 있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에 판매된 책자는 아닙니다. 그리고 분량이 제법 됩니다. 짧게 정리를 해 봤습니다.





스웨덴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1960년대 스웨덴 조선산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였습니다.

스웨덴 조선산업은 일본과의 경쟁에서 크레딧(신용, 요즘으로 보면 배를 건조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느냐의 문제로 보입니다.) 문제에서 점점 어려움을 겪었고, 일찍 좋은 장비를 갖췄지만 배의 대형화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조금씩 조선산업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1970년대 중반이후 조선소들이 하나둘 합병 또는 없어졌고, 1986년 말뫼의 코쿰스가 폐쇄 됨(골리앗 크레인이 있던 곳)으로 대규모 조선소가 없어졌습니다. 정부는 이 과정에 1976년 이후 남아있는 조선소들을 국유화해서 대응을 했다고 합니다.

 

주무부서 장관이 직접 노동조합 간부들을 만나다

조선산업의 문제가 이어지면서 정부에서 1971년부터 조선산업 경영진, 정부, 금속노조가 자문그룹 형태의 느슨한 협의체를 구성했고, 이는 1975년 노조 제안에 따라 삼자협의체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이 협의체에서 개별조선소의 문제와 조선산업 전반에 관한 논의를 함께 합니다. 정부의 산업부장관은 스웨덴 금속노조 중앙은 물론 지역과 공장의 노동조합 대표들과도 많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방향을 공유해 갔습니다.

(한국에서도 조선산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한국의 대형조선소 노동조합 위원장이나 금속노조의 임원이 가면, ‘조선과장이 접견실에 나와서 논의하는 정도 수준입니다. 산업구조조정이라고 하면서 한 주체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50~60년 전의 스웨덴보다 못한 것이지요.)

 

노동자들의 경영참가 확대

협의체의 구성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경영에 대한 참가 또한 확대시켜갑니다. 스웨덴은 1973년에서 76년 사이에 회사 이사회에 종업원 대표를 참석시키고(이사회 대표권에 관한 법률), 고용보호를 증진시키며(일자리 보호법), 공동결정을 도입하는(공동결정법) 등의 법률들이 만들어집니다. 종업원 공동결정법에 따르면 기업을 폐쇄하려면 노동조합과 협의는 필수적이다. 조선소의 합병 또는 폐쇄 과정에 노동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었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을 정책의 파트너로 인정

스웨덴은 서유럽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조선산업의 수축 기간이 길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그 과정은 더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기본적으로 조선소 점거등이 이어졌지만, 스웨덴은 그렇지 않았으며, 경영진과 국가(정부)가 노동조합을 산업정책 및 구조조정의 단위로 인정하고, 교섭(대화)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며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떠맡기는 한국과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골리앗크레인으로 상징되는 말뫼를 이제 전세계에서 상징적인 에코도시로 바꿔낸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말뫼와 관련해서 좀 더 알고 싶으시다면 http://www.u-story.kr/252 를 참조하세요.

 

우리는 말뫼의 눈물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